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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영수회담…어쩌다 이렇게 꼬였을까?

[취재파일] 영수회담…어쩌다 이렇게 꼬였을까?
국가정보원 국정조사 문제로 촉발된 정국 불안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증인채택 문제로 장외투쟁에 나섰던 야당이 대통령과의 회담을 계기로 원내 복귀의 명분을 찾는 듯 했지만 회담의 형식 문제를 놓고 청와대와 여당, 야당이 엇박자를 내면서 오히려 서로 간에 감정만 덧나고 말았다.

회담이 형식 문제를 놓고 이렇게 꼬이게 된 이유는 뭘까?


◈ 3자 회동 제안… 靑과 사전 조율 있었나?

정국 타계책으로 박근혜 대통령과의 단독 회담을 제안한 쪽은 민주당이었다. 김한길 대표는 지난 3일 "엄중한 상황에 처한 정국을 풀기 위해선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머리를 맞대고 적극적으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지금은 형식이나 사전의제 조율 이런 게 필요하지 않은 시점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조속한 회담을 촉구했다. 지난달 말 불발된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의 회담 재추진에 대해서는 "지금 여당 지도부에게 정국을 풀 열쇠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청와대는 김 대표의 제안에 대해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김한길 대표를 만나봐야 남재준 국정원장의 해임이나 국회 내 국정조사 TF 구성 같은 원내 문제를 요구할 게 뻔한 데 어느 것 하나 들어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이틀 뒤, 황우여 대표는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함께 만나는 3자 회담을 제안했다. 황 대표는 "민주당과 박근혜 대통령은 조속한 시일 내에 여야, 대통령이 함께하는 3자 회담을 수락해 국정 현안 해결의 길을 열어주길 간곡히 호소한다"고 밝혔다.

황우여 캡쳐_500



◈ 靑 5자 회담 제안, 여권 불통의 산물?

뜻밖의 제안에 청와대와 여당 모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청와대에서는 여당 대표가 나서 정쟁적 사안에 대통령을 끌어들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또 여당에서는 여야 간에 풀어야 할 사안임을 강조해온 원내대표와 전혀 다른 메시지를 던져 혼선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각각 제기됐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황 대표의 3자 회담 제안이 청와대와의 사전 조율이나 최경환 원내대표와의 상의 없이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황 대표가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청와대를 활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왔다.

다음 날 청와대는 즉각 반응을 내놨다. 다만 황 대표가 제안했던 3자 회담이 아닌 여야 원내대표까지 참여하는 5자 회담이었다. 청와대는 대부분의 현안이 원내 사항인 만큼 원내대표까지 함께 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친박 핵심인 최경환 원내대표를 회담의 안전판으로 포함시킨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 여권 불통 의혹부터 불식시켜야

하지만 이번엔 민주당이 회담을 거부했다. 김한길 대표는 "단독회담의 형식이나 의전을 따지지 않겠다고 했더니, 박근혜 대통령은 여야 지도부 회의를 소집해 주재하려는 것 같다"며 박 대통령의 5자회담 역제안을 비판했다. 조율되지 않은 여권 내의 잇단 의사 결정들이 일을 더욱 꼬이게 한 셈이었다.

황우여 대표는 지난 8일 또 한 번 대통령과 여야간의 회담을 제안했다. 황 대표는 "원내 문제가 포함됐다면 5자회담을, 그게 아니라면 민주당이 주장하는 3자회담을 해 의견교환을 하는 자리를 조속히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종의 수정 제안이었다.

이번 황 대표의 제안이 청와대나 원내지도부와 상의된 것인지, 독자적 판단에 따른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여당 대표로서 충분히 해봄직한 고민이요 제안이다. 문제는 황 대표의 이런 제안을 실세 원내대표와 실세 사무총장 사이에서 입지가 좁아진 당 대표의 '자기 장사'로 보는 당내 시각도 없지 않다는 점이다.

여야 간 셈법도 복잡한데 여당 내 역학관계까지 이처럼 뒤엉켜 있는 게 사실이라면 형식과 내용을 놓고 꼬인 현 정국을 풀기란 더욱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은 당 대표와 원내대표 투톱 체제다. 집안 정리도 안 된 상태에서 야당과 소통이 될 리 없다. 여당 내에서 소통 부재라는 말이 나와선 안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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