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이번에 중학생이 되는 아이 학교 문제로 담당 선생님에게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곧바로 답장이 날아 오긴 했는데 "지금 휴가 중이니 2주일 뒤에 다시 연락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미국 사람들은 공과 사의 구분이 매우 뚜렷합니다. 특히 일하는 것과 노는 것의 구분은 당황스러울 정도로 분명합니다.
자,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주말 여름 휴가를 떠납니다. 미 동부 매사추세츠주의 '마사스 바인야드(Martha’s Vineyard) 섬'이라는 곳입니다. 미 동부의 부호들이 휴양지로 즐겨 찾는 곳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통령에 취임한 첫해인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 내리 8월에 이곳을 찾았습니다.마음에 들었던 모양입니다. 일주일에 3만5천달러짜리 별장을 빌려서 휴가를 즐겼습니다. 작년은 재선 캠페인이 한창일 때여서 휴가를 가지 못했습니다. 이전에 묵었던 별장이 주인이 바뀌는 바람에 올해는 아마도 다른 별장으로 가야 할 것 같다고도 합니다. 작년 크리스마스는 고향인 하와이에서 보냈습니다.
미국의 대통령들은 대략 일년에 한 달 정도 휴가를 다녀 옵니다. 휴가 기간은 철저히 가족과 함께 보냅니다. 여당도 야당도 국민도 국정현안에 대한 주문을 하지 않습니다. 대통령도 놀 때는 놀아야 한다는 것이 미국 사람들 생각인 듯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지금 미국은 테러 비상이 걸려서 난리가 났습니다. 알 카에다가 대규모 테러를 계획하고 있다는 겁니다.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 19개 공관을 폐쇄하고 예멘 대사관의 경우는 직원까지 전원 철수시켰습니다. 이런 비상 상황은 아마도 8월 말까지 이어질 듯 합니다. 그런데도 아직 대통령이 휴가를 취소하거나 연기했다는 말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아마도 예정대로 휴가를 떠날 겁니다.
또 다른 장면을 하나 소개하겠습니다. 워싱턴 한국전 기념공원에서 한국전 종전 60주년 기념행사가 열린 지난 7월 27일, 미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이 행사에서 연설을 마친 오바마 대통령이 낮 12시 반쯤 인근의 군 골프장인 포트 벨보아(Fort Balvoir)에 나타났습니다. 미국 언론들은 "정전기념행사를 마친 오바마 대통령이 젊은 참모들과 함께 일상적인 토요일 골프를 즐겼다"고 전했습니다. 비록 60년 전의 일이라고는 하지만 5만여 명의 미군 병사가 숨진 한국전 종전 기념일의 골프를 '일상적인 토요일 골프'로 전하는 미국 언론들의 태도는 아무래도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다시 휴가 얘기로 돌아가 보죠. 박근혜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오자 마자 청와대 비서실 개편을 단행했습니다. 그것도 놀라울 정도로 파격적인 인사였습니다. 박 대통령의 휴가 기간은 7월 29일부터 8월 2일까지 닷새였습니다. 한국 언론들은 이 기간 동안 박 대통령이 개성공단 문제와 G20 정상회의 준비, 국정원 선거 개입을 둘러싼 야당과의 협상 문제 등 난마처럼 얽힌 국정 전반에 대한 해법 마련에 몰두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여기에 박 대통령은 돌아오자 마자 청와대 인사 카드까지 꺼내 들었습니다. 어찌 보면 몸만 휴가지에 있었지 마음은 청와대에 있는 것보다 더 복잡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미국의 대통령 휴가와는 달라도 너무 다른 풍경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역사가 다르고 문화가 다르고 국민 정서가 다른 미국과 한국의 경우를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지도 모릅니다. 공과 사를 지나치게 구분하는 미국의 문화가 반드시 옳다고도 볼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비록 대통령이라고는 하지만 닷새간의 여름휴가도 온전히 즐기지 못하는 나라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이 어떻게들 느껴지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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