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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늦은 밤 택시 타기 전쟁…심야 택시만으로는 '역부족'

[취재파일] 늦은 밤 택시 타기 전쟁…심야 택시만으로는 '역부족'
"여기 정말 택시 타기 너무 어려워."
"그냥 콜 불러봐."
"그냥 어디 가서 한잔 더 하고 나오자."

지난 이틀간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 강남역에서 자주 들리던 이야기입니다. 그런 이야기로 매일 밤마다 같은 모습이 펼쳐집니다. 도로에 쭉 늘어서 택시를 기다리는 승객들. 택시들은 마치 쇼핑이라도 하듯이 손님들 사이사이를 다니며 흥정을 하는 모습. 단속반원들이 승차거부 단속을 아무리 하고 지자체가 지도를 해도 변하지 않는 모습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안 보이던 택시가 낮에는 도로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서울역 앞에는 1km넘게 길게 늘어선 택시 행렬을 볼 수 있고, 주요 지하철역 근처에서도 지하철역에서 나오는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들이 교통흐름을 막고 서 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밤만 되면 택시가 없습니다.

택시가 없다고 느끼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수요는 느는데 공급은 줄기 때문에 택시가 줄었다고 체감하는 겁니다. 자정이 가까운 시간이 되면서 대중교통은 끊기게 됩니다. 그리고 그 시간이면 대부분 술 한 잔을 했거나 하루의 피로로 조금이라도 빨리, 편하게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커집니다. 그래서 택시를 타려는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합니다. 그런데, 반대로 이 시간에는 택시의 수가 줄어듭니다. 하루에 운행할 수 있는 택시는 서울시만 4만 5천대 정도입니다. 개인택시 3만 5천대와 법인택시 1만 대입니다. 그런데 서울시의 분석에 따르면 자정 전에 개인택시 1만 대가 퇴근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택시 취파_500
여기서 잠깐 택시 운행 구조에 대해 설명을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서울 시내는 12시간 주야로 운행하는 법인택시 2만 대 정도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야간에는 1만 대가 운행을 하는 셈입니다. 그리고 3부제로 운행하는 개인택시가 5만 대 정도 있습니다. 이틀 일하고 하루 쉬는 형태로 운영하는 개인택시는 3부제 중 한 팀이 쉬기 때문에 2/3수준인 3만 5천 대가 운행을 할 수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 4만 5천 대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그런데, 법인택시 야간 팀은 힘들다고 그냥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밤에 일을 해서 사납금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리고 낮에는 쉬었기 때문에 밤에 일을 합니다. 그래서 1만 대는 기본적으로 자정을 전후한 시간에 운행을 한다고 전제합니다. 반면, 개인택시는 순전히 '개인사업'입니다. 이틀 일하고 하루만 쉬면되기 때문에 일할 수 있는 이틀 동안 일을 하지 않아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그래서 낮에 일을 하던 개인택시가 밤이 되면 퇴근을 하기 시작하는 겁니다. 낮에 일을 했고, 밤까지 일하기 힘들기 때문에 9시부터 시작해서 서서히 빠지기 시작하는 겁니다. 서울시는 이렇게 자정 전에 퇴근하는 개인택시가 전체 운행 가능한 4만 5천 대에서 1만 대에 달하기 때문에 공급이 줄어드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손님이 많은데 개인택시는 왜 일찍 들어갈까. 크게 두 가지 이유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 심야에 운행을 해도 힘만 들지 별로 남는 게 없다는 겁니다. 심야 할증 요금은 자정부터 다음 날 새벽 4시까지입니다. 그런데 택시 기사들은 이 할증 폭이 너무 작아 나와서 고생할 동기 부여가 안 된다고 이구동성으로 입을 모읍니다. 그래서 그냥 집에 가서 쉬는 게 낫지 굳이 나와서 밤까지 택지할 필요가 없다는 게 택시기사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개인택시 기사들의 연령대가 너무 고령입니다. 30~40대는 단 10%, 90%가 50대 이상입니다. 그러니 더더욱 해가 지고 퇴근 시간 때까지만 손님을 받은 뒤 그냥 집에 들어가서 쉬는 겁니다.

