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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발로 찍은 특종 사진 '볼트와 번개'

AFP 사진 기자 "발로 셔터 눌렀다 "

[취재파일] 발로 찍은 특종 사진 '볼트와 번개'
한 장의 사진이 백마디 말보다 더 깊은 울림과 강한 메시지를 전할 때가 있습니다.

2013 모스크바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m 결승에서 단거리의 황제 우사인 볼트가 결승선을 통과할 때
하늘에 번개가 번쩍이는 장면이 포착된 '볼트와 번개’사진이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습니다.

볼트는 각종 육상 대회에서 우승할 때 마다 특유의 '번개 세리머니'를 펼쳐 자연스럽게 '번개'라는 닉네임을 얻었죠. 공교롭게도 남자 100m 결승전이 열린 지난 12일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의 밤하늘은 갑자기 먹구름으로 뒤덮였고 빗줄기가 흩뿌리면서 수시로 번개까지 번쩍였습니다.

그리고 스타트 총성이 울렸습니다.
우사인 볼트

볼트의 출발 반응 속도는 8명의 주자 가운데 6번째로 느렸지만 긴 다리를 이용한 폭발적인 스퍼트로 강한 빗줄기와 맞바람을 뚫고 9초 77... 올시즌 자신의 최고 기록으로 맨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습니다. 4년 만에 세계 선수권 100미터 왕좌를 차지하는 순간 경기장 밤 하늘에 번개가 쳤고, 볼트가 서 있는 트랙 위로 한 줄기 섬광이 번쩍이는 장면이 한 사진 기자의 카메라에 포착됐습니다.

외신들은 이 한 장의 사진과 함께 "하늘에서도,땅에서도 번개가 쳤다"고 타전했고, "번개는 볼트의 우승을 예고한 신의 퍼포먼스였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특종 사진의 주인공은 AFP통신의 올리비에 모랭 기자입니다.

모랭 기자는 AFP 블로그를 통해 "내 생애 최고의 사진"이라며 사진을 찍게 된 경위와 소감을 자세히 전했습니다. 모랭은 “이 사진에서 내가 한 일이라고는 카메라 프레임을 잡아 놓은 것 뿐으로 전체의 1% 정도에 불과하다”면서 “25년간 사진기자 일을 해왔지만 앞으로 50년간은 이런 사진을 다시 찍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모랭은 “당시 20분간 비와 함께 낙뢰가 있어 모든 사진기자들이 번개와 볼트를 함께 담고 싶었겠지만 번개가 언제 칠지는 아무도 몰랐다”며 "번개가 들어간 행운의 사진은 손이 아닌 발로 찍은 것”이라고 털어놨습니다.

발로 찍었다? 언뜻 잘 이해가 가지 않으실 겁니다. 모랭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이 날 모랭은 들고 다니는 카메라 외에도 5개의 원격 조종 카메라를 결승선 부근에 배치해 놓았는데, 볼트가 결승선을 지날 즈음 발로 무선 조종 셔터를 눌러 찍은 사진이 '볼트와 번개’를 동시에 포착하는 행운의 특종이 됐다는 것입니다.

모랭은 “볼트가 보통 결승선을 통과한 뒤 요란한 세리머니를 하는 장면을 찍기 위한 카메라 배치였는데 볼트가 한참 동안 세리머니를 하지 않은 데다 결승선 통과 사진도 타이밍이 안 맞았다고 낙담한 순간 뜻 밖의 번개로 좋은 사진을 건졌다”고 말했습니다.

신기하게도 볼트의 100미터 경기가 끝난 뒤 경기장엔 비가 계속 내렸지만 하늘에 번쩍이던 번개는 멈췄습니다. 대신 트랙 위에서는 번개 대신 '인간 번개'볼트의 우승 세리머니를 담기 위한 전세계 취재진의 카메라 플래시들이 쉴새 없이 번쩍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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