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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승무원 지망생 울린 '스타 강사'…허위 경력으로 활동

[취재파일] 승무원 지망생 울린 '스타 강사'…허위 경력으로 활동
이맘 때 각 항공사에서 신입 승무원 공채를 합니다. 이미 끝난 곳도 있고, 진행 중인 곳도 있습니다.
어느 직종에서나 지원자들은 그동안 열심히 준비했던 걸 잘 쏟아내야 하는데요, 엉터리 승무원 강사 때문에 승무원 지망생들이 눈물을 쏟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전직, 현직 승무원 그리고 지망생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인터넷 카페가 있습니다.
인터넷 용어로 꼭 들려야하는 '성지'라고 할까요, 이 카페에서는 승무원 지망생들에게 선배들이 여러 조언을 해주거나 공채 정보를 서로 공유하는데요, 지망생들을 대상으로 사설 과외 강사가 수강생을 모집한다는 광고글도 많이 올라옵니다.
승무원 학원은 일반적으로 학원비가 비싸기 때문에 지망생들은 일종의 단기 특강 형태로 사설 과외 강의를 많이 듣는다고 합니다. 스터디룸 같은데 소규모 인원이 모여서 강의를 받는 형태입니다.

이런 강사중에 31살 박 모 씨가 있습니다.
승무원 입사 지망생들 사이에서는 스타 강사로 통하는 데요, 수강생 모집한다는 광고글이 올라오면
순식간에 마감이 될 정도로 톱 강사 중 한 명입니다. 박씨가 인기 강사가 된 데에는 그의 화려한 경력이
큰 몫을 했습니다. 국내 유명 항공사 7년 근무, 부사무장 출신에 사내 서비스 강사 출신. 공채 면접관으로 활동 등 화려한 경력이 박씨의 프로필을 가득채웠습니다. 승무원 지망생들은 이구동성으로 사설 과외 강사 중에서 박씨의 경력을 따라올 사람이 없다고 입을 모읍니다. 특히 면접관 출신이라는 점에 지망생들이 많이 몰렸습니다. 면접 때 뭘 물어보는지, 대답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면접 요령은 입사지원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이죠. 특히 항공사 승무원 입사에서는 면접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박씨에게 수강생이 몰릴 수밖에 없었죠. 한 달 수강료가 35만원, 나중에는 올라서 38만원이었다는 데요, 지난해 초부터 올해까지 1년 반동안 48기에 이르기까지 강의가 이뤄졌습니다. 박씨는 1기에 지망생 5-8명씩 모아놓고 승무원 면접법 등을 가르쳤습니다. 박씨는 강의시간에 지망생들을 '우리 식구', '우리 가족'이라고 부르고 친언니처럼 친근하게 챙겨줘서 지망생들이 사이에서 신뢰가 컸다고 합니다.

스타강사_500
하지만 박씨의 이런 화려한 경력은 모두 거짓이었습니다. 항공사에서 7년간 근무한 적이 없고, 사내 서비스 강사도 아니었고, 면접관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습니다. 항공사에 직접 확인해본 결과 10여전 항공사 인턴 직원이었던 것이 경력의 전부였습니다. 항공사 인턴 직원은 보통 2년 정도 근무하다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으면 정직원이 됩니다. 박씨는 정식으로 인턴 직원이 됐지만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정직원이 되지 못하고 1년여만에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유명하지 않았다면 박씨의 허위 경력은 밝혀지지 않았을 지도 모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박씨의 인기가 많아지고 박씨의 강의를 들은 지망생들이 많아지면서 허위 경력이 결국 들통이 났는데요, 현직 승무원들이 지망생들을 상대로 최근 무료 특강을 했는데요. 그런데 그 자리에서 지망생 여럿이 똑같이 이상한 버릇이 있었던 겁니다. 실제 승무원들이 하는 습관이나 버릇이 아니었지요. 현직 승무원이 이상해서 물어보니 모두다 박씨에게서 배운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박씨에 대한 의심이 생겼고 과거에 인턴 직원이었다는 게 밝혀진 겁니다. 허위 경력이 밝혀지자 박씨는 최근 장문의 사과문을 게재했습니다. 자신의 경력이 일부 사실이 아니라는 점도 인정했고요, 자신의 강의를 들었던 지망생들에게 환불할 의사가 있다는 뜻도 전했습니다. 그러나 기회가 있었음에도 늦은 감이 있습니다. 승무원이 되고자 했던 간절한 마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지망생들의 처지를 이용한 것이어서 그동안 박씨를 믿고 의지했던 지망생들의 배신감은 큽니다.

허위 경력을 내세운 강사는 박씨 뿐만이 아닙니다. 또다른 인기 강사 김모씨는 아예 항공사에서 일한 적도 없으면서 유명 항공사 출신이라며 승무원 강의를 했습니다. 김씨도, 박씨도 모두 인터넷 카페에 허위경력을 올려 지망생을 모집했지만 누구도 이를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인터넷에 올린 경력을 지망생들이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었죠. 그저 암묵적으로 상호 신뢰 속에 강의가 이뤄지고 있던 것입니다.

박씨와 김씨에게서 강의를 들은 승무원 지망생 피해자들 일부는 최근 검찰에 고소장을 접수했습니다.
변호사들은 박씨와 김씨에 대해서 사기죄가 적용가능하다고 봅니다.

형법 347조 사기
1)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형법에서는 '기망' 즉 사람을 속여 금전적 이득을 얻은 걸 사기로 보고 있는데요, 단순히 과장한 것을 기망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박씨가 항공사에서 실제로 7년 근무했는데 10년 근무했다고 했거나,
과장 출신인데 부장 출신이라고 했다면 그건 사기가 아닌 허위 과장 광고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박씨는 그 정도 과장이 아니라 하지도 않은 일은 했다고 했고, 특히 면접관 출신이라는 허위 경력을 내세워 지망생들을 속였고, 허위 경력에 속은 지망생들로부터 강의료 명목으로 금전적 이득을 취한 것이 명백해 보인다는 게 변호사들의 일치된 의견입니다.

허위 경력을 내세운 강사들은 어쨌든 법의 심판을 받겠지만, 이번 사건은 이들에게 속았던 승무원 지망생들에게 더 큰 상처를 남겼습니다. 이 사건 때문에 심리적으로 힘들었던 지망생 일부는 항공사 입사 지원을 포기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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