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규장각 의궤 문제가 지긋지긋해 신물이 난다."
한국과 프랑스 정부가 외규장각 도서 반환 문제 해법을 찾지 못하던 2000년 10월 서울에서 열린 양국 정상회담에서 자크 시라크 당시 프랑스 대통령은 대뜸 '지긋지긋하다'는 말부터 꺼냈다.
프랑스 군대가 1866년 약탈해 간 외규장각 도서 반환 문제를 두고 양국 정부가 얼마나 오랫동안 고민을 거듭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당시 정상회담 통역을 맡았고, 외규장각 도서 반환 실무협상 중 15년 동안 협상에 참여한 유복렬 미국 애틀랜타 부총영사는 14일 발간된 '돌아온 외규장각 의궤와 외교관 이야기'라는 책에서 지난했던 19년간의 협상 일화를 공개했다.
1991년 시작된 협상이 돌파구를 찾지 못하자 양국 정부는 1998년 민간전문가 협상이라는 새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초반 협상에는 역사적 책임 공방만 계속했다.
2001년 민간전문가간 4번째 공식 협상에서 합의된 '의궤 맞교환' 해법도 "인질로 잡힌 장남을 구하려고 차남을 대신 내주는 꼴"이라는 거센 국내 비판으로 없던 일이 됐다.
또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오랜 공백기를 맞았던 협상은 2009년 박흥신 당시 주프랑스대사 부임을 계기로 불씨를 살렸다.
박 대사는 2010년 5월 프랑스측과의 면담에서 "한국 국민은 문화재 맞교환 자체를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그러니 대가를 받을 생각을 말고 그냥 의궤를 돌려주고 대신 한국 국민의 영원한 사의(謝意)를 선물로 받으라"고 설득했다.
수없이 많은 실무협상 끝에 양측은 '대여' 형식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정부는 약탈 문화재를 대여받는 데 부정적인 국내 여론 탓에 계속 망설였다.
우리의 이러한 태도에 프랑스 측은 "대여는 포장일 뿐이고 사실상 반환이라는 점을 사르코지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 때 분명히 이야기하겠다는 데도 믿지 못한다는 거냐"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정부는 양국 정상이 같은해 11월 '5년 단위 갱신되는 대여' 형식에 합의한 이후에도 프랑스국립도서관과 국립중앙박물관간 마지막 협상 타결까지 노심초사했다.
악명 높았던 '마담 상송' 사무장을 비롯해 끝까지 도서 양도에 반발했던 프랑스국립도서관 직원들은 결국 이관 약정 서명식에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유 부총영사는 대여 형식에 대한 비판에 대해 "프랑스가 단지 외규장각 의궤를 돌려주기 위해 자기네 국내법을 개정할리 만무한 상황에서 우리 군대가 무력으로 빼앗지 않는 한 외규장각 의궤 반환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유 부총영사는 프랑스대사관에 두차례 근무하면서 1991년부터 시작해 2010년까지 계속된 19년간의 외규장각 도서반환 협상 중 15년간 협상 실무를 맡았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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