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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10억은 받아야겠다" vs "5억이면 생각해 보겠다"

세빛둥둥섬 정상화 앞날은 여전히 '먹구름'

[취재파일] "10억은 받아야겠다" vs "5억이면 생각해 보겠다"
한강 반포지구에 2년 동안 둥둥 떠있기만 하는 세빛둥둥섬. 한때는 서울시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의 핵심 사업이었지만, 2년 동안 그냥 방치되면서 많은 비난 여론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세빛둥둥섬과 육지를 잇는 다리도 2년 만에 완공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다리도 완성된다고 하니 정상운영이 가능한 지 알아봤습니다. 전문가들은 당장 장마철만 봐도 세빛둥둥섬의 미래가 보인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세빛둥둥섬은 장마철에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장마기간에 내린 비로 한강 수위가 올라간 시점에 바라본 세빛둥둥섬은 전문가들의 의견 그대로였습니다. 세빛둥둥섬이 위치한 반포지구는 한강 수위가 올라가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물에 잠기는 지역입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지대가 낮기 때문입니다. 홍수에 물에 잠긴다는 잠수교가 세빛둥둥섬 바로 뒤에 있습니다. 올해도 역시나 이 지역은 비가 많이 오자 가장 먼저 침수가 됐습니다. 당연히 이 지역은 출입이 통제됐습니다. 세빛둥둥섬에 접근할 수 있는 잠수교는 가장 먼저 통제됐고, 반포 한강 공원도 동시에 물에 잠겨 세빛둥둥섬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이 없었습니다. 그냥 불어난 한강위에 세빛둥둥섬만 말 그대로 둥둥 떠 있었습니다. 점점 장마는 길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장맛비도 국지성 집중호우의 성격을 보이면서 한강 수위를 예측하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장마철인 7월 한 달 동안 세빛둥둥섬의 정상적인 운영이 쉽지 않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인 듯합니다. 결국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는 7월 한 달은 버려야 하는 기간인 셈입니다. 그만큼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세빛둥둥섬은 장마철에 운영할 수 없다는 것만 문제점이 아닙니다.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부분도 전문가들은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습니다. 세빛둥둥섬에 접근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승용차를 이용해 반포지구로 가는 겁니다. 승용차가 없다면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데, 가장 가까운 버스 정류장인 잠수교를 지나는 버스 노선은 하나입니다. 그리고 지하철역에서 내리면 30분 가까이 걸어야 합니다. 접근성이 떨어지면 그만큼 장사가 안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곳에서 장사를 하려면 대중적인 아이템으로는 수지타산을 맞추기 어렵습니다.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는 단가가 싼 떡볶이 장사가 어느 정도 가능합니다. 사람들이 오가며 싼 가격에 사먹기 때문입니다. 싸게 해도 많이 사먹으니까 장사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오기 어려운 곳에는 그만큼 사람들이 찾아와야 하기 때문에 싼 음식을 팔기는 쉽지 않습니다. 어쩔 수 없이 손님 수가 적어도 운영을 할 수 있게 차별화된 고가의 아이템으로 갈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여기서 세빛둥둥섬은 또 하나의 딜레마에 빠집니다.

"한강은 시민 누구에게나 공개된 장소이고, 이 한강위에 있는 세빛둥둥섬은 특정 계층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서울시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결국, 서울 시민 누구나 부담 없이 와서 세빛둥둥섬을 즐겨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에는 접근성도 낮고, 일정기간에는 운영도 못합니다. 만약 이 곳에 고급 레스토랑을 운영한다면, 아니면 고급 요트 선착장을 운영한다면, 아니면 고급 술집이나 나이트클럽이라도 운영한다면 접근성이 낮고 장마철에 잠시 쉰다고 해도 충분히 사업성은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특정 계층을 위한 고가의 사업 아이템을 하자고 한강에 이런 구조물을 만든 것은 분명 아닐 겁니다.

그래서 세빛둥둥섬을 운영할 위탁사업자부터 선정이라는 첫 매듭부터 풀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시공사와 위탁사업자 사이에 임대료를 놓고 입장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세빛둥둥섬을 만들어 놓은 시공사는 매달 임대료만 10억 원은 받아야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사업자들은 그 절반인 5~6억 원 정도를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두 배입니다. 입장차이가 너무 큽니다.

