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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신용 등급 연체 증가, 경기침체·정책적 요인 때문

저신용 등급 연체 증가, 경기침체·정책적 요인 때문
올들어 낮은 신용등급 대출자들이 빚을 갚지 못하는 사례가 많아진 것은 경기침체와 함께 정책적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저신용계층의 신용불량이 늘어나면 금융권에 미치는 악영향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들이 빚을 갚지 못하면 그만큼 대출기관으로서는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특히 부실은 비(非) 은행권에서 먼저 촉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기 이후 신용이 낮은 대출자가 은행에서 거절당한 뒤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로 몰려가는 비중이 늘고 있어서다.

◇ 저신용층만 불량률 높아진 이유는

19일 NICE신용평가정보에 따르면 올해 5월 말 현재 신용등급 9등급과 10등급의 불량률은 6개월 전보다 각각 5%포인트, 2% 포인트 가량씩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신용등급의 불량률은 평균 2.30%에서 2.33%로 0.03%포인트 늘어나는데 그쳤다. 9~10등급을 제외한 사실상 모든 등급에서 불량률은 감소하거나 제자리를 지켰다.

저신용층만 상황이 악화된 이유중의 하나는 소득부진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낮은 등급의 연체자가 몰려 있는 저소득층(소득 하위 20%)의 경상소득은 올 1분기 2.8% 감소했다. 지난해 4분기(-1.4%)보다도 더 후퇴했다.

반면에 전체 가구의 경상소득 증가율은 같은 기간 -0.9%에서 1.4%로 반등했다. 전체 가구는 채무상환 능력이 개선됐지만 저신용층은 오히려 더 나빠진 것이다.

불랑률이 높아진 또 다른 이유로 저신용층의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 가능성을 꼽을 수 있다.

이 기간에 국민행복기금 등 채무감면 정책이 등장하자 "정부가 어떻게든 탕감해주겠지"란 식의 빚 갚기를 포기한 이들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모럴해저드를 보여주는 한 예가 법원을 통한 '개인회생'과 '개인파산' 신청건수 차이다.

개인파산은 면책 선고 시 모든 채무가 탕감되지만 개인회생은 5년간 법원이 정한 액수를 갚아야 한다.

그럼에도 올 1~5월 개인회생 신청자는 4만4천172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9.9% 증가한 반면에 개인파산은 2만5천172명으로 지난해보다 오히려 줄었다.

이는 개인파산은 파산선고 후 소득·재산이 있으면 면책이 취소될 수 있지만, 개인회생은 소득·재산이 있어도 변제액보다 적으면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새 정부의 부채탕감 대책 얘기가 나오며 경제사정이 어려운 사람들이 빚을 갚는 노력을 덜 열심히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 저신용층 부실대출 부담 대부업·저축銀에 집중

저신용 계층의 불량률이 증가하는 것은 금융기관에도 악재다. 빌려준 대출을 다시 못 돌려받을수록 금융기관의 건전성은 나빠져서다. 특히 저신용층의 채무는 상대적으로 재무가 건실한 제1금융권보다 저축은행, 대부업체에 몰려 있어 문제다.

NICE신용평가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저신용자(7~10등급)의 가계대출 중 65.5%가 비은행에서 빌린 것이다.

시중은행에서는 29.0%, 대부업체에선 5.5%씩 빌렸다.

이는 2010년 말(비은행 64.7%, 은행 30.7%, 대부업체 4.6%)과 비교해 비은행·대부업이 늘고 은행은 줄어든 것이다.

은행이 갈수록 리스크를 회피하면서,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하고 저축은행·대부업체에 손을 벌리는 저신용자가 많아진단 얘기다.

이렇게 되면 같은 돈을 빌려도 저신용층의 이자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초 신용 9등급은 은행 신용대출을 받을 때 11.4%의 금리가 적용되지만, 비은행권에선 32.5%로 높아진다. 무려 21.1%포인트 차이다. 10등급은 그 폭이 22.3%포인트로 더 벌어진다.

이인호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저신용층이 적용받는 대출금리는 높지만, 이들이 돈을 벌어 갚기는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비은행의 가계대출 중 빚을 갚기 어려운 사람들의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커지고 있다.

가령, 지난해 말 대부업체의 전체 가계대출 중 46.4%가 신용이 낮으면서 이미 빚을 못 갚은 '저신용 연체자'가 빌려간 돈이다. 저축은행의 이 비율 역시 36.5%로 전년도의 31.7%에서 늘었다. 반면에 은행은 두 해 모두 2.8%에 머물렀다.

한은은 지난 4월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신용양극화로 인한 부실대출 부담이 일부 금융권역으로 집중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저신용층의 불량률을 줄이려면 이들의 소득을 높이거나, 이자부담을 낮춰주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정부는 보증재원을 통해 저신용층의 대출금리를 낮춰주고, 경기 개선을 하루빨리 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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