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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박지성 '위송빠레'를 기억하십니까?

  우리 시간으로 어제(일요일) 새벽 네덜란드 에인트호벤 필립스 스타디움에서는 PSV 에인트호벤과 NEC 네이메헌의 정규리그 2라운드 경기가 열렸습니다. 박지성 선수는 '친정팀' 에인트호벤에 입단해 팀 훈련에도 합류했지만 아직 취업허가서가 발급되지 않아 경기에는 출전할 수 없기 때문에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봤습니다. 

  그런데 전반 35분쯤 특별한 장면이 연출됐습니다. VIP석에 앉아있는 박지성 선수의 모습이 경기장 대형 전광판에 잡히자 관중들이 환호하면서 '박지성 응원가'를 부르기 시작한겁니다. 아예 기립해서 박수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팬들도 많았습니다. 

"위송빠레(박지성)!" "위송빠레(박지성)!" 

   국내팬들에게 '위송빠레'로 통했던 이 응원가는 예전 박지성이 에인트호벤에서 뛰던 시절 박지성의 골이 터질 때나 박지성이 뛰어난 활약을 펼칠 때면 필립스 스타디움에 울려퍼졌던 노래입니다. '위송빠레'를 반복하는, 가사도 별게 없고 단순한 노래지만 리듬이 흥겹고 왠지 '중독성'이 있어서 한 번 들으면 흥얼거리게 만드는 매력(?)이 있죠. 8년 만에 그 노래를 홈구장에서 들은 박지성 선수,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습니다.

  저는 박지성 선수 덕분에 에인트호벤에 두번이나 갈 기회가 있었습니다. 첫번째는 2003년 1월초 입단식을 했을때고, 두번째는 2005년 4월 에인트호벤이 프랑스 올림피크 리옹과 유럽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홈경기를 치렀을 때입니다. 2년 반 정도 사이에 박지성의 위상은 '하늘과 땅' 차이로 달라져 있었습니다. 사실 박지성이 처음 입단할 때만 해도 '아시아 선수가 잘할 수 있을까?' '히딩크 감독 덕분에 온 선수' 정도로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입단 첫 해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동안에는 야유도 많이 받았습니다. 그렇지만 적응을 마친뒤 박지성은 PSV에서 가장 사랑받는 선수 가운데 한 명이 됐습니다. 특히 2004-2005 시즌의 활약이 압권이었죠. 정규리그와 챔피언스리그 등에서 44경기에 출전, 11골 7도움을 기록했습니다. 팀 기여도는 기록 이상이었습니다. 박지성-이영표가 주축이 된 2004-2005시즌 에인트호벤은 정규리그와 FA컵 우승, 그리고 유럽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까지 최고의 시즌을 보냈습니다.

  박지성이 8년 만에 '친정팀'으로 돌아왔습니다. 퀸즈 파크 레인저스에서 보낸 1년은 박지성에게는 아마 잊고 싶은 기억일 것 같습니다. 에인트호벤 입단 첫날, 박지성은 구단 방송과 인터뷰에서 "나는 나이를 먹었지만 이 곳은 그대로인 것 같다"며 "마치 고향에 온 느낌"이라고 행복한 모습이었습니다.

박지성 취재파일용


  이제는 스승 히딩크 감독도, 절친한 형이자 동료였던 이영표 선수도 떠나고 없지만 에인트호벤은 박지성에게는 자신의 말처럼 '마음의 고향'과 같은 곳입니다. 익숙한 홈경기장(필립스 스타디움)과 훈련장(헤르드강)이 있고, 8년전 동료였던 필립 코쿠가 지금은 감독을 맡고 있습니다. 또, 2005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단했을때 적응에 많은 도움을 줬던 판 니스텔루이까지 친정팀으로 돌아와
인턴 코치를 맡고 있으니 박지성에게는 더욱 반가운 일입니다.

  때마침 에인트호벤의 챔피언스리그 최종 플레이오프 상대가 이탈리아 AC밀란으로 결정됐습니다. 분명 쉽지않은 상대죠. 그렇지만 박지성에게는 유난히 '좋은 기억'이 있는 팀이기도 합니다. 박지성은 2004-2005 시즌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때 밀란의 철벽수비를 무너뜨리는 멋진 선제골을 터뜨렸습니다.(이 골은 박지성이 맨유에 입단하는데 결정적인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또, 맨유 시절에도 2009-2010 시즌 16강전때 '중원의 마술사' 피를로를 꽁꽁 묶은데 이어 골까지 기록했습니다. 박지성에게는 자신의 진가를 입증할 최고의 무대가 마련됐습니다.

박지성 취재파일용
박지성 취재파일용


  예전 맨유와 함께 그랬던것처럼, 이제는 에인트호벤과 함께 박지성이 챔피언스리그 무대를 누비는, 그리고 박지성이 골을 넣고 필립스 스타디움에 '위송빠레'가 울려퍼지는 기분좋은 상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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