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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학생 흡연 10만 원 과태료로 해결?

[취재파일] 학생 흡연 10만 원 과태료로 해결?
학생의 교내흡연 사실을 보건소에 알려 과태료 10만 원씩을 물린 중학교가 논란입니다.

지난달 4일, 경기도 수원 한 중학교에서 3학년 학생 3명이 쉬는 시간에 담배를 피우다 지도교사에 적발됐습니다. 화장실 같은 ‘전통적 장소’에서가 아니었습니다. 교실 안이었습니다. 창가 쪽으로 가 창문을 열고 자신들 몸은 커튼으로 감춘 채였습니다. 감쪽같을 거라 생각했을 리 없습니다. 앞뒤 재보지 않고 저지른 청소년기 치기였을 겁니다.

학교는 선도위원회를 열었습니다. 적발 학생 가운덴 이미 여러 차례 혼난 학생도 있었습니다. 학교는 이들 셋 모두를 교내 봉사 5일과 보건소 ‘금연 프로그램’에 참가하도록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보건소가 학생들을 보내겠다고 전화 문의를 한 담당 교사한테 ‘솔깃한’ 제안을 합니다. 국민건강증진법 제34조와 이 법 시행규칙 제6조에 따라 처분할 수 있다는 겁니다. 금연 구역으로 지정된 학교에서 흡연을 했으니 과태료를 매길 수 있다는 얘기였죠. 예상하지 못한 역제안에 학교는 선도위원회를 한 차례 더 열었습니다. 그리고는 만장일치로 ‘과태료 처분’을 요청하기로 최종결정합니다. 다음날 학생 3명에겐 각각 10만 원씩 과태료가 부과됐습니다.

이 학교 부장교사는 효과를 봤다고 말합니다. 학생들 사이에 소문이 퍼지면서 “학교에서 담배 피우다 걸리면 10만 원”이라는 인식이 들어섰다는 겁니다. 실제로 만난 이 지역 학생 가운덴 ‘획기적’이란 의견을 낸 친구도 있었습니다. 결국 ‘돈이 문제’인 걸까요. 

흡연율을 줄이는 방안으로 곧잘 드는 게 ‘담뱃값 인상’입니다. 인상론자들은 돈의 압박으로 특히 저소득층과 청소년 흡연율을 줄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청소년들은 성인에 비해 담뱃값에 3배나 민감하다는 세계은행 조사도 있습니다. 용돈 타 쓰는 처지니 어쩌면 당연한 얘기지요. 그렇다면 과태료라는 철퇴는 흡연 청소년들에겐 확실한 압박이면서, 돈 한 푼이 아쉬운 세상에서 나온 ‘신의 한수’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아파트 흡연 캡쳐_

하지만 청소년들의 담배 소비행태를 결정하는 데는 많은 요인이 얽혀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흡연에 가격 못지않게 담배의 해악에 관한 정보나 소득수준 등도 중요한 결정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봅니다. 특히 중독성이 강해 끊기 쉽지 않다는 건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학생들이 감당하기 힘든 과태료 처분이 ‘징벌적 효과’는 확실할지 몰라도, 정말 학생을 금연으로 이끄는 방법이라고는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까닭입니다.

게다가 이런 ‘교육’은 뒷맛이 씁쓸합니다. 무엇이 교육인지는 저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지내온 학창시절과 많은 예술작품에서 보았듯, 진짜 교육은 학생들을 끝까지 품고 헌신하는 교육자한테서 비롯합니다. 제자가 담배를 피웠다면 그 학생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게 우선이란 생각입니다. 학교 울타리 너머 다른 기관 행정력을 빌려 손쉽게 벌하려는 건 우리가 기대하는 교육의 모습은 아닙니다. 학생들한테 과태료를 물린 보건소 관계자조차 학교에서 스스로 해결하길 바랐다며 자신들이 취한 조치가 “최선은 아니었다”고 토로합니다.

우리 중고등학생 흡연율은 11.4%에 이릅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우리 중고등학생 7만 4천여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입니다. 현장서 교사들이 느끼는 바로는 더 많다고 합니다. 분명한 건 적지 않은 학생들이 담배를 피운다는 건데, 청소년기 건강을 생각하면 엄한 처벌을 통해서라도 바로 이끌어야 한다는 덴 이견이 있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학내 문제를 교육기관 스스로 해결하지 않고 ‘법의 쓴맛’을 보여주는 것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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