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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를 어쩌나…' 곤란한 오바마

국제사회 '원조중단' 흐름에도 미국은 '침묵'

'이집트를 어쩌나…' 곤란한 오바마
이집트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달으면서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외교적 딜레마에 빠져 허우적대는 모습이다. 이집트 군부를 겨냥해 고강도 제재를 가하는 쪽으로 국제사회의 큰 물줄기가 형성되고 있어서다.

입으로는 비난의 강도를 높이면서도 행동으로는 '저강도 압박'에 초점을 둬온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머쓱해진 모양새다.

이집트 사태를 둘러싼 외교적 대응의 핵심은 원조중단이다. 연간 3∼4조원에 달하는 대외적 경제·군사원조는 이집트 경제와 체제를 유지하는 결정적 버팀목이기 때문이다.

유럽의 주요국들은 사태가 악화되자 원조를 중단하는 쪽으로 방향을 굳히고 있다. 이는 이집트와의 외교관계 단절까지 검토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유럽의 맹주 격인 독일과 프랑스, 영국 정상은 이집트와의 관계를 재검토하고 원조중단을 포함하는 제재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AFP통신이 16일(현지시간) 전했다.

보조를 맞춘 유럽연합(EU) 외교장관들은 내주 회의를 열어 원조중단을 포함한 제재방안을 본격 논의할 예정이다.

EU는 지난 2007년 이후 이집트에 10억 유로(약 1조5천억원) 이상의 경제 원조를 제공해왔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경제적 이해관계가 깊은 EU이 원조중단에 나설 경우 군부가 받을 타격은 심대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또다른 원조의 축인 미국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15일 이집트 사태에 대한 특별성명을 발표하면서 원조중단 문제에 대해 스스로 '선'을 그어버린 양상이 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합동군사 훈련을 취소하겠다고 하면서도 원조중단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원조중단을 압박하는 국제여론의 흐름 속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이 같은 '침묵'은 일단 원조와 외교관계를 유지한다는 의미로 외교가에 인식됐다.

미국은 1948년 이후 매년 15억 달러(약 1조7천억원)씩 총 700억 달러 이상의 군사·경제지원을 해왔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 같은 태도는 이집트 사태 초기의 성격규정과 대응기조에 터잡고 있다.

이집트 군부의 무르시 정권 축출을 '쿠데타'로 규정하지 않고 어정쩡하게 군부를 지원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다 보니 이후의 '외교적 스텝'이 전체적으로 꼬여버린 양상이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보다 큰 차원에서 보면 이집트 문제에 대해 '원칙적 접근'보다는 '전략적 이익'을 우선시하는 외교철학에서 비롯됐다는 비판적 시각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 정치전문지인 폴리티코는 "오바마 대통령이 중동내 최대 우방인 이집트에 대해 원조중단을 하지 않는 것은 미국의 가치보다 이익을 따지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음을 의미한다"며 "행정부 내 실용주의자들이 인도주의적 이상주의자들을 이겼다"고 평가했다.

폴리티코는 이어 "이 같은 접근은 미국 스스로 유혈사태를 막는데 있어 영향력이 별로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친 이스라엘 싱크탱크인 `니어 이스트' 연구소의 롭 새트로프는 "원조중단을 하지 않음으로써 오바마 행정부는 국가적 이익을 최우선시한다는 입장을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어설픈 외교적 대응으로 오바마 행정부는 대내외적으로 최악의 환경을 맞이한 모습이다.

대내적으로는 중동외교 자체가 "총체적 실패"(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했다는 비판여론이 비등하고 있고, 대외적으로는 국제사회의 큰 흐름과 배치되는 모양으로 비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 큰 문제는 오바마 행정부에게 선택지가 별로 없다는 점이다.

뒤늦게나마 국제사회의 흐름에 보조를 맞춰 원조중단에 동참하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지만 과연 '지렛대' 효과가 있을 지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자칫 그마저도 약효가 없을 경우 미국으로서는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윌슨 센터의 외교평론가인 아론 데이비드 밀러는 "현실적으로 이집트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은 거의 없으며 군사원조를 중단할 경우 그마저도 완전히 '제로'가 될 것"이라며 "군부는 이번 사태를 국가를 지키기 위한 투쟁으로 보고 있어 미국이 이제 와서 무슨 조치를 취하더라도 들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전문지인 포린폴리시도 "단순히 군사원조의 중단이 이집트의 군부에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 것은 터무니없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에 본부를 둔 비영리단체인 팔레스타인미국대책본부(ATFP)의 후세인 이비쉬 선임 연구원은 "그동안 미국의 군사원조가 이집트-이스라엘 간 평화 협정을 유지하도록 했기에 이제 와서 이집트에 대한 군사원조를 철회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번 이집트 사태는 중동지역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약화, 그리고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전략 부재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케이스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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