이렇게 집에 들어가는 개인택시로 인해 생기는 공급부족. 이 불균형을 해소하려고 서울시가 아이디어를 내놨습니다. 재정투입도 하지 않고, 기존에 있는 개인택시 3부제에 심야택시라는 새로운 부제를 만들어서 야간의 택시 공급을 늘여보자는 정책을 추진했습니다. 심야택시는 개인택시 기사 중에서 원하는 기사들의 지원을 받아서 운영합니다. 밤 9시부터 다음 날 아침 9시까지 주 6일 동안 영업을 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12월에 시작해서 지금까지 모두 1만 7천여 대가 신청해 운행 중입니다. 서울시는 지난 8개월간 실적을 분석해 봤더니 수입도 늘고, 신청대수도 처음보다 16% 증가해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그런데, 택시 기사들 사이에서는 부정적인 여론이 많습니다. 일단, 법인택시 기사들은 경쟁자들이 늘기 때문에 당연히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개인택시 기사들은 힘들어서 그거 누가 하겠냐는 푸념이 많았습니다. 이해는 됐습니다. 매일 밤을 꼬박 새면서 일을 해야 하는데, 90%가 50대 이상인 개인택시 기사들이 쉽게 심야택시를 하겠다고 지원할 거 같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힘들게 고생하는 만큼 돈도 많이 벌리지 않는다고 택시 기사들은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차라리 조금 덜 벌더라도 매일 밤을 못 새겠다는 게 개인택시 기사들의 목소리였습니다.

이런 택시 기사들과 달리 서울시가 주장하는 심야택시의 효율성도 나름 충분히 설득력이 있습니다. 재정을 추가 투입하지도 않고, 택시 면허를 더 내주지도 않으면서, 기존의 틀의 변화를 통해 그래도 1만 7천여 대의 택시가 밤에 운행을 하면서 시민들을 실어 나르고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더 늘 가능성도 충분히 있을 겁니다. 서울시가 분석한 대로 7개월 동안 16% 신청대수가 증가했으니 이런 추세면 심야택시는 더 늘어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리고 이런 조그만 변화가 늦은 밤 택시 타기 어려움 문제를 해결하는 단초가 될 수 도 있습니다. 하지만, 서울시의 주장은 왠지 공허한 메아리로 느껴지는 게 안타깝습니다.

당장, 전문가들부터 심야택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내고 있습니다. 개인택시를 3부제로 운영하는 이유 중 하나가 택시기사들에게 휴식을 보장해 사고를 막기 위한 목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매일매일 밤을 새면서 일을 해야 하니 택시기사들의 건강도, 그로인한 안전문제가 걱정스럽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본질을 외면하고 있는 정책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택시 캡쳐_500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문제 해결의 본질은 '요금인상'입니다. 공급을 늘리기 위해서는 택시기사들이 밤에 일을 해도 돈을 벌 수 있다는 확신을 주면 된다는 겁니다. 그리고 수요를 줄이기 위해서 비싸면 정말 필요한 사람만 택시를 탈 것이기 때문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제안합니다. 택시는 대중교통이 아니라는 전제하에 전개되는 논리입니다. 택시는 필요한 사람들이 선택에 의해 사용하는 교통수단이기 때문에 그만큼의 비용 부담은 당연하다는 겁니다. 교과서적으로는 반박의 여지가 없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과연 시민들의 공감대를 얻을 수 있을지는 의심스럽습니다. 전문가들은 공감을 얻어내는 것도 행정기관의 역할이라고 강조하지만, 택시가격 인상이라는 이슈는 1+1=2이라는 단순한 논리로 풀어내기는 분명 한계가 있을 겁니다.

그렇다고 매일 밤 시민들이 불편해 하는 사안에 대한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서울시의 고민은 깊습니다. 그래서 내놓은 아이디어인 심야택시도 당장은 큰 효과가 있을지도 미지수입니다. 그래서 일단은 현재 시행하고 있는 심야택시를 좀 더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겁니다. 저녁 9시부터 다음 날 아침 9시까지 밤새 운영하는 현재 시간대가 택시기사들에게 부담이라면 그 시간대를 조금 조정하는 방안에 대해서 고민해야 할 필요도 있습니다. 3부제라는 틀을 조정해서 심야택시를 만들었듯이 현재 개인택시 부제에 대한 전반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여기서 논의에 대한 고민의 질을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철저한 사전조사를 바탕으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서 정책을 집행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외부기관에 연구용역을 줘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데이터를 가지고 관련 기관들과 시민들을 설득해야 합니다. 그리고 묵묵하게 일관성 있게 추진해 나가야 합니다. 심야택시는 좋은 아이디어일 수는 있지만, 택시업계의 반대 속에 일방적으로 추진됐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민들도 심야택시가 있는지도 잘 모릅니다. 그리고 서울시는 심야택시를 추진하면서 몇 대가 참여를 하면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을지 사전조사도 없었습니다. 그러니 설득이 안 되고,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하니 정책이 힘을 얻지 못하는 겁니다. 이해관계가 첨해한 집단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힘들다고 번거롭다고 미루고 외면하다 보면 그 어떤 정책도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려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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