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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엄마, 나 응가 했어"…한강수영장의 불편한 진실

[취재파일] "엄마, 나 응가 했어"…한강수영장의 불편한 진실

한세현 기자

작성 2013.08.17 16:08 수정 2013.08.17 21:0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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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엄마, 나 응가 했어"…한강수영장의 불편한 진실
처음엔 제가 잘못 들었나 싶었습니다. 엄마와 아이의 대화를 들으며, 전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제가 들었던 내용을 사실이었습니다. “엄마, 나 응가 했어.” “어~괜찮아. 수영장에선 원래 쉬하고 그래도 돼.” 잠시 뒤, '분변'으로 추정되는 작은 이물이 떠나는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불과 2주 전, 서울의 어느 한강수영장에서 겪었던 일입니다.

찝찝한 마음에 주변에 있던 구조요원에게 이 사실을 알렸습니다. 하지만, 제게 돌아온 건 예상 밖의 대답이었습니다. “원래 수영장 이용하는 사람들이 다 그렇잖아요. 그냥 저쪽에 아이들 없는 수영장으로 가세요.” 한강수영장의 수질이 좋지 않다는 내부자의 제보를 받고 사전 취재차 들렸던 그곳에서, 전 제보가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 뒤로도 한강수영장 여러 곳을 다녀봤습니다. 평일과 휴일, 오전과 오후 이렇게 나흘을 지켜봤습니다. 또, 수영장을 찾은 50명이 넘는 시민을 만나 인터뷰했습니다. 그리고 본격적인 취재에 나서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수영장-2


뿌연 물 사이로 보이는 ‘쓰레기 덩어리’
우선, 수중카메라를 이용해 수영장 물속을 들여다봤습니다. 밖에서 볼 땐 알 수 없었던 ‘불편한 장면들’이 카메라에 포착됐습니다. 수영장 바닥에 잔뜩 끼어 있는 물이끼, 희뿌연 물 사이로 보이는 쓰레기들. 종잇조각, 머리카락, 음식물, 심지어 과일껍질까지, 상상했던 것보다 물속엔 다양한 이물들이 들어 있었습니다. 차마 방송 리포트에는 사용할 수 없었지만,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분변'으로 추정되는 이물질까지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아무리 너그럽게 생각해도, 이런 물을 깨끗하다고 얘기하는 건 상식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해진 규정을 지키는 시민의식이 아쉬웠습니다.

‘대장균’이 둥실둥실 떠다니는 수영장 물
더 정확한 수질상태를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공인된 검사 기준에 맞춰 한강수영장 4곳에서 물을 채수했습니다. (수영장 수질검사는 수영장의 끝 모서리 네 군데와 가운데 1곳, 모두 5곳에서 물을 채수해, 잔류염소-대장균-과망간산칼륨 소비량-탁도-수소이온(pH) 5가지 항목을 검사하게 됩니다.) 그리고 공정한 검사를 위해, 채수한 시료를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에 의뢰했습니다. 서울시가 위탁 운영하는 수영장인 만큼, 검사 결과에 대한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서울시 연구검사기관에 의뢰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전문가 의견을 따랐습니다. 아울러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이 국내 최고 수준의 연구검사기관이라는 점도 참고했습니다.

검사관의 선입견을 배제하기 위해 채수한 시료는 어디서 뜬 물인지 정확히 밝히지 않는, ‘블라인드 테스트'로 의뢰했습니다. 일주일에 뒤, 결과가 나왔습니다. 결과는 예상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안타깝게도 4곳 모두 ‘부적합’ 판정이 나왔습니다. 우선, 염류염소는 4곳 모두 기준치보다 낮았습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소독약을 충분히 사용하지 않았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 이점에 대해 서울시는 시료를 채취해 의뢰하는 과정에서 염소가 휘발된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습니다.) 또, 한 곳에선 머리카락이나 음식물 같은 유기물이 많을 때 나오는 과망간산칼륨이 기준치보다 높게 나왔습니다.

