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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민주당 '영남 3선' 조경태 "나는야 문재인 저격수"

[취재파일] 민주당 '영남 3선' 조경태 "나는야 문재인 저격수"
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사태 이후 민주당 내부에서  국가기록원에 있는 대화록을 공개하자고 제안했던 문재인 의원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졌었습니다. 친노 인사들을 중심으로 강한 반발이 이어지면서 민주당 내부가 한때 부글부글 끓었었는데요. 김한길 대표가 '모든 책임을 당 대표가 지겠다'고 나서면서 상황은 일단락 됐습니다.

국정조사 정상화 협상의 주도권이 당 지도부로 넘어가면서 국조 특위 위원을 중심으로 한 친노 인사들과의 보이지 않는 갈등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한때 계파 통합의 용광로를 외쳤던 당내부는 계파 갈등이라는 용암을 안고 있는 형국입니다. 그래서 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사태를 복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계파갈등은 구문이자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입니다.

계파갈등을 둘러싼 정설은 언론을 통해서 다들 보셨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는 '외전'의 개념으로 크게 부각되지 않은 의원들간의 라이벌 구도를 다루고자 합니다. '라이벌'이라는 표현 자체가 사실을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만 누가 부추긴 것이든 간에 갈등은 갈등이기 때문에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조경태  "나는 영남 3선"

대화록 실종 사태 직후 표면적으로 반발했던 인사들은 박지원, 김영환, 조경태 의원입니다. 이 중에서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조경태 의원을 주목해 보고자 합니다. 발언의 수위가 가장 높았던 인사이기도 했고 당 지도부가 사태를 무마하려고 했을때 조경태 의원은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하며 문재인 의원을 겨냥해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더 이상 당에 해를 끼치지 마라" "한 말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라"며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고 나선 것입니다.

문재인 의원과 조경태 의원은 도데체 무슨 악연이라도 있던 것일까요?
 
조경태 의원의 지역구는 민주당 내에서는 대단히 구별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우리 정치의 특징은 거대 양당이 영호남 지역으로 뚜렷하게 나뉘어져 있다는 것인데 조경태 의원은 민주당의 불모지인 부산 사하지역에서만 3선에 오른 전무후무한 기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 5.4 전당대회에서는 '영남 3선' 이라는 슬로건 하나로 2등 최고위원에 당선됐습니다.

국회에도 보이지 않는 엄격한 서열이라는 게 존재합니다. 군대에서는 계급이지만 국회에서는 선수가 중요합니다. 원내대표나 국회 상임위원장을 하려면 최소 3선이상의 국회 경험이 있어야합니다. 3선은 유력 정치인이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재인 의원, 대통령 비서실장부터 참여정부 요직을 두루 거친 핵심 인사지만 어쨌든 지난해 처음 의원직 도전을 한 겁니다. 그러나 당시 문 의원은 조경태 의원과 특별한 선거지원을 부탁하지는 않았습니다. 당시 조 의원 측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과 함께 상당히 불쾌해 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영남에서 당선되려면 부산지역을 처음 개척한 영남 3선 조경태 의원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습니다. 조경태 의원의 노하우를 전수받지 않고서 어떻게 승리를 장담할 수 있느냐는 얘기도 조 의원 지지층에서는 나왔습니다.

문재인 의원은 대신 총선 당시 문성근, 김정길 후보와 함께 '문성길' 벨트를 선언하며 열심히 유세에 나섰습니다. 영남3선을 제외한 나머지 영남지역 도전이 처음인 의원들이 선거연대에 나선 것입니다. 이 지점이 여의도 정가가 기억하는 조경태 - 문재인 갈등의 서막입니다. 영남 3선이라는 독보적인 브랜드로 지역구도 타파의 선봉장, 노무현 전 대통령이 4전 5기 도전에도 불구하고 이룩하지 못한 영남에서의 당선을 이룩한 업적을, 문재인 의원측이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민주당 영남 정치인이라는 타이틀을 빼앗으려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갈등은 지난해 대선 경선 당시 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영남 지역 민주당 대표주자가 누구냐는 타이틀을 걸고 벌이는 일종의 자존심 전쟁이 불붙었습니다. 조경태 의원은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때 9명의 후보가 나왔을때 조의 대선 출마 선언을 합니다. 6명 컷오프에서 탈락하긴 했습니다만 당시 조 의원이 내건 게 바로 문재인 5대 불가론입니다.  비서실장 출신이라 자질이 부족하다.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에 비해 경쟁력에 문제가 있다. 이 밖에 기회주의 패권주의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책임 등을 들며 강하게 문재인 의원 불가론을 주장했었습니다.

컷오프에서 탈락한 뒤에도 조경태 의원은 문재인 후보가 아닌 김두관 후보 지지선언을 합니다. 기자들이 김두관 후보 선택의 이유가 있느냐고 물어봤을때 조 의원은 경선 흥행을 위해 후보들에 대한 지지가  골고루 분산돼야 하지 않겠느냐고 언급했습니다. 담담한 설명이긴 했습니다만 당시 기자들은 조경태-문재인 의원의 감정의 골이 상당히 깊다는 증거가 아니냐고 얘기했었습니다.

