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65센티미터의 키에,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버스 뒷문으로 올라탔습니다. 잠시 두리번 거리며 주위를 살피던 남자는 버스 앞쪽 운전사에게 걸어갔습니다. '요금을 내려나?'하는 순간 남성은 갑자기 버스 핸들을 움켜잡더니 홱 돌렸습니다. 버스는 방향을 잃고 비틀거리다 옆을 지나가던 화물차와 부딪힌 뒤 길가에 가까스로 멈춰섰습니다.
그렇게 칼을 휘두르며 버스 중간까지 온 남성은 저항에 부딪힙니다. 한 40대 남자가 칼을 움찔 피하더니 다리를 차며 반격을 시도한 것입니다. 그러자 남성은 미련 없이 뒤로 돌아 다시 버스 앞으로 가더니 운전석에 앉았습니다. 그리고 버스의 시동을 다시 걸려고 몇차례 시도했습니다. 끝내 시동이 걸리지 않자 열려있던 앞문을 통해 버스를 내렸습니다. 그리고 길 옆 높이 자란 옥수수 밭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33명의 승객 가운데 절반 가까운 15명이 남성의 칼에 쓰러졌습니다. 2명은 바로 숨졌습니다. 1명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사망했습니다. 5명은 칼에 깊히 찔려 위중한 상태입니다.
지역 경찰은 물론 경찰 특공대까지 4백명이 투입됐습니다. 주변 마을을 물샐 틈 없이 포위했습니다. 10만 위안, 우리 돈 천8백여만 원의 현상금까지 걸렸습니다. 하루 뒤 지역 파출소로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사건이 발생한 곳의 바로 옆 마을 수박 노점에 수상쩍은 남성이 나타났다는 것이었습니다. 경찰이 즉시 출동했습니다. 남성은 길을 등지고 담벼락을 바라본 채 수박을 벽돌로 깨서 먹고 있었습니다. 경찰이 자신을 둘러싸는 것을 모를 만큼 수박에 온 정신이 팔려 있었습니다. 체포되는 순간 아무런 반항도 하지 않았습니다.
저우장보는 경찰에서 "살고 싶지 않아 그런 짓을 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세상을 버리면서, 세상에 마지막 복수를 가했다는 것입니다. 그가 휘두른 흉기에 숨진 3명은 각각 생후 9개월의 아기, 9살의 어린이, 19살의 학생이었습니다. 복수 대상으로 세상에서 가장 힘 없고, 자신의 불행과 가장 상관없는 사람들을 고른 셈입니다. 세상을 혐오하며 '사고를 쳐야지' 하고 마음 먹은 순간 무방비로 옆에 있던 사람들을 희생양으로 삼았습니다. 피해자들은 그저 괴물이 태어나는 순간 그 자리에 있었다는 죄로 끔찍한 불행에 빠져야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여름 한동안 '묻지마 칼부림'이 잇따라 크게 사회문제화 된 바 있습니다. 지하철 역에서, 여의도 길거리에서, 시장 입구 등에서 아무 상관도 없는 행인들이 무차별로 휘두르는 칼에 공격을 받고 희생됐습니다. 바로 얼마 전에도 행복하게 웃는 사람에게 차를 몰아 돌진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사람이 왜 이런 괴물로 변하는 것일까요? 이를 설명해주는 흥미로운 통계가 있더군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부터 2001년까지 우발적 범행, 즉 욱해서 일으키는 범죄가 29만9천 건에서 38만9천 건으로 급증했다고 합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에는 이런 류의 범행이 무려 44만8천 건이나 발생했습니다. 그럼 경제적 불황이 원인일까요? 심리학자는 경제적 어려움 자체보다는 그로 인한 소외감, 박탈감, 절망감이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나름대로 살아보려고 노력했는데 도저히 상황을 타개할 희망은 보이지 않고 그런데 아무도 도와주기는 커녕 관심조차 가져주지 않는다고 느낄 때 분노는 특정인을 떠나 사회 전체에 투사되다는 것입니다.
결국 문제는 소외입니다. 사회가 이런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주고 마음을 다독여줄 최소한의 안전망조차 갖추지 못할 때 우리는 언제든지 괴물로 돌변할 수 있는 시한폭탄을 주변에 두고 살 수 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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