부적합 항목 중에서도 가장 눈여겨봐야 할 것은 바로 ‘대장균’입니다. 4곳 가운데 3곳에선 ‘대장균’이 검출됐습니다. 수영장 물에서 대장균이 나온 걸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전문가에게 물어봤습니다. 대답은 간명했습니다. “사람 분변에 오염됐다는 거죠. 한마디로 X물이라는 겁니다.”

한강수영장 물에선 왜 '대장균'이 나왔을까?
기본적으로 사람이 들어가지 않는다면, 수영장 물에선 대장균이 검출될 수가 없습니다. 대장균은 사람이나 동물의 장에 기생하는 균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수영장에서 검출된 대장균은 분명히 수영장을 이용한 사람에게서 온 것입니다.

이것과 관련해 흥미로운 연구 한 편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CDC)는 미국 조지아 주 애틀랜타의 공공수영장 161개를 대상으로 수영장 물에 서식하는 미생물을 조사해 봤습니다. 그 결과, 검사 대상의 58%에서 대장균이 검출됐습니다. (이 결과를 두고 전문가들 우리나라의 수영장은 사정이 더 심각할 것이라고 귀띔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대장균이 검출된 원인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일반적인 성인의 경우, 약 0.14그램의 분변이 항문 주위에 있다. 그런데 만약, 수영장에 들어가기 전에 샤워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이 분변이 다 수영장 물에 씻겨 물속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수영장에 들어가기 전에 제대로 씻지 않아서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수영장에 들어갈 때 제대로 씻지 않아 생기는 문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당시 연구에서 대장균뿐만 아니라 피부와 귀 등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는 녹농균(Pseudomonas aeruginosa)도 역시 매우 높은 비율(검사 대상의 59%)로 검출돼 연구팀을 놀라게 했습니다. 이처럼 수영장을 이용하기 전에 제대로 씻지 않으면, 수영장 물은 구조적으로 다양한 세균에 오염될 수밖에 없습니다.

다행히 아직 우리나라에선 수영장 물에서 녹농균 같은 병원성 세균이 검출된 사례는 없습니다. 그런데 내용을 자세히 보면 그건 실제로 병원성 세균이 없어서가 아니라 검사 자체를 해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뒤에서 다시 언급하겠지만, 우리나라는 수영장 수질 검사항목에 세균검사는 포함돼 있지 않아 구체적으로 수영장 물에 어떤 세균이 있는지조차 알지도 못하는 상황인 것입니다.

수영장-1


병원성 미생물은 소독약으로 제거되나?
이런 오염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수영장에선 염소 소독이 의무화돼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염소 소독만으로 이런 세균을 바로 제거할 수 없습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의 ‘건강한 수영 프로그램’ 책임자인 미셸 할브사(M. Halvsa) 박사는 이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염소와 기타 소독약들은 이런 병원성 세균을 즉시 박멸할 수 없다. 소독약을 지나치게 사용하면 발암물질을 형성하는 등 인체에 해로울 수 있기 때문에 소독약의 농도를 조절한다. 그런데 이 정도 농도에선 병원균이 쉽게 죽지 않는다. 소독약 냄새가 난다고 절대 안심해서는 안 된다.” 결국, 수영장에 들어가기 전에 꼼꼼하게 씻는 것만이 수영장 물 오염을 피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것입니다. 특히, 최근 며칠 내 설사를 했을 땐, 몸에 매우 많은 병원균이 묻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수영을 삼가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한강수영장의 샤워시설은 어떨까?
지금까지 나온 얘기를 정리하면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1) 수영장 물이 한번 오염되면, 바로 원래 상태로 되돌리는 건 쉽지 않다.
2) 따라서, 사전에 수영장을 이용하기 전에 충분히 씻은 뒤 물에 들어가야 한다.

