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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213cm 中 선수 뚫고 덩크슛…한국 농구 '전율'

다윗의 승리…작전과 땀방울의 결실<br>남자 농구 한국, 아시아 최강 중국 격파

187cm, 농구 선수로는 큰 키가 아닌 김선형이 자신보다 26cm나 큰 이지안리안(213cm)의 블록슛을 따돌리고 덩크슛을 터뜨리는 순간 지켜보는 사람들 모두가 전율을 느꼈습니다.



가슴 시원한 김선형의 덩크 한 방은 어제 저녁 펼쳐진 다윗과 골리앗의 승부를 가장 잘 요약한 장면인 것 같습니다. 이지안리안과 왕즈즈 등 2m를 훌쩍 넘는 NBA 출신 선수들이 포진한 지난 대회 챔피언 중국(평균신장 202cm)을 상대로 우리 선수들(평균신장 194cm)은 좀 더 빨리, 한 발 더 뛰며 이변을 연출했습니다.

우리 선수들의 활약상은 기록을 보면 좀 더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예상대로 높이에서 열세인 대표팀은 리바운드에서 34대 25로 밀렸습니다. 하지만 톱니 바퀴 같은 조직력은 역시 한 수 위(어시스트 14 vs. 10 우위)였고, 이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득점 루트로 상대의 빈 공간을 뚫었습니다. 중국은 리지안리안이 23점으로 펄펄 날았지만 다른 선수들 가운데에는 가장 득점이 주팡유의 8점입니다.

반면 우리는 김주성이 15점, 조성민이 12점, 양동근이 11점을 넣었고, 김선형도 9점을 뽑아내며 전 선수가 고른 활약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중국은 우리를 상대로 14개의 3점슛을 시도해 단 한 개도 넣지 못했습니다. 이는 어쩔 수 없이 골 밑은 내주더라도 외곽포를 막아 승부를 보겠다는 유재학 감독의 전략에 따라, 양동근과 김태술 같은 앞선의 선수들이 쉴 새 없이 뛰며 만들어낸 값진 결과물입니다.

우리가 가장 최근에 중국의 정예 군단을 꺾은 것은 지난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결승전입니다. 당시 우리 대표팀은 야오밍을 앞세운 중국에 경기 내내 10~20점 차로 끌려 가다 마지막 순간 방심한 상대의 허를 찔러 대역전극을 썼습니다.(제 기억으로 종료 3분여를 남기고 15점, 1분을 남기고도 8점 정도 뒤졌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때와 달리 처음부터 물고 물리는 접전을 펼친 끝에 승리를 거뒀습니다.(중국이나 우리 모두 6점 이상 달아나지 못했고, 11번의 동점과 7번의 역전을 거듭했습니다.)

상대의 허를 찌르는 전략과 초반부터 맞붙는 전략, 어떤 것이 더 효율적이거나 더 뛰어나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또 승리했을 때 감동의 무게도 저울질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맞대결을 펼쳐서 거둔 어제의 승리가 우리 선수들에게 한 번 더 붙어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좀 더 심어줬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만가지의 전략를 가졌다고 해서 '만수'로 불리는 유재학 감독의 지휘 아래 우리 선수들이 오늘 저녁 이란전에서는 어떤 활약을 보일지.. 또 이번 대회에서 3위 안에 들어 16년 만에 세계 선수권 무대를 밟을 수 있게 될 지.. 농구 팬들도 오랜만에 대한민국~ 함성을 지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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