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까지만 해도 사카린이 들어간 중국산 김치를 몰래 들여오던 업자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는 보도가 심심찮게 나왔다. “이 사람들이 어떻게 김치에 사카린을 넣어? 누구 죽일 일 있나” 하며 개탄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그 때에도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사카린은 엄연히 먹을 수 있도록 공식 허용된 감미료였다. 그것도 칼로리 즉 열량이 전혀 없는데다 설탕보다 3백배나 단 맛을 내 당뇨병이나 비만 환자 등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설탕 대용 필수 감미료로 사용돼 왔다.
사카린은 1879년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의 연구진이 석유를 원재료로 한 실험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얻은 합성물질이다. 이름은 설탕을 뜻하는 라틴어 사카룸(saccharum)에서 따다 사카린(saccharin)으로 명명했다. 사카린은 소금 같은 알갱이 몇 알로도 머그컵 가득한 물을 달디 단 물로 만들어버리는 마법을 가지고 있어 인류의 역사를 바꾼 물질로 평가받고 있다. 사카린은 상용화 되자마자 당시 지금보다 훨씬 비싼 설탕을 대체하는 물질로 각광 받기 시작했다. 특히 빵이나 과자, 음료수 등 대량으로 제조돼 공급되는 필수 식품에 사카린은 가격이나 열량 면에서 보배 같은 존재가 아닐 수 없었다.
오죽했으면 우리나라에서는 1966년 당시도 최대 기업인 삼성의 계열사 한국비료가 사카린을 대량 밀수하다 적발돼 국가적인 문제로까지 비화된 적이 있다. 이로 인해 야당의 김두한 의원이 정부가 이를 눈감아 줬다며 정일권 국무총리에게 국회에서 오물(사실은 분뇨)을 끼얹는 사건이 발생해 김 의원은 의원직을 박탈당하고 정국은 요동을 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이런 과거 때문에 우리에게는 사카린이 왜색 느낌의 나쁜 어감에 더해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더욱이 웃지 못 할 일은 이런 사카린에 대한 안 좋은 기억과 국민적 정서가 지금까지 정부 당국과 사법부의 판단에 영향을 미쳐 아직도 미국 FDA보다 더 한 규제를 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잘 나가던 사카린은 1977년 캐나다에서 된 서리를 맞는다. 쥐에다 사카린을 지속적으로 투여한 결과 방광암이 발생했다는 실험 보고에 따라 사카린이 전 세계적으로 판매 중지되기에 이른다. 우리나라에서는 73년부터 식품위생법을 통해 규제하기 시작해 1992년 아이스크림, 껌, 과자류, 간장 등 거의 모든 식품에서 사카린 사용을 금지시켰다.
그러나 이후 많은 연구자들이 사카린의 무해성과 유해성에 대한 연구를 거듭한 결과 77년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 잘못됐으며 사카린이 몸에 해롭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이 실험에 사용된 사카린은 사람이 다이어트 음료를 하루에 8백캔을 마시는 엄청난 양으로 쥐의 방광암이 DNA의 변이에 의해 일어난 것이 아니고 소변 중에 인산칼슘이 과다 생성되며 결석이 만들어져 방광에 손상을 입힌 결과 초래됐다는 점이다. 사카린을 매장시키기 위해 상식적으로 말도 되지 않는 실험을 벌였다는 사실이 드러남으로써 사카린은 재조명 받게 됐고 많은 연구 결과 무해성이 입증되기에 이른다. 사카린은 특히 미국에서 20년에 걸쳐 다음과 같이 누명을 벗고 안전성을 공인 받았다.
93년 WHO 사카린 인체에 안전함 공식 확인. 98년 IARC(국제암연구소) 2000년 NTP(미국 독성물질 프로그램) 사카린 발암 물질에서 제외. 2001년 미 FDA 사카린 안정성을 공식 선언. 2010년 EPA(미 환경보호청) 사카린을 유해 물질 항목에서 제외. 2011년 오바마 대통령 그동안 사카린에 대한 규제는 잘못된 것이었으며 유해 물질에서 삭제한 것은 현명한 조치였다고 언급.
문제는 우리나라다. 정부가 그동안 사카린의 유해성을 자체 연구로 규명한 적이 없고 국내 연구 결과도 없었기에 “합성물질이기에 해롭다”는 시민단체의 주장과 외국의 규제에 따라 덩달아 사용을 금지시켰던 것이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일찌감치 사카린을 복권시키고 비만 방지 같은 국민 건강 차원에서 설탕을 대체하도록 유도하고 있는데도 우리 정부는 그동안 식품에 따라 사카린 사용을 부분적으로 허용해 왔을 뿐이었다.
2012년엔 국내 사카린 업체의 반발로 더 이상 규제할 명분이 없어지자 식약처는 소스와 탁주, 소주, 껌, 양조간장, 토마토케첩, 커피믹스 등 8개 식음료에 대해 사용을 추가로 허용했다. 하지만 식품 공전에 분류되어 있는 약 80여 품목의 가공 식품 중 가장 시장 규모가 크고 설탕이 많이 들어가 비만의 경계 대상인 빵, 과자, 아이스크림, 빙과류, 캔디 등 약 60여 개 식품에 대해서는 여전히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마침내 국내 사카린 업체인 JMC가 정부를 상대로 사카린에 대한 규제가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냈고 법원은 지난 5월 정부 손을 들어줬다. 이유는 “어린이 등 취약계층의 사카린 섭취량 급증을 막을 필요가 있고, 오랫동안 사카린이 해로운 물질로 인식돼 아직 국민들의 불안감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사카린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과 ‘왠지 기분 나쁘다’는 정서 때문에 허용할 수 없다는 상당히 정서적인 판결을 내린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사카린이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설탕 자본의 극렬한 저항에 부딪쳤고 끊임없이 발암성 시비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