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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스마트폰 '기본 탑재 앱' 삭제를 허(許)하라

[취재파일] 스마트폰 '기본 탑재 앱' 삭제를 허(許)하라
 새 스마트폰을 막 켜보면 앱 페이지를 기본 탑재 앱들이 가득 채우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통화, 문자 관련한 기본적인 앱들은 물론 통신사들의 서비스 앱들이 빼곡하게 차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하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고개를 갸웃 거리게 하는 수상한 앱들이 눈에 띕니다.
 
최신 갤럭시S4, 옵티머스G프로 기본 탑재 앱 살펴보니
 
갤럭시S4_연합_5
 요즘 가장 잘나가는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S4를 살펴보겠습니다.(새누리당 박대출 의원실에서 집계한 자료를 근거로 말씀드립니다.) 기본 탑재 앱은 크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제조사, 통신사, 안드로이드 OS를 만든 구글이 넣은 앱들입니다. 제조사인 삼성전자는 갤럭시S4에 31개의 앱을 기본 탑재했습니다. 구글은 16개의 앱을 넣었습니다. 통신사들은 SKT가 22개, KT와 LG U+가 각각 20개, 18개 순이었습니다. 기본탑재 앱이 60개를 훌쩍 넘기고 있었습니다.
 
 LG전자의 신형 스마트폰 옵티머스G프로의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LG전자는 무려 44개의 앱을 기본 탑재했습니다. 여기에 구글이 12개를 넣었습니다. 통신사들도 SKT, KT가 각각 22개, 15개 그리고 LG U+는 17개를 깔았습니다. 70개를 넘는 앱이 처음 받는 스마트폰에 이미 설치돼 있는 겁니다.
 
 숫자만 많은 게 아닙니다. 좀 황당한 앱들이 많이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메시지 서비스인 챗 온, 건강 앱인 S헬스를 밀어 넣었습니다. SKT는 자회사들의 앱이 많이 보입니다. SK플래닛이 만든 스마트월렛, BTV모바일은 물론 SK커뮤니케이션즈가 만든 싸이월드, 네이트온도 기본 탑재입니다. KT는 올레TV나우, 올레만화 LG U+는 티머니, U+쇼핑 등이 선 탑재 돼 있습니다. 구글이 넣은 앱에도 play북이나 +톡 같이 구글이 띄우고 싶은 서비스가 선탑재 돼 있습니다. 어떤 공통점이 있는 걸로 느껴지십니까? 적어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꼭 깔아야할 '기본'은 아니라는 겁니다.
 
스마트폰 성능 저하의 주범 '기본 앱'
 
 이렇게 기본 아닌 기본 앱들이 60-70개나 깔려 있다 보니 기본적으로 메모리를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상당합니다. 기본 앱만 깐 스마트폰을 강제 종료 버튼을 눌러 앱을 모두 종료해도, 백그라운드에서 구동하고 있는 앱은 대체로 40개가 넘습니다. 이렇게 안방을 차지하고 있는 기본 앱 때문에 소비자들이 원하는 앱을 깔면 스마트폰이 부담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배터리 소모도 빨라집니다. 이쯤 되면 기본 앱을 삭제하고 싶은 욕구가 생길법도 합니다.
 
기본앱은 건드리지도 마라?
 
 기본 앱을 삭제하려고 애플리케이션 관리에 들어가 보면 이상하게도 삭제 버튼이 없습니다. 대신 사용 안함 버튼만 있습니다. 이거라도 누르려고 하면 이걸 종료하면 다른 앱에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섬뜩한 경고가 뜹니다. 이런 기본 앱은 시스템과 함께 반죽돼 가마에서 구워진 도자기 같은 존재입니다. 일부를 떼어 내려고 하면 도자기 전체가 깨져버립니다. 지우고 싶어도 애초에 만들어질 때 그렇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그냥 두고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방법은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해킹하는 이른바 '루팅'을 하는 게 있습니다. 스마트폰의 최종 관리자 권한을 획득해서 기본 앱도 지워버리는 겁니다. 취재를 위해서 고교생 때부터 루팅계의 고수 대접을 받던 대학생 프로그래머 이규혁 씨를 만났습니다.