먼저 시공사의 주장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세빛둥둥섬을 만드는데 1390억 원 정도가 들었습니다. 그리고 육지와 세빛둥둥섬을 다리를 다시 만들면서 70~80억 원이 더 들었습니다. 게다가 물 위에 그냥 둥둥 떠 있었던 지난 2년 동안 은행이자만 매달 5~6억 원 정도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서울시가 시공사를 상대로 정상적인 이유 없이 운영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체보상금 92억 원을 부과했습니다. 이런 저런 비용을 다 계산하면 세빛둥둥섬에 들어간 돈만 약 1,700억 원에 달합니다. 시공사는 이 많은 돈을 투자해 30년간 운영하다 서울시에 기부채납형식으로 돌려주도록 협정을 맺었습니다. 이 30년 동안 투자한 투자금도 회수해야 하고, 공사하느라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도 갚아야 하고 이익도 남겨야 합니다. 그래서 계산을 해 보면 최소한 한 달에 10억 원은 임대료로 받아야 수지타산이 맞다는 겁니다. 그 이하는 손해 보는 장사이기 때문에 양보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세빛둥둥섬


월 임대료 10억 원. 정말 큰돈이지만, 만약 장사가 되는 곳이라면 임대료 자체가 문제가 아닙니다. 매달 10억 원의 임대료를 내도 그만큼 돈이 벌리면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비가 오면 장사도 못하고 접근성도 낮고, 그렇다고 유흥업소나 고급 레스토랑 같이 적은 수의 손님만으로도 사업성이 보장되는 사업도 할 수 없고, 대중적이거나 공익에 부합되는 사업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매달 임대료 10억 원을 내면서 사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위탁사업자로 접근하는 사업가들은 임대료를 그 절반인 5~6억 원만 고수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서울시는 한숨만 쉬고 있습니다. 서울시도 SH공사를 통해 약 30%의 지분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대주주도 아닌 상황입니다. 그리고 서울시가 운영하려면 결국 또 세금을 들여서 투자를 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쉽게 나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일단, 투자자들에게 투자금도 줘야 하고, 사업을 시작하려면 또 돈을 들여야 하는데 엄두를 못 내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시공사인 플로섬이 위탁사업자를 얼른 찾기만 바라고 있습니다.

그럼, 위탁운영사를 찾지 못하는 시공사 입장은 어떨까. 시공사는 급할 게 없어 보입니다. 그렇다고 직접 사업을 운영할 의지도 없어 보입니다. 시공사는 주식회사 플로섬으로 효성이 57.8%, 서울시가 주주인 SH공사가 29.9%, 대우건설이 5%, 진흥기업외 3개사가 7.3%의 지분을 가지고 구성된 컨소시엄입니다. 참여 업체 중에서 요식이나 문화 사업과 같은 현재 세빛둥둥섬에 필요한 사업을 해 본 경험이 있는 사업체도 없거니와 굳이 위험을 감수하고 사업에 나설 이유도 없습니다.

서울시의회는 서울시와 시행자는 시행사의 미래 이익의 50%까지 서울시가 보전하도록 계약돼 있어 약 2천억 원을 서울시가 시공사에 보전해 줘야 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결국 시공사는 그냥 가만히 있어도 이익은 보전받으니 사실상 급할 게 없는 입장입니다. 게다가 시공비 대부분은 은행에서 빌린 돈입니다. 이자는 계속 내고 있지만, 최악의 경우에 사업을 접을 경우 컨소시엄에 참여한 업체들은 자신들이 투자한 돈만 손해보고 나오면 그만입니다.

시공사는 서울시를 연대보증인 형식으로 금융권에 사업자금을 차입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사업이 망하게 돼 시공사가 부도를 내면 채권단은 서울시에게 모든 금융비용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시공사는 사업을 하려면 인테리어 비용만 200~300억 원 정도 드는데 무리하게 자기 돈으로 추가 투자까지 하면서 사업성도 없는 사업을 벌일 이유가 전혀 없는 겁니다. 서울시가 민간투자사업이라는 이유로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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