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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서해 지진 올 들어 43차례…땅속에 무슨 일이?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가 2년 뒤에 찾아왔다"

[취재파일] 서해 지진 올 들어 43차례…땅속에 무슨 일이?
 지난 1일 오후 5시 22분, 충남 보령 앞바다에서 또 규모 3.1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새벽 0시 57분에 규모 2.6의 지진이 발생한지 14시간 반만에 또 발생한 지진이었습니다. 지난 6월부터 충남 보령~전북 군산 일대 바다에서 발생한 지진은 무려 27회에 이릅니다. 지진의 규모가 대부분 2에서 3 안팎으로 매우 약한 데다가 대부분 해안에서 40~50km 이상 떨어진 곳이어서 큰 피해는 없었지만, 인근 섬 주민들이 연이은 지진으로 생활에 불안감을 호소할 정도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보령 앞바다 일대에 지진이 집중되고 있지만, 지난 5월부터 6월 사이에는 백령도 인근 해역에서 16차례의 지진이 연이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올해 발생한 지진은 총 64차례. 평년보다 상당히 많은 숫자입니다. 특히 이 가운데 거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43차례가 백령도와 보령 일대 서해에서 발생했습니다. '이례적'이라는 표현이 부족하다 싶을 정도로 매우 집중적인 분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이런 추세가 이어질지는 아직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다행히 이렇다 할 피해가 없다고는 하지만, '이러다 갑자기 큰 지진이 발생할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을 떨쳐버리기도 어렵습니다. 학계와 기상청에서는 일단 발생 지점이 대부분 바다라 원인 파악이 쉽지 않다고 전제하면서도, 이 일대 지하에 단층이 있는지를 조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현재로서 가장 유력한 가설로는 '한반도 지진 2년 지연설'이 있습니다. 바로 지난 2011년 3월 11일 일본 도호쿠 지방에서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가 2년이 지난 지금 뒤늦게 서해바다에 지진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입니다. 학계에서는 일본이나 중국 같은 주변국에서 지진이 발생하면 그것이 2년 뒤에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다는 주장이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습니다. 동일본 대지진 직후에도 한반도 주변에서 크고 작은 여진이 많이 발생했지만, 지금 일어나는 지진은 2011년 당시의 즉각적인 여진과는 다른 메커니즘에 의해 약 2년 정도의 시간차를 두고 일어나는 '지연된' 여진일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지진을 일으키는 응력이 2년에 걸쳐 축적되었다가 비로소 최근의 연이은 서해 지진을 통해 점차 해소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학과 교수는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하고 나서 한반도 인근에는 막대한 힘들이 쌓이게 됩니다. 이 쌓인 막대한 힘들은 백령도와 보령 인근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지진을 통해 풀리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합니다.

 가장 궁금한 것은 '이러다가 덜컥 큰 지진이 나는 것이 아니냐'는 점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재로서는 그럴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최근 서해 일대의 지진이 수십 차례나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가장 큰 규모가 3.5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과, 한반도의 지질 구조상 일본이나 중국에서 종종 발생하는 규모 6~7 이상의 큰 지진이 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이 그 근거로 꼽히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한반도와 인근 해상에서 기록된 지진 중 가장 큰 규모의 지진은 1978년 충북 속리산과 2004년 경북 울진 앞바다에서 발생한 규모 5.2짜리였습니다.

 하지만 만의 하나 큰 지진이 발생할 경우 큰 피해가 예상되는 곳이 서해 지역입니다. 서해안이 인구 밀집 지역인 동시에 중요 산업시설이 다수 들어서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측은 이번 지진이 특정 단층과 연계돼 있을 가능성에 주목하면서, 이 단층의 방향이 지난 1978년 10월 7일 충남 홍성에서 발생한 규모 5.0의 큰 지진을 일으킨 단층의 방향과 비슷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만약 두 지진을 일으킨 단층이 서로 이어진 것으로 나타날 경우 앞으로 더 큰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도 더 높아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가장 급선무는 최근 지진이 잇따른 보령~군산 일대에서 백령도에 이르는 중부서해안 일대에 지진계를 설치해 이 지역의 단층구조가 어떤지를 분석하는 것입니다. 이번 지진이 잦아들고 서해 일대의 단층구조 분석 결과가 나온다면, 지진의 분포 지역과 발생 양상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향후 닥쳐올 다른 지진에 대해서도 보다 면밀히 예측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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