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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 넘더니 '쾅'…위험천만 치매 운전자

현행법상 치매 운전자 가려낼 방법 없어

<앵커>

치매 환자가 직접 운전을 하다 사고를 내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아찔합니다. 그런데, 현행법으론 치매 운전자를 가려낼 수가 없습니다.

한세현 기자가 집중취재했습니다.



<기자>

갑자기 앞 차량을 들이받더니,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중앙선을 넘어 역주행합니다.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낸 사고로, 지난해에만 1만 5천 건이 넘습니다.

65살 김 모 씨도 지난달 교통사고를 냈는데, 놀랍게도 치매 환자였습니다.

[치매 운전자 가족 : 사고가 나기 두 달 전에 이미 (아버지가) 치매 판정을 받으셨어요. 잠깐 나갔다 온 사이에 사고를 내셨더라고요.]

지난 5월, 차량 넉 대를 들이받고 달아난 택시 기사도 치매 판정을 받은 환자였습니다.

[이용진/강원 춘천시 효자동(사고 목격자) : 택시가 (주차된 차량) 반 이상 올라탄 상태였어요. (차가 부서져서) 덜덜 하는 소리가 나는데도, 그냥 가더라고요.]

치매 환자의 운전 능력은 어떨까? 곧게 뻗은 도로지만, 제 속도를 내지 못합니다.

곡선 구간에선 중앙선을 넘나들더니, 마주 오던 차를 그대로 들이받습니다.

[강수철 박사/도로교통공단 교통과학정책실 : 약 1초 정도 늦어진 걸로 나타났는데요. 15~20미터를 더 가는 거리입니다. 사고가 나고 안 나고는 몇 미터에서 이미 결정되는데, 굉장히 위험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질병관리본부가 조사한 결과, 치매환자는 같은 연령대 노인보다 브레이크 밟는 속도가 늦었습니다.

또, 미국 대학의 연구 결과 치매환자의 60% 이상이 정지 표지판을 못 보거나 교차로에 제때 서지 못했습니다.

[이준영 교수/서울대보라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 판단력이 떨어져요. 가야될지 멈춰야될지 핸들을 꺾어야 될지 안 서서 치매 중기까지 진행되면 사고 위험이 5배 정도 올라가는 것으로….]

현재 우리나라에서 치매 환자로 판정받은 사람은 54만여 명.

복지부가 65세 이상 치매환자 3,363명을 표본 조사한 결과, 10명 중 1명꼴로 직접 차를 운전한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현행법상 치매 운전자를 가려낼 방도는 없습니다.

운전 면허를 갱신할 때 시력과 청력 기록만 제출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이희선 교수/한양대 행정학과 : 일본, 미국 같은 나라에서는 인지테스트를 통해서 특정 점수 이하일 경우에는 운전을 하지 않도록 권장하는….]

환자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치매 운전자를 가려낼 방안 마련이 시급합니다.

(영상취재 : 하 륭, 영상편집 : 채철호, VJ : 이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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