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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21세기 현대판 아방궁(阿房宮)은 어떤 모습?…진시황 아방궁 부활 논란

[월드리포트] 21세기 현대판 아방궁(阿房宮)은 어떤 모습?…진시황 아방궁 부활 논란
역사상 가장 화려한 궁궐하면 어떤 궁전이 가장 먼저 떠오르세요?

사람마다 다양한 답변이 나오겠지만 저는 중국 고대 진나라의 시황제(始皇帝)가 세웠다는 아방궁(阿房宮)이 먼저 생각나는데요.

아방궁이 소실된지 2천여 년이 흐른 지금도 크고, 화려하고, 사치스럽게 꾸민 집이나 건물을 흔히 '아방궁'에 비유하기도하고 또 진시황이 아방궁에서 궁녀들에 둘러싸여 지냈던만큼 아방궁은 향략의 대명사이기도해서 국내에서는 한때 일부 유흥업소 상호명으로도 많이 쓰였던게 사실입니다.
아방궁 윤영현
아방궁은 중국 역사서나 문헌 등에 자주 등장했는데 사마천은 '사기(史記)'에서 이렇게 소개했습니다. 동서로 700m, 남북으로 120m에 이르는 2층 건물로 1만명을 수용할 수 있었고, 죄수 70만명을 동원해 궁전을 지었으나 시황제 생전에는 다 짓지 못하고 2세 황제가 나머지 공사를 진행했다고 적었습니다. 또 기원전 207년 초나라의 항우가 진나라를 멸망시켰을때 아방궁을 불질렀고 3개월동안 불길이 꺼지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당나라때 시인 두보 역시 "300여리를 덮었고 해를 가리웠다"며 아방궁의 장대함과 화려함을 과장해서 묘사하기도 했는데요.

역사서나 두보의 시가 아니더라도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뒤 수백만명을 동원해 만리장성을 쌓기 시작하고
사후까지 염두에 두고 병마용(진흙으로 만든 병사와 말)을 만들었던 진시황이었음을 생각하면 그가 건축하려던 아방궁 역시 규모나 화려함이 상상을 초월했을 걸로 보입니다.
아방궁 윤영현
우리에게는 장안으로 더 잘 알려진 중국 샨시성 시안(西安)에 가면 바로 이 아방궁 유적지가 있습니다.
병마용처럼 2천여 년의 체취를 느낄 수 있는 게 아니라 불과 13년전,  중국 정부가 2억 위안 우리 돈 약 360억원가량을 들여 복원해 놓은 유적지인데요. 그럼에도 복원 이후 해마다 5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을 정도로 인기 관광코스 가운데 하나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아방궁 유적지를 놓고 지금 중국 사회가 시끄럽습니다.

중국 정부가 지난 6월 아방궁 유적지내 기존 시설물을 모두 철거하고 훨씬 더 크고 볼거리도 많이 갖춘 아방궁 유적지를 새로 만들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보잘것 없는(?) 현재의 아방궁 유적지 대신 역사적 고증을 제대로 거친 21세기 현대판 아방궁을 새로 건설하겠다는 건데, 계획 발표 이후 두 달 넘게 찬반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겁니다. 일부 중국 언론에서는 아방궁을 새로 짓기 위해 이미 지난 3월 중순부터 관광도 중단된 상태라고 전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가 구상중인 현대판 아방궁은 어떤 모습일까요?  일단 규모와 시설은 이렇습니다. 궁궐 등 아방궁 유적지 2.3 ㎢를 비롯한 12.5 ㎢ 에 달하는 부지에 박물관과 예술센터, 컨벤션센터, 현대식 호텔 등 서비스업 관련 시설도 함께 건설해 문화관광산업단지로 새단장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중국의 대표적 국유기업인 베이징 서우촹(北京首創)그룹이 380억 위안, 우리 돈으로 약 7조원을 투자할 계획입니다. 형식상 국유기업 자금이지만 사실상 정부 예산 투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12.5㎢......현대판 아방궁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감이 좀 잡히세요? 찾아보니 서울 여의도 면적이 대략 2.9㎢ 정도. 현대판 아방궁 전체 부지(12.5㎢)는 여의도 면적보다 대략 4.3배 큰 셈이고, 이를 축구장으로 환산해보면 대략 축구장 1760개를 합친 크기입니다.  앞으로 들어설 아방궁과 관련 부대 시설, 호텔, 컨벤션센터 등의 규모와 화려함은 아직 보지 못했으니 논외로 치고, 부지 크기 면에서는 실로 '아방궁' 답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중국 당국은 기존의 아방궁 유적지는 부지 선정도 부적절했고, 이미 수지를 맞추기도 어렵게 됐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현대판 아방궁이 건설되면 지역 경제 활성화는 물론 관광객 유치도 획기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건설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아방궁 윤영현
그러나 관영 신화통신 등 다수의 중국 언론은 누구를 위한 아방궁 건설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그렇게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 아방궁을 새로 지을 필요가 있는지 묻고 있습니다. 그것도 불과 13년 전에 360억원이나 들여 만든 시설들을 모조리 철거하고 새로 짓는게 결국 다 돈 낭비 아니냐는 겁니다. 7조원에 달하는 엄청난 돈을 아방궁 건설에 쓸게 아니라 민생 개선에 투입하라는 조언도 내놓고 있습니다.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사업 재검토나 건설 취소 등 어떤 조치를 취했다는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2007년 중국에서는 "아방궁은 짓다가 중단한 설계상의 건축물이고 따라서 항우가 이를 불질렀다"는
'고사'는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이 나와 학계가 발칵 뒤집힌 적이 있습니다.

중국 사회과학원 고고학 연구소와 시안시 문물보호국 고고학 전문가들로 구성된 '아방궁 발굴단'이 지난 2002년부터 5년간 아방궁 터를 샅샅이 탐측하고 발굴했는데 건물을 짓기 위한 토대만 남아 있을 뿐
건축물이 완성된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밝힌 겁니다. 또 불탄 흔적도 발견할 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항우가 불태운 궁궐은 아방궁 이전의 진나라 궁궐인 함양궁을 가리킨다고도 주장했습니다.

즉, 아방궁은 설계상으로만 존재하고 건물을 세우기 위한 토대만 닦은 후 진나라가 멸망하자 중단된 미완성의 공사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중국 정부의 현대판 아방궁 건설 계획은 어떻게 결론 날까요?

"아방궁은 없었다"는 고고학계의 최근 주장처럼 그저 계획상으로만, 설계상으로만 존재하다 운명을 다할까요? 아니면 2천여 년 전 진시황이 못다 이룬 꿈을 실현해 실제 완공으로 이어질까요? 완공된다면 과연 현대판 아방궁은 어떤 모습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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