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다큐 '그리고 싶은 것', 일본 출판사에 응원을…

[취재파일] 다큐 '그리고 싶은 것', 일본 출판사에 응원을…
  위안부 문제를 다룬 국내 다큐멘터리 '그리고 싶은 것'이 광복절인 15일 전국 20여 개 독립예술영화관에서 개봉됐습니다. 다큐멘터리는 그림책 작가 권윤덕 씨가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사연을 그린 그림책을 일본에서 출판하려다 끝내 거절당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일본의 진보적 출판사인 도신샤(童心社)는 지난 2007년 한국, 중국, 일본 세 나라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평화에 관한 그림책'을 공동 제작해 각국에 동시 출판하자고 제안합니다. 도신샤는 '출간의 말'에서 "태평양 전쟁이 끝난지 65년이 지났지만, 아시아에서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며 "이번 프로젝트는 국가의 차이를 넘어 상호 이해와 고통을 공유하려는 노력"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에는 일본의 도신샤, 중국의 이린(譯林)출판사, 한국의 사계절 출판사가 참여했습니다. 도신샤 측은 "한국이나 중국이 먼저 제안하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였던 일본 측이 먼저 제안해 미래 세대를 위한 뭔가를 해보려는 노력"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권윤덕
                                                     <그림책 작가 권윤덕 씨>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권윤덕 작가는 위안부로 끌려갔던 '심달연' 할머니의 사연을 그림으로 옮깁니다. 심 할머니는 말린 꽃잎으로 그림을 만드는 취미를 갖고 있어, '꽃할머니'라는 별명을 갖고 계셨습니다. 권 작가는 작품의 이름을 '꽃할머니'로 지었습니다. 하지만, 출판사 측은 '일본 우익들의 공격이 우려된다'며 그림책의 그림과 내용을 수정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권 작가가 일부 수정을 했지만, 결국 일본 내 출판은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꽃 할머니'는 사계절 출판사를 통해 2010년 6월 한국에서만 출판됐습니다. 다큐는 이 과정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싶은 것 스
                                           <국내 출판된 '꽃할머니' 그림책 중>

  언뜻 결과만 놓고 보면, 일본 출판사가 출판을 거부한 모양새이지만, 다큐는 도신샤가 아닌 일본의 우경화 세력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도신샤는 과거에도 일본 우익들로부터 수차례 테러 협박을 받을 만큼 진보적 출판사로 알려져 있습니다. 테러 목적을 가진 사람이 갑자기 회사 내부로 뛰어 들지 못하도록 출입구도 회전문으로 만들었을 정도라고 합니다.
  권 작가 작품에 대해 도신샤 내부에서도 깊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작품을 내자"는 의견과 "출판사에 너무 큰 부담을 준다"는 의견이 나뉘었다고 합니다. 최근 일본 우익들은 단순한 거리 시위를 넘어 물리적 테러를 가할 수 있을 정도로 협박과 위협을 노골화하고 있습니다. 도신샤는 '꽃할머니' 그림책에 대해 아직도 일본 내 출판 노력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다만, 당장은 일본 사회의 우경화 분위기가 너무 강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권효 감독
                                                          <권효 감독>

  다큐에서 또 다른 가해자로 비춰진 도신샤 측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궁금했습니다. 다큐멘터리를 연출한 권효 감독은 "다큐가 완성된 이후 도신샤 안에서 시사회를 가졌다"며 "출판사의 많은 분들이 일본 내 출판이 좌절된 상황을 한국 사람만큼이나 안타까워 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리고, "다큐멘터리를 일본 내 시민단체나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상영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도 했다고 합니다. 정식 극장 상영은 어렵더라도 소규모 공동체 단위의 상영 행사를 일본 전국을 순회하며 해보자는 겁니다. 권 감독은 실제 일본어 자막 준비 등 작업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도신샤뿐만이 아닙니다. 일본 내에도 역사를 바로 알고자 하는 양심적인 세력들이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일본 지식인들과 관련 단체들이 최근 일본의 우경화 분위기에 위축되고 있다고 합니다. 다행히 도신샤의 평화 그림책 프로젝트는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도신샤 사이트 클릭] 우리나라에선 말씀드린 것처럼 사계절 출판사가 '꽃할머니'까지 정상 출판하고 있습니다. [사계절 사이트 클릭]  '꽃할머니'의 출판은 좌절됐지만, 일본 그림책 작가들이 평화 그림책 프로젝트에 갖은 기대는 적지 않습니다. 다큐먼터리에도 등장했던 일본 그림책 작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하마다 케이코 작가 인터뷰 기사 클릭]  [다시마 세이조 작가 인터뷰 기사 클릭]

  일본 지식인들의 목소리가 점차 힘을 잃으면 일본 국민들이 올바른 역사 인식을 접할 기회도 점차 줄게 됩니다. 일본 내 양심적 세력들이 더욱 힘을 내주길 응원합니다. 이들의 목소리에 잠시라도 귀를 기울이는 일본 국민들이 늘어나길 기대합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