이제 우리 한강수영장으로 다시 돌아가 보겠습니다. 한강수영장에도 샤워시설이 있어, 수영장에 들어가기 전 미리 씻을 수 있게 돼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샤워시설이 남녀 탈의실 사이에, 야외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는 점입니다. 옷을 다 벗고 비누 등을 이용해 깨끗하게 씻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실제로 제가 지켜본 나흘 동안, 몸을 제대로 씻고 물에 들어가는 시민을 단 한 명도 보지 못했습니다. 대부분이 수영복을 물에 적시는 정도였습니다. 시민의식을 논하기 전에, 물리적으로 옷을 다 벗고 제대로 씻을 샤워시설이 없다는 건 분명히 심각한 문제입니다. 어쩌면 이런 수영장에서 깨끗한 물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취재과정에서 이런 문제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서울시에 물었습니다. 돌아온 대답은 간명했습니다. “아, 그런가요? 그런 거까지 신경을 다 써야 하나요? 그런 게 다 신경 쓰이면, 비싼 돈 주고 호텔수영장 가야지요.” 시민 스스로도 정해진 규칙을 지키고,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는 시민의식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에 앞서 수영장을 찾은 시민이 위생을 지킬 수 있는 인프라를 구성하는 게 먼저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샤워시설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수영장 수질오염의 책임을 시민에게만 돌리는 건 무책임한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 이에 대해 서울시는 공무원이 간이수질검사(탁도, 잔류염소, pH)를 수영장 운영자와 공무원이 매시간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종합 수질검사는 주 1회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에 의뢰해 실시하는 등 수질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허술한 수질검사 기준 자체가 문제
전문가들은 한강 수영장 수질 자체도 문제지만, 수영장 수질 기준이 주요국가와 비교하면 덜 엄격한 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이 때문에 각종 통계에선 수영장 물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오지만, 외국에 기준으로 치면 상당수가 ‘부적합’ 판정을 받게 된다는 것입니다. (자료 : 2012. 6. 28. “수영장 욕수 수질 기준 및 인공빙설 유해기준 설정 최종보고서”, 한양대 이원철, 이강현, 최진선)

실제로 대장균만 보더라도, 미국이나 일본, 독일, EU 등은 대장균이 검출돼선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수영장을 이용하는 시민이 수영장 물을 ‘마실 수 있다.’라는 걸 전제로 수영장 수질검사 기준을 정한 것입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수영장 5곳 중 2곳에 이상이면 부적합으로 판정합니다.) 또, 대장균 이외에도 눈과 귀에 염증을 일으키거나 호흡기 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녹농균, 레지오넬라균, 포도상 구균 등도 검사 대상에 포함해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대장균 한 개 항목만 검사합니다.) 이밖에 수소이온농도(pH)와 과망간산칼륨, 탁도 등도 외국이 우리나라의 그것보다 훨씬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수인성질병관리에 관심을 가져야
끝으로 세계적 의학 잡지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이 발표한 자료를 소개할까 합니다. 전 세계 의학자·과학자를 대상으로, ‘지난 160년 동안 현대의학이 이룬 가장 위대한 성과’가 무엇인지 물어봤습니다. 그 결과, 의학사에서 가장 위대한 발명으로 손꼽히는 ‘항생제’를 제치고, ‘상하수도의 발전’이 1위를 차지했습니다. (2위 항생제, 3위 마취, 4위 백신, 5위 DNA 구조발견 등의 순이었습니다.)

이 결과에 대해 ‘브리티시 메디컬'은 다음과 같은 논평을 남겼습니다. “과거 수많은 목숨을 앗아갔던 콜레라와 장티푸스 같은 질병은 모두 물로 전염되는 ‘수인성 전염병'이었다. 이런 수인성 전염병이 많이 줄어든 것은 하수도가 설치되고, 깨끗한 수돗물이 공급된 이후부터였다. 20세기 들어 인간의 평균 수명은 약 35년 늘어났는데, 이 중 30년 정도가 하수도의 발전 덕분인 것으로 평가된다.” 영국의 더 타임스도 인류가 고통받는 질병 중 80%는 수인성 질병이며, 아직도 수인성 질병으로 하루에 14,000여 명이 사망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만큼 수인성 질병 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시민이 안심하고 수영장을 이용할 수 있게, 성숙한 시민의식과 더불어 보건환경 당국의 보다 철저한 수질 검사와 관리가 필요해 보입니다.

* 취재과정에서 박주양 교수(한양대 건설환경공학부), 오범조 교수(서울대보라매병원 가정의학과), 이원철-이강현 교수(한양대 생명과학과), 최진선 연구원(한양대 자연대 환경생물학전공)의 자문과 연구 자료를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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