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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미국, 중동에서 길을 잃다 -제 2 편-

흔들리는 ‘아랍의 봄’…길 잃은 미국의 중동정책 <제 ② 편>

[월드리포트] 미국, 중동에서 길을 잃다 -제 2 편-
어찌 보면 이집트에서 미국의 실패는 그리 새로운 것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아프간과 이라크 전쟁으로 막대한 재정적자와 이에 따른 거품 붕괴에 따른 혹독한 대가를 치른 이후 미국은 이미 양대 전선에서 병력 철수를 마무리하는 단계에 와 있습니다. ‘부시의 승리’가 ‘미국의 패배’가 된 뼈아픈 기억은 이후 미국의 대외정책, 특히 중동정책엔 트라우마로 작용하게 됩니다.

우선 시민혁명의 발발에 이은 리비아 내전에선 미국은 아예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의 동맹국들을 앞세운 채 한 발을 슬쩍 뺀 채 사태 개입을 주저합니다. 이후 재건 과정의 석유이권은 대부분 유럽의 거대자본에게 빼앗겼고, 오바마의 새로운 접근법은 지난 해 벵가지에서 벌어진 미 영사관 테러 사건 이후 미국 내 매파들에게 다시 밀리는 양상입니다.


상황2> 미국의 발등에 떨어진 뜨거운 감자 ‘시리아’

게다가 리비아 내전 과정에서 미국이 반 카다피 진영에 암암리에 공급한 무기들이 이후 북아프리카의 이슬람 과격파들의 무장에 자양분 구실을 하게 되자 미국의 운신은 더 폭이 좁아지게 됩니다.  

대표적인 실패의 예가 바로 ‘시리아’입니다.

북한과의 핵 개발 공조와 반미 무장세력인 헤즈볼라 게릴라의 온상 등으로 미국과 이스라엘엔 공적이나 다름없는 아사드 부자 세습 정권이 시민혁명의 들불 속에 사면초가에 몰리고 이어 내전으로까지 사태가 발전했지만 미국은 방관자적 자세를 버리지 못합니다.

시리아 ㅋㅊ


아프간과 이라크에서의 실패의 기억, 그리고 리비아 내전 이후 북아프리카 이슬람 세력의 확산이라는 난제를 안게 된 상황은 반군에 대한 군사지원을 더욱 주저하게 만들었습니다.  알 카에다까지 시리아 내 과격 이슬람 세력이 반군 진영에 전면 결합하면서 상황은 더욱 복잡하게 꼬여 버렸습니다. 미국은 반군에 대한 무기 지원 카드를 만지작 거리다 내려놓기를 반복했고, 이 사이 반군은 내부로부터 사분오열되면서 전열이 흐트러지고 있습니다.

반면 위태롭던 아사드 정권은 미국이 주춤거리는 사이 헤즈볼라 게릴라들의 개입과 이란의 군사지원, 그리고 외교무대에서의 러시아의 방패막이 속에 잃었던 기력을 회복하기 시작했습니다. 곳곳의 전략 거점을 아사드 정부군이 탈환하기 시작했고, 아사드 대통령은 최근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정부군의 승리를 장담하고 있습니다.

이제 미국이 뒤늦은 군사지원에 나선다 해도 과연 반군이 승리할 수 있을 지에 대한 회의가 일고 있습니다. 시리아 내 화학무기 사용을 이른 바 ‘레드라인’ –금지선-으로 선언했던 오바마 대통령의 입장에선 자신의 금지선 발언을 지키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전쟁에 나서야 하는 난감한 상황에 직면한 것입니다.

지난 2000년대 초반 테러와의 전쟁 이후 아프간과 이라크의 반짝 승리가 파 놓은 함정에 빠진 미국의 중동정책이 과연 어떤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미국이 상실한 절대강자의 지위가 비어 있는 가운데 힘의 공백은 미국의 지원을 받았던 중동과 북아프리카 독재자들의 몰락, 즉 시민혁명의 발발과도 맥이 닿아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힘의 공백과 사회변혁의 여진은 시민혁명 이후의 중동의 정정불안의 핵심적 요인입니다. 뒤집어 말하면 중동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종파분쟁과 사회혼란은 수십 년 간 지속됐던 미국의 중동정책이 바로 그 곳에서 길을 잃었음을 보여주는 지표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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