이규혁 씨와 관련한 기사 (클릭)

이 씨는 음성통화가 지원되는 갤럭시 탭을 쓰고 있었는데, 역시 루팅을 해서 쓰고 있었습니다. 스마트폰이 가볍고 빨라져 만족스럽게 쓰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씨같은 전문가 아니면 루팅은 함부로 해서는 안 됩니다. 제조사에서 정상제품이 아니라며 AS를 거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반인들이 이 씨와 같은 스마트폰 세상의 자유를 얻기 위해서 치러야할 대가는 너무 큽니다.
 
스마트폰
제조사·통신사 "우리가 넣은 건 검증된 우수 서비스"
 
 제조사와 통신사의 반응이 궁금했습니다. 도대체 지우지도 못하게 만든 이유가 정말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답변은 자신들이 넣은 기본 탑재 앱은 검증된 우수 서비스이기 때문에 그렇다는 거였습니다. 각 제조사 통신사 별로 차별화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삭제권을 소비자들이 갖게 되면 안 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자기들이 땅 파서 장사하는 게 아닌데 잠자코 주는 우수 앱이나 쓰라는 거였습니다.
 
기본 탑재 앱은 '끼워 팔기 앱'?
 
 소비자 차원에서도 기본 앱은 문제가 있지만, 중소 앱 제작 업체 입장에서 보면 기본 탑재 자체는 억장이 무너지는 일입니다. 한 중소 개발업체 대표를 만나보니 앱을 하나 출시해서 마케팅을 제대로 하려면 적어도 1,2천만 원은 든다고 합니다. 이렇게 6개월을 돈을 부으면 1억 원 가까운 돈이 깨지는데 제조사, 통신사들은 이런 돈을 거져 먹고 있다는 겁니다. 힘없는 중소 업체들은 돈이 더 들고, 시장에서 우월적 지위를 가진 제조, 통신, OS업체들은 지배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습니다. 기본 탑재 앱에 관심을 가지고 조사했던 새누리당 박대출 의원도 "끼워 팔기로 의심받을 여지가 충분하다"고 비판했습니다.
 
수상한 방통위의 기본탑재 앱 실태조사
 
방송통신위원회 방통
 여기서 재미있는 사건이 하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한 문제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던 만큼 소비자들의 민원이 잇따랐고 방통위가 지난해 이 문제에 관한 조사를 했었다는 겁니다. 제가 정치부에 오기 전인 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에 출입했을 당시 이와 관련한 기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7월 5일 연합뉴스 기사(클릭)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조사에만 착수하고는 결과는 온데 간 데 없이 사라졌습니다. 박대출 의원실에서도 결과를 수소문 했지만, 찾을 수 없었고, 지금은 미래부와 방통위로 쪼개진 정부 부처는 서로 자기들 일이 아니었다고 책임을 떠넘기고 있습니다. 연구용역까지 했다는 지난해 방통위의 실태조사는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기본 탑재 앱 삭제권' 소비자에게 돌려줘야
 
 어찌보면 스마트폰 세상에서 가장 기본적인 권리는 내 폰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권리일 겁니다. 삭제하고 싶은 앱은 삭제하는 건 그래서 너무 기본입니다. 저는 기본 탑재앱이 많다고 제조사, 통신사, OS업체를 비난하고 싶은 생각은 조금도 없습니다. 돈을 더 받는 것도 아니고, 기본 탑재 앱에는 우수한 앱이 많은 것도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삭제할 권한을 주지 않는 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국회에서도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만큼 9월 국회에서 소비자의 앱 삭제권을 되돌려주는 계기를 만들어주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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