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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일본 관객 사로잡은 한국 뮤지컬 '삼총사'

[취재파일] 일본 관객 사로잡은 한국 뮤지컬 '삼총사'

 일본 도쿄 시부야의 분카무라 극장, 뮤지컬 '삼총사'가 개막한 지난 주말 2천 1백석이 넘는 객석이 들썩였습니다. 40도 가까운 무더위에 숨이 턱턱 막히는데도 공연 한참 전부터 극장 밖에 긴 줄이 늘어섰고, 공연이 진행되는 내내 배우들의 이름과 환호가 터져나왔습니다. 얌전하기로 유명한 일본 관객들, 뮤지컬 '삼총사'가 마법이라도 부린 것 같았습니다.

 일본에서 개막한 뮤지컬 '삼총사'는 한국 버전입니다. 17세기 프랑스, 아토스와 아라미스, 프로토스, 그리고 달타냥 이 네 총사들의 무용담을 담은 뮤지컬 삼총사는 원래 체코에서 맨 처음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니까 이 뮤지컬을 개막하려면 체코에서 원작의 라이선스를 가져와야만 하는거지요. 국내 뮤지컬 제작사가 '삼총사'의 라이선스를 사들여 개막한 건 2009년입니다. 이후 매년 꾸준히 관객들의 사랑을 받으며 공연을 거듭해 왔고, 많은 스타 배우들이 배출됐습니다. 올해 4월 개막한 공연에는 2PM의 준케이, 슈퍼주니어의 규현, 2AM의 창민 등 아이돌 가수들이 참여하면서 일본의 케이팝 팬들이 한국을 찾아 뮤지컬을 관람하고 가기도 했습니다.

 일본 기업 쿠아라스는 이런 한국에서의 반응을 토대로, 원작이 아닌 '한국에서 만들어진 뮤지컬'을 그대로 가져와 개막하기로 합니다. 한국 배우들이 한국어로 하는 공연을 일본에서 올리는 겁니다. 일본의 뮤지컬 시장은 우리와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큽니다. 우선 개막하는 작품의 양이 많고, 관객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티켓 가격도 우리보다 비싼 편입니다. 그런 일본 시장에서 '한국어 버젼의 삼총사'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대극장에서 3주간 25회 공연, 솔직히 처음엔 '과연?' '설마?'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뮤지컬 삼총사 일본
뮤지컬 삼총사 일본



 하지만 공연장에 와보니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우선 지난 주말 첫 무대에 선 준케이 얘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연령층은 10대부터 50대까지, 여성 관객이 99%에 가깝습니다. 일본 공연에서도 관객들을 위한 일종의 이벤트(?)가 있었는데, 공연 도중 달타냥 준케이 씨가 일본어로 '파리노 히토비토 미에마스(파리 시민들이 보입니다)'라며 객석으로 내려가자 3층까지 가득찬 극장에 준케이를 부르는 환호가 계속됐습니다. 배우들의 한마디, 한마디에도 모든 객석이 박장대소했습니다. 아이돌 가수의 콘서트장에서 보던 '열광'이 뮤지컬 극장에서도 그대로 실현됐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배우들이 무대 인사를 하는 커튼콜, 관객들이 모두 일어나 박수를 치며 화답했고 막이 내린 뒤에도 10분 넘게 공연장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이날 공연장을 찾은 대부분 관객들은 이미 한국에서 삼총사 공연을 여러차례 봤다고 합니다.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10차례 넘게 공연을 봤다는 관객도 있었습니다. 아이돌과 함께 작품에 나오는 유명 뮤지컬 배우들도 팬덤이 형성돼 있습니다. 이날 공연의 맨 앞줄에는 아토스 역 신성우 씨의 팬들이 대거 포진해 있었고, 프로토스 역 김법래 씨는 '보무래상'이란 별명까지 있다고 합니다. 그런 팬들에게 일본 공연은 일종의 '선물'로 받아들여졌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캐스팅 파워' 때문만은 아닙니다. 한국에서 만든 삼총사는 원작보다 재미있고, 화려합니다. 이야기 뼈대와 음악만 남겨두고 과감하게 다 바뀐 한국 삼총사가 일본 관객들에게 통했다는 평가입니다. 코믹한 대사, 화려한 의상과 규모가 커진 무대, 각 배우들의 가창력을 돋보이게 하는 장면들이 추가되면서 일본 관객들도 공감할 수 있는 작품으로 다시 태어난 겁니다. 지난해 일본에서 개막한 뮤지컬 '잭더리퍼'에 이어 '삼총사'까지, 한국에서 재구성된 뮤지컬을 외국에 다시 팔 수 있다는 가능성도 보였습니다. 가요나 드라마처럼 뮤지컬도 한류의 바람을 이어갈 수 있을까요, 지금이 중요한 시기라는데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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