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되면 연소득 4,500만 원인 3인 가족의 경우 소득세가 같은 조건이라면 5만원 더 늘어난다. 가족 수가 적거나 고소득일수록 환급액은 더 줄어, 전체 근로자의 상위 28%인 434만 명의 세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소득구간별로 세 부담 증가액은 16만원에서 865만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정부는 추산했다.
◈ 민주당 "대기업·부유층 봐주기 세제개편"
민주당은 "대기업과 부유층은 그대로 놔둔 채 유리지갑만 털겠다는 것으로 최근 경제민주화 포기선언에 이은 명백한 민생 역행이라면서 "중산층을 더욱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세제는 법으로 정한다"면서 "민주당은 결코 세법이 이대로 통과되는 것 좌시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장병완 정책위의장은 "상위 1%를 보호하기 위해 중산층에 세 부담을 전가하는 조치"라며 전임 이명박 정부 때 만들어진 '부자감세'를 철회하면 매년 24조원의 세입을 늘릴 수 있는데도 대기업이나 고소득자가 아닌 평범한 월급쟁이에게 세 부담을 뒤집어씌웠다고 주장했다.
"과표 구간 1억5천만원(연봉 2억원 이상) 초과 구간의 고소득자에 대한 추가 과세를 먼저 해야 하는데 신용카드 소득공제율 축소, 의료비와 보험료 소득공제 배제 등으로 서민과 중산층 가구의 가처분 소득을 더욱 악화시켰다"고도 지적했다.
◈ 새누리당 "과세 형평성 개선"… 속은 '전전긍긍'
새누리당은 상대적으로 고소득층에게 유리한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꿔 형평성을 높이고 대기업에 대한 과도한 세제지원을 축소해 세원을 넓혔다는 점에서는 긍정적 평가한다며 정부의 세제 개편안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그동안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한 '유리지갑' 중간 소득층과 샐러리맨의 세 부담이 지나치게 증가하는 것은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면서 국회 심의과정에서 중간 소득자의 세 부담을 소득구간별, 가구별 특성에 따라 꼼꼼히 분석해 한꺼번에 세 부담이 증가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사실 정부가 세제 개편안을 마련한 뒤 새누리당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세액공제 전환으로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계층이 여론에 입김이 강한 사무직 근로자들이라는 점을 껄끄러워 했다. 또 내년에 지방선거가 있다는 점도 여당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복지 정책 등 공약 실천을 위한 재원 마련 방안과 관련해 "증세는 정말 마지막 수단이 돼야 한다"며 "지하경제 양성화와 SOC사업 축소 등으로 공약을 실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를 근거로 이번 세제 개편안이 결국 증세는 않겠다던 약속을 파기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야당에 이어 여당까지 정부의 세제 개편안에 우려를 섞인 반응을 내놓자 부정적인 기류가 상승작용을 불러 일으키면서 '공약 위반'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번 개편안은 박 대통령 공약 이행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봐야 한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출입기자단과의 오찬에서 "무조건 증세 말할게 아니라 씀씀이를 줄여야 한다. 지하경제 양성화, 비과세 감면 등 잘못된 것을 조정해야 한다"고 말해 비과세 감면을 줄이겠다는뜻을 밝힌 바 있다. 말 바꾸기나 공약 파기가 아니라 오히려 공약 이행인 셈이다.
◈ 개편 취지 왜곡은 안 돼
국민 입장에서 늘 받던 공제 혜택이 축소되거나 없어지면 당연히 증세가 된 것처럼 느끼기 십상이다. 하지만 증세란 엄밀히 말해 세율이 인상되거나 세목이 신설되는 것을 말한다. 기존에 받던 소득공제 '혜택'이 줄었다고 해서 '증세'라고 말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
또 자영업자나 기업체는 놔두고 세금 걷기 편한 근로 소득자들의 유리지갑만 털어간다는 비판 역시 정서상으로는 공감가는 바가 크지만 철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의사, 변호사 같은 고소득 자영업자도 있지만 상당수 자영업자는 생계형이다. 기업 법인세도 무작정 올리려 했다가는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
국가가 더 가진 사람에게 세금을 거둬 덜 가진 사람에게 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실 기존의 소득공제제도가 씀씀이가 큰 고소득층에게 더 유리했던 것은 사실이다. 역진적인 제도를 손질하는 것 자체를 나무랄 순 없다. 정략적 목적을 위해 개편의 취지 자체를 호도하려 해선 안된다.
정치권이 이제부터 해야할 일은 정부가 행여 만만한 월급쟁이들을 상대로 손쉽게 세금을 걷으려는 건 아닌지, 정부 말처럼 고소득 자영업자들에게는 제대로 세금을 물리고 있는지, 기업의 세제 혜택에 부당한 점은 없는지, 현재 법인세는 적정한 것인지 등을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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