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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미국, 중동에서 길을 잃다

흔들리는 ‘아랍의 봄’… 길 잃은 미국의 중동정책 <제 ① 편>

[월드리포트] 미국, 중동에서 길을 잃다
이슬람교의 가장 성스러운 달이라는 금식월 라마단이 지나고 이제 이슬람교의 2대 명절 가운데 하나인 ‘이드 알 피트르’ 라는 연휴기간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습니다. 곳곳에서 이어지는 유혈사태 속에서도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대다수 무슬림들은 우리의 설이나 추석처럼 친지와 가족들이 모여 따뜻한 명절 연휴를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연휴가 끝나가면서 명절 분위기에 덮였던 중동전역의 불안한 정세가 다시 부각되고 있습니다. 예전 같으면 서슬 퍼런 독재권력과 이들을 방패삼은 미국이 힘을 앞세워 불안정의 요인들을 제거했겠지만, 시민혁명 이후, 그것도 ‘아랍의 봄’이라 불리는 거대한 변화의 소용돌이가 어디로 갈 지 갈피를 잡지 못하면서 지역의 균형자 내지 조정자 마저 사라진 상황이라 불안감은 더 합니다. 특히 최근 중동과 북아프리카 전역으로 확산되는 종파 분쟁 속에 미국의 중동정책은 길을 잃고 표류하며 역내 영향력을 급속히 상실해 가고 있습니다.

상황1> 이집트, 더 이상 미국의 밥이 아니다.

지난 2008년 취임 첫 해 오바마 미 대통령은 전임 부시 대통령의 일방적 외교정책과 대테러전쟁이후 반미감정이 극에 달했던 중동 정책의 변화를 선언하며 그 첫 일정으로 미국 중동정책의 핵심인 이집트 카이로를 방문했습니다. 카이로 대학 연설에서 이슬람에 대한 존중과 공존을 역설하며 아랍어로 곁들였던 그의 연설은 청중들의 열렬한 환호를 이끌어 내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오바마의 새 중동정책은 몇 년 뒤 ‘아랍의 봄’으로 불리는 시민혁명이 들불처럼 번지면서 우왕좌왕하기 시작합니다. 미국의 맹방인 이스라엘의 안위를 우려한 미국은 중동평화협정 당사국이자 미국의 이해를 충실히 대변해 온 독재자 무바라크가 거센 퇴진 요구에 직면하자 우유부단한 입장을 보이다 결국은 이집트 국민들의 성난 기세에 밀려 어쩔 수 없이 그의 퇴진을 받아들입니다.

오바마


이 과정에서 이미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이집트 국민들의 신뢰는 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무르시 정권 축출 과정에서도 미국의 이런 어지러운 행보는 바뀌지 않습니다. 군부 쿠데타로 무르시 정권이 붕괴하자, 미국은 군부의 무르시 축출을 쿠데타로 규정할 지를 놓고 한참을 고민합니다. 결국 케리 국무장관은 군부 쿠데타에 대한 이집트 내 광범위한 지지 여론을 확인한 뒤 군부의 행동을 ‘민주주의 이행의 과정’으로 평가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후 라마단 기간 내내 계속된 무르시 지지자들의 시위 속에 사태 중재를 위해 방문한 맥케인 의원 등은 미국 정부와는 달리 군부 쿠데타를 강력히 비난하며 무르시 석방 등을 요구합니다. 이집트 과도 정부와 반 무르시 진영은 격분했고, 맥케인 의원의 이집트 방문 이후 전격적으로 외국의 중재 노력이 실패했다며 이슬람 진영과의 협상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이후 미국은 신임 이집트 대사에 중동에서 잔뼈가 굵은 로버트 포드 현 시리아 대사를 이임 지명했지만, 이집트 과도 정부는 물론 이집트 언론들도 신임 포트 대사를 ‘첩보 세계의 수퍼스타’ 등으로 표현하며 격렬한 비난을 퍼붓고 있습니다.

일각에서 미국에 매년 제공해 온 15억 달러의 원조를 무기로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는 이집트 정부를 견인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만 또 다른 쪽에선 이집트가 과거 독재정권 시절 미국의 중동정책을 뒷받침하는 대가로 지불해 온 원조를 포기해도 아무 상관없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사우디와 아랍 에미리트, 중국 등 새로운 돈줄은 얼마든 지 있다는 겁니다.

그렇다고 전통적인 반미노선에 기초해 세를 불려온 이슬람 진영, 즉 무르시 지지세력들이라고 해서 미국을 좋아할 리 만무합니다. 무르시 집권 기간 내내 미국이 NGO 등을 측면 지원하면서 이집트 내 비 이슬람 세력의 정치적 영향력 확장을 도모하자, 돈줄을 죄고 관련 인사들을 체포하는 등 마찰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또 반미감정이 나날이 고양되고 있는 이슬람 세력의 기반을 고려하더라도 미국이 마치 무르시 진영의 편을 드는 것 같은 양상도 별로 반기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결론적으로 미국은 현재 이집트 내의 어떤 정치세력으로부터도 환영 받지 못하는 ‘낙동강 오리알’같은 신세로 전락했습니다. 힘으로, 돈으로, 무기로 독재자들과 교류하며 영향력을 유지하며 이해를 관철해 온 초강대국 미국의 모습은 이미 중동에선 잊혀진 지 오래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새로운 균형자의 역할을 인정받고 있지도 못하니 오바마의 중동정책이 전임자 부시보다 별로 나을 게 없는 입장입니다.

2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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