사실 조경태 의원도 엄밀히 계파를 구분한다면 시작점은 친노로 봐야할 것 같습니다. 노 전 대통령과 96년부터 인연이 있었고 민주당 공천으로 부산 지역에서 10년 가까이 출마를 하며 지역주의 타파의 선봉역할을 했었죠. 그런데 이른바 참여정부 청와대 인맥이나 수도권을 비롯한 당 주류에서 활동해왔던 친노 인사들과는 예전부터 거리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원외와 지역에서 주로 활동하며 당 핵심 인사들과의 교류가 적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빙산도 갑자기 쪼개지는 건 아닙니다. 조그만 틈이 오랜 시간동안 서서히 벌어지면서 무너지는 것이죠. 17대 의원으로 국회에 입성한 뒤부터 조경태 의원은 친노라는 계파에서 멀어지게 되고 지금은 당내에서 비노의 선봉장이 되버렸습니다..

사실 더 궁금한 건 조경태 의원의 잇따른 도발에 문재인 의원 측 반응이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영남 3선 의원이 나서서 각을 세우고 비판을 하면 문재인 의원이 아니더라도 친노 인사들이 당내 갈등을 유발시키지 마라 또는 자중하라 반응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친노 측 반응은 '물어보지도 마세요.' 라는 말이 전붑니다. 총선 때도 그랬고 대선 때 문재인 5대 불가론 때도 그랬고 이번 NLL 대화록 실종 사태때는 사실상 의원직 사퇴까지 요구했는데 늘 항상 비슷한 반응입니다. 내부 갈등을 확산시키고 싶지 않아서 인 지 저도 이유가 궁금합니다.

당 지도부의 반응은 엇갈립니다. 이른바 당내 친노 인사들과 철저하게 다른 목소리를 내는 조경태 의원의 잇따른 돌출발언을 놓고 일부 최고위원들과 고성이 오가는 등 불편한 관계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김한길 대표의 공식적인 경고는 아직까지는 없었습니다. 이를 두고 조경태 의원의 돌출행동이 사실은 당 최고지도부의 속내를 반영한 것이다. 대리만족 효과가 있다고 분석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현재 민주당 지도부는 결국 당의 주도권을 갖고 있다고 보기는 세력이 크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응집력으로 보면 친노와 단순 비교자체가 어렵습니다. 사실 이번  NLL 대화록 정국에서 당 지도부가 속이 편치는 않았습니다. 대화록 사전유출 의혹을 받고 있는 권영세 주중대사 녹취파일을 공개했을때에도 당 지도부는 사후에 보고 받은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런 사후보고 사태는 한 두번이 아니었다는 게 당 관계자들의 전언입니다.

대화록 국면에서도 문재인 의원을 비롯한 친노 인사들의 독자적인 행동이 계속됐습니다. 친노 인사들의 대응방식이 지도부의 생각과는 분명히 달랐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급기야 대화록이 없다는 결론이 나온 직후 문재인 책임론이 당내에서 불거질 때 당 지도부도 매우 격분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당대표 기자회견문은 '모든 책임은 당대표가 지겠다'면서 상당히 친노 세력들을 안고 가는 듯한 포용력을 담고 있었습니다. 회견문이 예상과는 다른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적힌 속사정은 이렇습니다. 당 지도부가 특정 계파를 공개적으로 비판할 경우에는 계파간 갈등으로 확산되고 결국 당이 분열의 위기에 내몰리게 될 것이라는 위기의식 때문이었습니다. 계파의 응집력도 현 지도부가 수세인 상황에서 재보선을 앞두고 안철수 의원과의 야권 재편 주도권 경쟁을 해야 하는 김한길 지도부 입장에서는 모험을 걸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겁니다.

 할 말 속 시원히 다 할 수 없는 비주류 지도부의 심경을 조경태 의원이 대신 반영하는 그런 효과라고 할까요? 당내 일부 의견이긴 합니다만 작금의 민주당 사정을 들여다보면 가히 사실과 거리가 있는 해석은 아닌 것 같습니다.

다시 조경태 의원 얘기로 넘어와서... 문재인 의원과 각을 세우는 정치적 행보를 놓고 다양한 분석이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조경태 의원이 부산시장을 노리고 있다. 친여 성향이 강한 부산지역 민심을 반영하는 돌출발언으로 민주당 출신 부산시장 당선이라는 신화에 도전하려고 한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4전 5기에 실패한 뒤 대선에 당선된 롤러코스터 정치역정을 맞았지만 영남3선에 광역단체장을 거쳐 대권이라는 성공가도를 이어가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적인 정치적 행위라는 것입니다.

 물론 그럴수도 있습니다.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한다면 조경태 의원의 정치적 판단을 놓고 여러 평가들이 나올 겁니다. 그러나 현장에서 지켜본 기자의 눈으로는 정치적 행위가 단순히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만 이뤄지는 것 같지는 같습니다. 그리고 조경태 의원의 일련의 행보는 단순히 정치적 행위로만 바라보기에는 문재인 의원이 지나치게 연관돼 있습니다. 빙산이 무너지는 건 사실 사소한 이유에서 시작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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