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5일 비서실장과 청와대 수석비서관 인사 4명을 전격 교체하는 중폭의 비서진 개편을 단행한 것은 하반기 국정운영 드라이브의 가속화와 대야(對野)관계 정상화 등 다목적 포석의 의미를 띤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인사는 박 대통령의 하계휴가가 끝나자마자 단행된 것이어서 휴가기간에 '숙성'된 인선 구상의 결과물로 읽힌다.
◇ '2기 참모진' 조기 구성…하반기 국정운영 고삐 = 예상을 뛰어넘는 큰 폭의 인사였다.
청와대 비서실을 거느려온 허태열 비서실장의 전격 교체와 정무수석 인선을 비롯, 10명 중 5명을 새로 교체하는 사실상 2기 참모진의 출범을 결정한 것이다.
박 대통령 취임 162일 만이다.
이정현 홍보수석은 인선 브리핑에서 "하반기에 보다 적극적인 정책추진과 새로운 출발을 위해 새 청와대 인선을 결정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하반기를 맞아 청와대 인적쇄신을 통해 국정운영의 고삐를 다시 죄고 공직사회에 긴장감을 불어넣어 가시적인 성과를 내겠다는 박 대통령의 각오가 반영됐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다만 공직사회 동요를 막기 위해 "장관 교체는 없다"는 점은 분명히 밝혔다.
이날 인선은 무엇보다 취임 6개월이 다 돼가지만 시중에서는 아직도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 등 방향성이 모호하며, 창조경제와 고용ㆍ복지 등 박 대통령이 의욕적으로 내세운 핵심 어젠다가 표류하거나 뚜렷한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여전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최성재 고용복지수석으로부터 산업안전보건 및 돌봄시설 점검 결과를 보고받은 뒤 "그동안 여러 지적에 대해 개선방안을 추진했을텐데도 위반사항과 지적사항이 줄지 않아 참 답답하다"고 한 것은 이러한 시각을 감안한 질책으로 풀이됐다.
◇ 허태열 비서실장 교체 주목…허 실장 "주춧돌 쌓는 시간이었다" = 새 정부 초반 계속된 인사파동과 인사관련 불협화음 그리고 국가정보원 사태 와중의 정국대처 등과 관련해 허 실장의 책임을 물은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청와대 내부에서 허 전 실장은 정국상황과 관련해 '온건파'로 분류됐으며 이러한 입장과 태도로 인해 박 대통령과 다소 `주파수'가 맞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이번 교체와 관련해 흘러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허 전 실장은 주변에 "수석 4명이 교체되는 마당에 자리를 지키는 건 도리가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지난 6개월은 국정운영의 주춧돌을 쌓는 시간이었고 이제 후임자가 주춧돌 위에 경제살리기 등 집짓기를 해야하지 않겠는가"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항간에 인사파동 등 인사와 관련한 불협화음이 교체 배경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사실과 다르다.
한점 소홀함 없이 대통령을 모시는데 최선을 다했다"며 "체력 소진도 이유"라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는 후문이다.
최성재 고용복지수석과 최순홍 미래전략수석을 교체한 것을 두고는 업무추진 능력과 실적에 대한 대통령의 누적된 불만이 인사로 표출됐다는 해석도 있다.
최원영 신임 고용복지수석은 이명박 정부 당시 복지부차관을 지낸 정통 복지 관료이고, 윤창번 신임 미래전략수석은 하나로텔레콤 회장과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 등을 역임해 실물ㆍ이론을 겸비한 전문가라는 점도 '결과물'을 기대하는 박 대통령의 의중이 읽힌다.
곽상도 민정수석은 초기 국무총리 및 장관 후보자들이 줄줄이 낙마하면서 여권 내에서조차 경질설이 나돌았다.
최근 공공기관장 인선이 계속 늦어진데다, 민정수석실 내부 '팀워크'에 문제가 있다는 설, 검찰을 제대로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 등이 나돈 게 교체 원인으로 보인다.
형사ㆍ특수ㆍ공안 업무를 두루 경험한 고검장 출신의 신임 홍경식 민정수석 기용은 이런 문제점을 빨리 바로잡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 대야관계 정상화 의지… '예스맨 실장-초보 정무수석' 우려 = 민주당이 강경 대여투쟁에 나서면서 정치권이 급속히 얼어붙은 가운데 박 대통령이 두 달간 공석인 정무수석을 임명함으로써 대야 관계 개선 의지를 피력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또 국정과제 추진과 공공기관장 인선도 창조경제와 고용ㆍ복지 어젠다, 인사검증을 담당하는 해당 수석비서관들의 교체를 통해 속도를 내겠다는 복안으로 읽힌다.
그러나 우려도 제기된다.
비서실장에 박 대통령의 '원로그룹'인 7인회 멤버인 핵심 측근인 김기춘 전 법무장관이 임명된 것을 놓고 '예스맨 비서실장'이 되는 게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이 있다.
새 정부 출범 초기 인사파동이 잇따르고 정부조직법 대치 상황이 장기화한 것은 박 대통령의 '강경론'에 주변 참모들이 직언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많았는데 똑같은 상황이 벌어지는게 아니냐는 것이다.
게다가 올해 74살인 김 실장은 전임 허 실장 보다 6살이나 연상이어서 고단한 청와대 비서실장 자리를 수행하기에는 '고령'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준우 정무수석의 경우, 여야간 첨예한 갈등을 조정해야 하는 임무를 띤 자리임에도 국회 등 정치권 경험이 전혀 없는 정통 직업외교관 출신이라는 점에서 갈등 해결 능력에 의문부호가 달린다.
◇ 朴대통령 '2기 靑참모진'에 성과 강조할 듯 = 박 대통령은 2기 청와대 참모진에 무엇보다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는 성과물'을 낼 것을 강조하는 등 강한 국정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집권 반년을 맞아 이제는 말이 아닌 결과물을 보여줘야 한다는 의미다.
박 대통령은 앞서 취임 100일을 앞둔 지난 5월20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노력은 했는데 안 된다고 하는 것은 통하지 않는다"며 "새 정부는 성과를 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취임 6개월이 다가오는 동안에도 국정과제 진척이 지지부진하는 등 항간의 비판을 박 대통령은 무척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약속과 신뢰'를 강조하며 국민행복을 주창한 박 대통령으로서는 부담스러운 부분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은 1기 참모진의 시행착오는 되풀이하지 않되, 동시에 1기 참모진이 준비해온 국정과제를 이른 시일 안에 완성해 국민 앞에 제시할 수 있도록 하는데 2기 참모진을 독려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연합뉴스)
휴가서 돌아온 박 대통령, 청와대 '깜짝 개편' 단행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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