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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접는 차' 아마딜로T…그것이 알고 싶다

[취재파일] '접는 차' 아마딜로T…그것이 알고 싶다
차를 접는다? 기자들은 대개 이런 내용을 접하면 ‘제목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 없이, 한 줄 제목으로 사람들의 호기심을 건드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데스크한테 전화해서 다른 말 필요 없이, 차 접는다는데요? 그러고 아침 일찍 대전 카이스트로 향했습니다. 접는 차 시연은 오전 10시. 연구진은 대학원 건물 주차장에서 차를 접어보겠다고 했습니다. 기자들에게 접힌 차의 사진이 사전 공개되긴 했지만 도대체 그걸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도무지 접을 수 없는 차에서 상상만 하며 고속도로를 내달렸습니다.

오전 9시 40분. 시연 20분 전에 도착했습니다. 차는 대학원 건물 로비에 고이 보관돼 있었습니다. 차 좀 꺼내주세요, 동행한 영상취재 기자가 연구진에게 부탁했습니다. ‘아마딜로-T’라는 이름의 2인승 접는 전기차. 아마딜로는 조심스럽게 바닥을 밟았습니다. 정말 생소한 표현이지만, 차를 ‘펴고’ 있을 때는 포유류 아르마딜로를 닮아 보였습니다. ‘아르마딜로’는 위험에 처했을 때 몸을 동그랗게 말아버리는 동물입니다. 쥐며느리과의 공벌레 같습니다. 연구진이 태블릿PC로 버튼을 누르니까, 공벌레 몸 말듯, 차는 뒷바퀴 2개를 번쩍 들면서 몸을 접어버렸습니다. 10초 걸렸습니다. 몸을 접기 전엔, 뒷바퀴가 지탱하던 하중을 견디기 위해, 차량 중간에서 보조 바퀴가 먼저 내려왔습니다.

차를 접는다는 얘기에 놀란 취재진들이 속속 도착했습니다. 저마다 접어주세요, 잠깐만요~ 이제 접어주세요, 잠깐만요~ 지금 접어주세요, 부탁했습니다. 아마딜로는 몇 번을 접었다 폈다 했는지 모릅니다. 차를 소개하는 내용이니까, 좁은 주차장에서 나름 주행하는 장면도 찍어야 했습니다. 전기차 아마딜로는 아무 소음도 없이 주차장을 뱅글뱅글 돌았습니다. 운전석엔 연구진, 조수석엔 취재진이 탔습니다. 취재진은 돌아가면서 주행 장면을 촬영했습니다. 한 팀이 타고 몇 바퀴 돌고 내리면, 기다리던 팀이 아마딜로에 올라탔습니다. 취재진은 마치 놀이공원처럼, 줄을 서야 했습니다. 취재진은 그렇게 기다리는 풍경이 익숙했겠지만, 아마딜로와 연구진은 분명 그렇지 않았을 것입니다.

아마딜로를 소개한 보도자료는 녀석의 체력을 이렇게 소개했습니다. 13.6kWh 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했고, 10분 급속 충전하면, 최대 100km까지 주행할 수 있다. 최근 전기차 시장에서 어느 정도 체력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일단 한 번에 100km를 달린다니 약골처럼 들리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100km는 녀석이 몸을 접지 않고 계속 달린다는 걸 가정한 주행 거리겠죠. 그게 변수가 됐습니다. 아마딜로는 취재진들이 잇따라 도착하면서, 카메라 앞에서 접었다 폈다 묘기를 반복하면서, 체력을 소진해갔습니다. 오전 10시 50분쯤, 아마딜로는 아마 탈진한 것 같았습니다. 연구진이 타임! 외쳤습니다. 충전해야겠는데요? 대학원 좁은 앞마당을 몇 번 돌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아마 몇 km 달리지 않았을 겁니다.

처음엔 10분만 기다리면 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또 변수. 보도자료에 적힌 10분의 기준인 ‘급속’ 충전기가 없다고 했습니다. 완속 충전만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지친 아마딜로는 그래서 건물 벽에 220V 콘센트를 꽂고 소진된 체력을 조금씩, 조금씩, 보충했습니다. 폭염이 쏟아지던 날, 아마딜로는 마치 보이지 않는 땀을 비 오듯 쏟아내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제 시간에 도착한 취재진들은 어느 정도 촬영을 마친 상태. 취재진 수십 명은 아마딜로가 어서 원기를 회복하기를, 요가 강사처럼, 다시 몸을 접었다 폈다 할 수 있기를 기다렸습니다. 아마딜로의 탈진은 분명 체력의 문제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변수는 또 생겼습니다. 교수와 학생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습니다. 아마딜로가 갑자기 병이 나버린 겁니다. 세상에, 몸을 접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아마 20분 이상 충전했을 텐데, 220V 밥을 먹여도 그랬습니다. 체력의 문제, 그 이상의 이상이 생겼습니다. 교수는 지금껏 아마딜로를, 이렇게 접었다 폈다 해본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무리한 게 틀림없었습니다. 더 당황한 건 늦게 도착한 일부 취재진입니다. 차를 접는다는 얘기에 놀라 뒤늦게 뛰어왔는데, 차의 요가 기능은 마비된 상태. 차를 접어달라고 해도, 연구진 마음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아마딜로는 응급 처방이 아니라, 정밀 진단과 처방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차가 접히는 모습을 배경으로, 현장 멘트를 촬영하려던 계획도 그 순간 어그러졌습니다.

