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논설위원칼럼] "대박이다"…인터넷 맛집 유감

[논설위원칼럼] "대박이다"…인터넷 맛집 유감
이번 여름 휴가에 강릉과 속초를 다녀왔다. 또 동해안이냐는 가족의 핀잔을 들어야 했지만 별다른 아이디어가 없는 상황에서 그나마 동해안은 이 곳 저 곳 볼거리, 먹을거리가 상대적으로 많은 지역이기도 하다. 더운 여름 시원한 커피숍에 앉아 동해 바다를 감상할 수 있는 것도 동해안 휴양지의 장점이기도 하다. 특히 최근 들어 강릉 안목항을 중심으로 동해 바닷가 주변은 '한국판 커피로드'라 불릴 만큼 수많은 커피숍이 저마다 다양한 커피 맛으로 관광객을 끌어 모으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휴양지의 여름 풍경이 최근 몇 년 사이에 완전히 바뀌고 있다. 인터넷 맛집의 영향이다. 어느 곳이나 인터넷에 맛집이라고 소문난 곳은 피서객들로 넘쳐난다. 맛집으로 소문난 음식점 앞에 30~40분씩 줄을 서는 것은 이제 피서지에서 흔한 풍경이 돼 버렸다. 특히 스마트폰과 내비게이션으로 중무장한? 피서객들은
맛집이라고 소문난 곳은 시골 구석구석 못 찾아가는 곳이 없게 됐다.

이런 현상은 피서객이 많이 몰리는 지역일수록 더 심해지고 있다. 속초 중심가에 있는 중앙시장은 한때 말린 생선 같은 수산물을 사려는 관광객이나 들르던 한적한 곳이었지만 요즘은 때 아닌 닭강정으로 시장 안 골목이 왁자지껄 발디딜 틈 없이 소란스럽다. 방송에 소개된 한 닭강정 맛집 때문이다. 덩달아 그 옆 씨앗호떡집도 말 그대로 인산인해다. 인터넷에 맛집이라고 소개되다 보니 모든 관광객이 그리로 몰린 까닭이다. 덩달아 줄을 섰더니 그 옆 생선가게 아주머니가 한숨을 내쉬며 한마디 한다. "여기 다 맛이 비슷한데 왜 이 난리인지 모르겠네" 그러고 보니 다른 집은 아예 찾는 손님이 없어 텅 비었다.

속초 초입에 있는 대포항구의 풍경도 예외는 아니다. 인터넷에 OO네 튀김집이 맛집으로 소개된 이후 10여 곳에 이르는 다른 튀김집은 영 썰렁하기만 하다. 인터넷 위력이기는 하지만 뭔가 씁쓸한 풍경이다.

지역 상권이 골고루 발전하려면 이집 저집 경쟁해가면서 음식을 개발하고 손님을 끌어 모아야 할 텐데 인터넷에 소개된 집이 아니면 관광객이 거들떠보지도 않으니 아예 경쟁 자체가 되지 않는다.

물론 방송에 나거나 인터넷에 올라 있는 맛집 중에서는 그 지역 사정에 어두운 외지 관광객에게 나름 검증된 정보를 주는 경우도 꽤 있을 것이다. 그래도 요즘 휴가지에서 마주치는 풍경은 그 도를 넘고 있다.
스마트폰

사정이 이렇다보니 인터넷에 맛집으로 소개된 곳 중에는 평점이나 댓글을 조작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한다. 당장 주변 맛집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댓글 아이디가 다른 데도 음식 메뉴 사진이 어찌 그리 똑같은지..헛 웃음이 나올 때도 많다.

댓글은 또 어떤가. 그야말로 칭찬 일색이다. "정말 대박이다"

하기는 음식점만 그런가. 얼마 전 보도를 보면 영화도 평점을 조작하고 디지털 음원도 순위를 조작하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평점 하나를 올려주는데 3천 원을 받는다던가. 참 어이없는 세상이다.
포털 사이트는 돈을 받고 블로그 검색 순위를 조작하고 그런 내용이 인터넷을 통해 마구 퍼 옮겨지는 게 요즘 세태다.
양철훈 논설위원 대

오랜만에 가족과 휴가지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즐거움은 그 어느 즐거움에 비할 바 아니다. 그렇다해도 한 여름 뙤약볕 아래 몇십 분씩 줄을 서야 한다면, 거기다 서비스는 아예 기대조차 할 수 없다면, 때로는 그 평가가 적당하게 짜고 조작된 것이라면, 이제 한 번쯤 인터넷 맛집에 대해 검증의 잣대를 들이댈 때가 된 것 같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댓글

    방금 달린 댓글
    댓글 작성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300

    댓글 ∙ 답글 수 0
    • 최신순
    • 공감순
    • 비공감순
    매너봇 이미지
    매너봇이 작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