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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화학무기 '누가 썼나' 공방 재연

각국도 정부-반군 편으로 나뉘어 상호 비방<br>사상자 규모 최대·유엔 조사단 파견…"전례와 다를 듯"

시리아 화학무기 '누가 썼나' 공방 재연
시리아에서 21일(현지시간) 내전 발발 이후 화학무기 공격으로 추정되는 최악의 참극이 빚어졌으나 사용 주체를 놓고 또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시리아 반군과 반군을 지원하는 국가들은 정부군이 대학살을 저질렀다고 맹비난했지만 시리아 정부와 그 동맹국들은 이를 전면 부인하고 반군의 소행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처럼 각국이 정부와 반군 편으로 나뉘어 상대방에 책임을 묻는 공방은 화학무기 의혹이 처음 제기된 이후 지금까지 계속됐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사상자와 관련 증거 등이 훨씬 많고 유엔 화학무기조사단이 현장에 파견된 상황에서 벌어졌다는 점에서 종전과 달리 이른 시일 안에 명확해질 가능성이 있다.

◇미국·터키·이스라엘 "정부군 소행"…이란·러시아, 반군 의심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아직 정부군이 화학무기로 공격했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정부군의 공격이 명백하다는 증거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부대변인은 21일 성명에서 "시리아 정부군이 시민을 상대로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보도에 깊은 우려를 표시하며 어떤 화학무기 사용도 강력하게 비난한다"고 밝혔다.

행정부 고위 관리는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에서 "정부군이 명백하게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강력한 증거들이 있다"고 말했다.

반군을 지지하는 터키 정부는 공식적으로 정부군이라고 못박았다.

아흐메트 다부토울루 터키 외무장관도 민영TV인 카날24에 출연해 터키 정보당국이 입수한 현장 영상으로 참극을 확인했다며 "누구도 시리아 정부의 책임이 아니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발 스타이니츠 이스라엘 외교·전략·정보부 장관은 22일 라디오에 출연해 당국이 입수한 정보를 근거로 화학무기가 사용됐다고 확인했다.

스타이니츠 장관은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극악한 정권이라고 비난해 이번 공격은 정부군이 저질렀음을 시사했다.

반면 시리아 정부를 지지하는 이란과 러시아 등은 반군을 의심했다.

이란 관영 뉴스통신 IRNA는 22일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외무장관이 역내 주요 동맹인 시리아에서 발생한 화학무기 공격이 반군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자리프 장관은 "화학무기 사용과 관련한 정보가 정확하다면 분명히 테러단체가 이를 사용했다"면서 "테러단체는 어떤 범죄도 서슴지 않고 저지른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유엔(화학무기조사단)이 다마스쿠스에 있고 시리아 정부는 테러리스트를 밀어붙이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 정부가 왜 화학무기를 사용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자리프 장관의 주장은 전날 시리아 정부와 러시아가 전날 내놓은 것과 같은 내용이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란과 유엔 조사단이 다마스쿠스에 도착하자마자 이 같은 보도가 나온 것이 "우리가 다시 한번 계획된 도발에 부닥쳤다고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시리아 정부도 관영 매체를 통해 "유엔 조사단의 활동을 방해하려는 의도"라며 화학무기 사용을 전면 부인했다.

각국의 이런 견해 차이는 화학무기 논란이 제기된 이후 계속된 것으로 전날 긴급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도 나타났다.

외신들은 안보리가 러시아와 중국의 반대로 '언론성명' 대신 '언론입장'을 채택했으며 문구도 서방 국가들이 작성한 원안보다 수위를 낮췄다고 보도했다.

◇사상자 규모 최대…'진실게임' 양상 과거와 다를 듯

이처럼 사용 주체를 두고 '진실 게임' 양상을 보이고 있으나 이번 사태는 전례 없이 화학무기 사용이 명확해 보인다는 점 등에 따라 이른 시일 안에 논란이 끝날 가능성이 제기됐다.

가장 최근 화학무기 사용 논란을 빚은 알레포 교외의 칸 알아살 교전과 이번 사태를 비교하면 사상자 규모 측면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다.

지난 3월 칸 알아살 교전 당시 시리아 관영뉴스통신 SANA는 반군이 화학물질이 든 로켓을 발사해 26명이 숨지고 100명 이상이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외무부도 화학무기 사용으로 100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며 정부 편을 들었다.

아사드 정권에 반대하는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정부군 16명이 숨졌으며 나머지 10명은 정부군인지 민간인인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번 화학무기 공격으로 숨진 희생자 규모는 500명에서 1천600명까지 범위가 넓지만 최소 추정치를 적용하더라도 칸 알아살의 피해자 규모보다 훨씬 많다.

시리아는 극심한 언론통제로 반정부 활동가들의 증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이들이 촬영해 공개한 영상과 사진을 보면 독성가스를 이용한 대량살상무기가 사용됐다는 점은 논란의 여지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시리아의 반정부 활동가들의 연합체인 LLCS는 최소 1천360명이 숨졌다고 주장했으며 이번 공격을 받은 구타 지역의 의료진은 사망자가 1천600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번 공격에 따른 사망자는 반정부 측의 주장이지만 지난 2011년 3월 내전 발발 이후 단일 지역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 사태로 기록됐다.

아울러 유엔 화학무기조사단이 지난 19일 다마스쿠스에 파견된 상황으로 이번 사태의 실상은 과거보다 빨리 밝혀질 것으로 전망된다.

구타 지역은 다마스쿠스에서 3㎞ 정도 떨어진 곳으로 유엔 조사단의 현장 조사가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이다.

다만 유엔 안보리가 현재 다마스쿠스에 있는 조사단을 조사의 주체로 명시하는 것은 실패해 시리아 정부가 이들의 현장 조사를 허용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현지에 파견된 유엔 조사단 관계자는 "구타 지역에 조사를 요청했으나 시리아 정부는 현지 조사를 하기에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중동 외교 소식통은 "이번 공격은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증거가 명백해 보여 시리아 정부도 유엔 조사단의 조사를 불허할 명분은 약해 보인다"면서도 "이번 공격 자체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라 전망도 매우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이스탄불=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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