아마딜로의 잘못이 아닙니다. 연구진의 실수도 아닙니다. 아마딜로는 당초 3년 개발을 목표로 했던 것인데, 언론에 공개된 것은 2살 먹은 아마딜로였습니다. 녀석이 완벽했다면 더 이상했을 것입니다. 보도자료에 나온 최고 속도도 60km/h라고 했지만, 연구진은 그 속도까지 달려본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촬영할 때도 시속 10~20km를 유지했습니다. 속도가 조금이라도 빨라질 것 같으면, 교수님은 운전석에 앉은 학생에게, 좀 천천히 가~ 라고 말의 브레이크를 걸었습니다. 자식 아마딜로에 대한 사랑은 그렇게 짙었습니다. 차량에 난 흠도 제 몸의 상처처럼 돌보셨습니다. 1시간 넘은 촬영 강행군에 결국 병이 나버린 아마딜로. 연구진 마음은 짠했을 것입니다.
초소형 접이식 전기
접고 펴는 것의 안정성, 그리고 체력은 보완할 수 있지만, 보완 가능할까? 궁금해지는 부분도 있습니다. 우선 디자인입니다. 아마딜로는 접는 전기차입니다. 접는 방식은 뒷바퀴 2개가 올라가면서, 차량의 가벼운 뒤쪽이 마치 헬멧처럼 앞쪽을 덮어버리는 겁니다. 그럼 헬멧이 얼굴을 감싸듯, 아마딜로의 뒷부분은 운전석을 덮어버립니다. 운전자는? 갇힙니다. 그래서 아마딜로는 애초부터 운전자가 차량에서 내린 뒤에, 차량 밖에서, 태블릿PC를 조작해 접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태블릿PC를 잃어버리거나, 고장 나면 어떻게 접나요? 차량 안에 버튼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럼 다시 펼 때는요? 덮여버린 차량 안쪽에 손을 집어넣어야 하는데? 연구진은 이 당연한 물음을 깔끔하게 해결해주지 못했습니다.

양측 백미러를 카메라로 대체한 것도 고민거리를 안겨줍니다. 아마딜로 좌우에는 거울 대신 카메라 렌즈가 달려 있고, 운전자는 이 카메라가 촬영하는 차량 뒤쪽을 내부에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거울 대신 작은 모니터를 보면서 운전하는 겁니다. 처음엔 신선해 보였지만 곧 걱정이 듭니다. 비 오는 날은 괜찮을까? 전자 제품인데? 아무리 방수 처리를 한다고 해도, 거울보다는 미덥지 않아 보였습니다. 오작동은 둘째 치고, 작은 렌즈에 물방울이 맺혀버리면 어떻게 될지도 궁금했습니다. 모니터를 비스듬히 보는 것보다, 거울 영상이 또렷할 것 같았습니다. 무엇보다 아마딜로는 전기차여서, 배터리를 야금야금 소비하는 모니터 2개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스페인의 접는 전기차 ‘히리코’는 백미러를 달았고, 운전자가 탄 상태에서 차량을 접은 뒤 내릴 수 있습니다.

갈 길은 멀지만, 갈 곳은 또렷합니다. 초-소형차 시장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시장 수요가 많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현재 시판되고 있는 가장 작은 승용차인 ‘스마트’도 수요가 탄탄하지 않다는 이유 등으로 정식 수입이 아닌 병행 수입되고 있는 형편입니다. ‘스마트’는 차 길이인 전장이 2.695미터. 고급스러운 ‘세컨 카’ 이미지로 수요를 공략해, 지금껏 1,600여 대를 판매했다고 업체는 추정하고 있습니다. 아마딜로 연구진도 이 수요를 타깃으로 합니다. 수요 창출의 믿음입니다. 접으면 1.65m로 ‘스마트’보다 더 작습니다. 다만 국내에 경차보다 더 가벼운 초-소형차 규정이 없는 게 맹점입니다. 규정이 뭐라도 있어야, 아마딜로 안전 테스트도 하고,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습니다. 연구진이 아마딜로에 대한 사랑만큼 강조한 게, 바로 정부의 초-소형차 규정 신설입니다. 그 전까지 아마딜로는 도로에 타이어 발을 내밀 수조차 없습니다.

아마딜로는 방송을 통해 일제히 소개된 뒤, 다음 날 몇몇 신문의 1면까지 장식해버렸습니다. 휴대전화처럼, 자전거처럼 자동차를 접는다는 것, 무슨 종이도 아니고. 그건 누가 봐도 얘깃거리가 된다는 뜻입니다. 그렇게 유명해진 아마딜로, 지금은 좀 기력을 되찾았을까요. 다시 자유자재로 몸을 접을 수 있을까요. 무척 궁금합니다. 아마딜로가 언론과 대중에게 반짝 소비됐다가 사그라지는 또 하나의 전기차가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사람을 홀릴 만한 치명적 매력을, 아마딜로가 갖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기존에 없던 수요가 생기면서 대중에게 팔리는 것, 아직까지 그건 ‘접는 차’라기보다는, 예쁘고 멋지고 갖고 싶은데 ‘접히기도 하는 차’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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