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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로운 여름…한증막 더위에 불청객 매미 극성

냉방온도제한으로 공공기관도 '찜통'<br>밤에는 열대야 아이스팬츠·쿨매트 등 인기…심야 영화관 만원

괴로운 여름…한증막 더위에 불청객 매미 극성
 '맴∼맴∼매∼앰…' 동도 트지 않은 새벽.

서울 성동구 옥수동의 한 아파트에 사는 김모(31·여)씨는 매미 소리에 잠을 깨자마자 반사적으로 난간 창문을 흔들어 방충망에 붙은 매미를 쫓았다.

잠시 후면 또 다른 매미가 방충망에 붙어 시끄럽게 울어댈 건 뻔했지만 그렇다고 이 무더운 열대야에 창문을 꼭꼭 닫고 잠을 잘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다시 잠자리로 돌아온 김씨는 결국 귀에 소음 방지 귀마개를 구겨 넣었다.

에너지를 절감한다며 낮에도 찜통인 사무실에서 하루를 보내려면 어떻게든 잠시라도 눈을 붙여야 했기 때문이다.

◇'입추'라는데…올 여름 들어 가장 더워 8일 기상청에 따르면 입추였던 전날 전주와 서울 낮 최고기온이 각각 37.6도, 31.9도를 기록하는 등 전국이 35도를 오르내리는 찜통더위가 이어졌다.

전국의 불쾌지수도 대부분 사람이 불쾌감을 느끼는 수준인 80을 훌쩍 넘은 85를 기록했고 서울은 1일 밤부터 엿새 연속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열대야가 나타났다.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됐지만, 예년과 달리 전력난에 따른 에너지 절감 정책으로 더위를 피할 곳을 찾기도 쉽지 않은 일이 됐다.

대학생들의 대표적인 피서 공간이었던 도서관은 구청 지침에 따라 간헐적으로 냉방기 가동을 중단하면서 '찜통'이 되기 일쑤다.

백화점·대형마트·은행 등 에너지 다소비 건물의 냉방온도가 26도 이상으로 엄격히 제한됐고, 공공기관은 사실상 냉방 가동이 중단돼 직원들의 불만이 속출했다.

공무원 양모(37)씨는 8일 "더위 절정 시간대에 냉방기 가동을 중단하면 사무실 온도가 35도는 예사"라며 "낮에는 사무실에서 더위에 시달리고 밤에는 열대야로 잠을 자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덥고 환할수록 커지는 매미소리…'취침 방해꾼' 밤새 들리는 매미 소리는 무더위에 지친 사람들을 괴롭히는 또 하나의 '골칫덩이'다.

매미 울음소리에 잠을 이룰 수 없다며 매미를 쫓아달라는 민원이 구청에 접수되어도 구청은 매미가 병해충으로 분류되지 않아 방역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매미가 나무에 해를 주는 것은 아니므로 시끄럽다는 민원으로 살충제를 뿌릴 수는 없다"며 "공사장 소음처럼 소음 크기를 측정해 과태료를 물릴 수도 없는 것 아니냐"라고 난감해했다.

수도권의 한 아파트 단지는 조도가 낮으면 울지 않는 매미의 특성에 주목해 밤새 아파트 단지의 조명을 끄는 정책을 도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귀갓길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결국 매미 울음소리를 피하기 위한 이런 아이디어를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장이권 교수는 "문제가 되는 말매미 떼는 보통 28도 이상의 밝은 곳에서 짝을 찾으려 우는 경향이 있다"며 "현재로선 녹음을 조성해 매미가 울지 않는 수준으로 도심 온도를 낮추는 방법 외 대안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더위와의 전쟁, 어떻게 이길까 더위가 절정에 이르면서 더위를 피하기 위한 다양한 상품과 아이디어도 쏟아지고 있다.

특히 아이스팬츠, 쿨링매트 등 촉감이 시원한 특수 소재로 만든 제품이 단연 인기다.

여성의류 쇼핑몰을 운영하는 김선영(26·여)씨는 "장마 이후 아이스 레깅스나 아이스팬츠 등 상품은 판매 리스트에 올리자마자 동나 최근 네 번이나 재주문했다"고 말했다.

무료로 열리는 문화 공연을 찾아 더위를 잊고 열대야를 피해 심야영화관이나 한강을 찾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송은하(27·여)씨는 "더워서 잠이 안 오는 금요일에는 심야영화를 보러 간다"며 "밤 11시가 넘은 시간에도 더위를 피해 극장은 꽉 들어찬다"고 말했다.

공항도 피서지로 꼽힌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공항철도를 타고 인천공항에 와서 매일 열리는 문화공연을 보면서 쉬다 가는 노인들이 적지 않다"며 "다만 요즘은 공항도 전력난으로 온도를 많이 낮추지 못해 예전처럼 시원하지는 않다"고 했다.

장가영(26)씨는 "집에서 선풍기를 틀어놓고 아이스크림 먹으면서 TV를 시청하는 게 최고 피서"라며 "요즘 같을 땐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게 상책"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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