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그런지 우리 상식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 자주 벌어집니다. 창춘의 한 시장에서 갑작스런 뇌졸중으로 노인이 쓰러졌는데 백여 명 가까운 사람들이 못 본 척 합니다. 두 살배기 여자 아이가 차에 치어 쓰러져 숨져 가는데 수많은 행인들이 멀찍이 돌아서 갈 뿐 구조할 생각조차 하지 않습니다. 태어나자마자 버려져 숨진 신생아의 시신이 길거리에 놓여 있는데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아 결국 사흘 만에 경찰이 처리했습니다. 등등.
우리는 이런 사건들에 대한 보도를 보며 중국인들은 몰인정하고 비인간적, 이기적이라고 흉보고 욕합니다. 그렇게 삭막하고 차가운 사회에서 어떻게 사나 혀를 찹니다. 그런데 제가 1년 넘게 살면서 접한 중국인들은 그런 세간의 평과는 조금 다릅니다.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친절하고 따뜻한 품성의 중국인을 자주 봅니다. 아니, 언론에서 보도하는 냉혈인은 오히려 만나기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중국에서도 특별하게 발생한 사건을 지나치게 일반화해 우리가 중국인을 오해하는 것은 아닐까요?
최근 중국의 인터넷에 올라온 이 장면을 보면서 저의 그런 생각은 확신으로 굳어졌습니다.
첨부한 동영상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장소는 중국 남동부의 항저우의 한 거리입니다. 지난달 30일 산둥성 출신의 한 근로자가 동료와 함께 견본품을 갖고 거리에 막 나선 순간, 갑자기 이 남성이 가슴을 움켜쥐며 기절합니다. 동료의 부축을 받으며 다시 일어섰지만 얼마 뒤 다시 쓰러져 의식을 잃고 맙니다. 갑작스런 심장병이 온 것입니다.
그러자 지나가던 한 젊은이가 바로 자신의 휴대전화로 구조대에 연락해줍니다. 급하게 지나가던 한 사무원은 근처에서 적당한 목침을 구해오더니 환자의 머리에 받쳐주고 다시 길을 재촉해갑니다. 유니폼을 입은 여성은 심폐소생술을 시도하도록 유도하면서 목을 잡고 기도를 열어줍니다. 드디어 구조대가 왔습니다. 구급요원이 정식으로 심폐소생술을 시도하고 있는데 갑자기 비바람이 몰려옵니다.
한 남성이 자신의 윗옷을 벗어 가리려 하지만 역부족입니다. 그러자 지나가던 여성이 자신의 우산을 내줍니다. 그 모습을 본 인근 상인이 파라솔을 급하게 가져옵니다. 또 다른 상인이 더 큰 파라솔을 가지고 달려옵니다. 그것으로도 모자라다고 생각했는지 다른 행인이 또 파라솔을 빌려와 비바람을 막아섭니다. 구조대가 환자를 들어서 구급차에 싣는 순간까지 행인들은 파라솔을 놓지 않습니다.
요즘 항저우는 40도를 넘나들 만큼 덥습니다. 그런데도 저마다 바쁜 행인들이자 상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낯모르는 환자를 돕기에 나섰습니다. 보상을 바란 것도, 칭찬을 기대한 것도 아닙니다. 그저 불행에 빠진 이웃에 반사적으로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중국에는 사람이 너무 많다보니 사람 사이의 간격이 지나치게 좁고 그래서 일종의 척력이 존재합니다. 사연이 많은 역사 속에서 얻은 좋지 않은 기억으로 다른 사람의 일에 관여하기를 꺼리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중국인들의 인간성이 특별히 나빠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중국의 독특한 상황 속에서 나오는 태도일 뿐입니다. 그나마도 이제 사회가 안정되고 생활이 부유해지면서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중국의 거리와 사회에 더 따뜻한 인정이 흘러넘칠 것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