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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이 워낙…" 외면받는 월세 대출 정책, 왜?

<앵커>

요즘 월세 가구 비율이 사상 최고입니다. 전세에서 월세 중심으로 주택 임대 시장이 급격히 바뀌고 있는 건데, 소득이 낮을수록 다달이 내야 하는 집세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월세 대출 상품이 있긴 하지만, 정작 필요한 사람에겐 그림의 떡입니다. 

이호건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 하왕십리동의 한 아파트입니다.

이곳의 월세 시세는 89제곱미터 기준으로 100만 원 수준.

월세 자금이 모자랐던 직장인 유 모 씨는 대출을 받으려다 거절당했습니다.

낮은 신용등급이 문제였습니다.

[유 모 씨/월세 세입자 : 그게(대출이) 내부 조건이 안 맞는다고 제가 찾아가는 곳마다 그랬어요.]

서울의 월세 세입자 3명 중 1명은 유 씨처럼 매달 100만 원 넘는 세를 내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4월, 서민들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로 월세대출 상품 개발을 추진해,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연 4%에서 6% 수준의 금리 상품을 출시했습니다.

월세 보증금 담보 보증을 받아 은행이 집주인에게 월세를 송금한 뒤 세입자 마이너스 통장에서 빼가거나, 보증금의 80% 내에서 신용대출을 해주는 방식입니다.

잘 되고 있을까.

[은행 창구 직원 : 월세 대출은 거의 안 오고요. 잘 모르시는 분들도 많고.]

우리은행의 경우, 상품 출시 이후 4개월 동안 대출 건수가 5건에 불과합니다.

신한은행 측은 아예 실적 공개를 거부했습니다.

[은행 관계자 : 워낙 부끄러운 정도라서 아마 그런 것 같아요. 실적이 워낙 많지가 않아서.]

정작 형편이 어려운 8등급 이하 저신용자에게는 대출을 해주지 않는데다 다른 문제도 있기 때문입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 : 목돈으로 한꺼번에 받아서 임차인이 다른 급한 거 먼저 쓴다든지 할 수 있어야 되는데, 월세 자금 대출은 그걸(보증금을) 담보로 묶어 월세만 꼬박꼬박 나가는 거니까.]

의도는 좋았지만, 결국 실효성이 떨어지는 탁상 머리 행정 아니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최준식, 영상편집 : 김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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