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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전군표 전 국세청장 소환…검찰의 선택은?

법과 원칙 그리고 공정한 수사?

[취재파일] 전군표 전 국세청장 소환…검찰의 선택은?
전군표 전 국세청장이 검찰에 소환됐습니다. 2006년 CJ그룹 세무조사와 관련해 영향력을 행사해 주고 뇌물을 받았는지 조사받기 위해서요.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국세청 당시 보스들에게 돈을 줬다고 진술한 것이 발단이 됐습니다. 이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허병익 전 국세청 차장도 최근 구속됐습니다.

그런데 상황이 어째 좀 우스꽝스럽습니다. 돈을 줬다는 사람은 있는데, 받았다는 사람은 없거든요. 이재현 회장은 "미화 30만 달러와 고급 시계를 줬다"고 하는데, 허병익씨는 "전군표씨에게 전달만 했다"고 주장하고있고, 전군표씨는 "돈은 무슨 돈, 안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쩝. 귀신이 곡한다는 표현을 이럴 때 쓰나요.


3번째 조사, 검찰과의 악연

전군표 전 청장은 검찰 조사만 이번이 벌써 세번째입니다. 이 정도면 검찰과 질긴 악연이라 해도 무방하겠지요. 첫번째 조사는 지난 2006년입니다. 정상곤 당시 부산지방국세청장으로부터 인사청탁과 함께 돈을 받았습니다. 미화 1만달러와 7천만원을 받은 혐의로.(그 때도 달러를 받았군요) 그리고 재판에 넘겨져 실형을 살았습니다.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았죠. 출소한 지 얼마 안 됐습니다.

두번째 사건은 2009년 입니다. 한상률 전 국세청장에게 그림 로비를 받았다는 혐의였는데요. 이 사건 역시 인사청탁이었습니다. 한씨의 부인이 전씨 부인에게 인사청탁과 함께 5백만원짜리 그림 '학동마을'을 줬다는 건데.. 이 사건 수사 당시 전군표 씨는 감옥에 있었습니다. 옥중에서 검찰에 불려나와 조사를 받았지요. 하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아 재판에 넘겨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2013년, 세번째로 출석했습니다. 3년에 한 번 꼴로 조사를 받은 건데, 출소한 지 얼마 안돼 다시 검찰 조사를 받는 기분.. 얼마나 착잡할까요. 이번에는 인사청탁이 아닌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가 적용됐습니다. 돈을 준 사람이 세세하고 꼼꼼하게 진술했으니, 여간해서는 빠져나가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상한 주장, 이상한 출석

그런데 말입니다. 허병익 씨의 검찰 출석에 조금 이상한 구석이 있습니다. 검찰이 이재현 회장에게 "돈을 줬다"는 진술을 받고 허병익 씨에 대해서 체포영장을 발부 받았습니다. 그런데 느닷없이 허씨가 검찰에 자진해서 나온 겁니다. 나오라고 통보하지도 않았고, 체포영장을 청구한 사실이 알려진 적도 없는데 말이죠. 변호인을 대동하고, 불쑥, 알아서 나왔습니다. 검찰이 많이 당황했죠.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입니다. 체포하려고 준비 중인 사람이 알아서 나왔다니. 그것도 비싼 변호인을 데리고 말이죠. 기자들이 아무도 몰랐으니(알았다면 기사가 나왔겠죠, 단독이라며) 검찰 내부에서 정보가 샜거나, 이재현 회장 변호를 맡은 김앤장에서 샜을 가능성이 큰데.. 판단은 여러분께 맡기겠습니다.

그렇게 스스로 검찰에 나온 허병익 씨는 검찰에서도 영장실질심사에서도 줄기차게 주장했습니다. "나는 돈을 전달만 했다"고요. 하지만 결국 구속됐습니다. 법원이 이 진술을 받아들이지 않은 거죠.
이재현
왜 하필 2006년 사건인가

2006년. 2013년. 이재현 회장은 무려 8년이나 된 사건을 왜 이제 와서야 실토한 것일까요? 떳떳하지 못한 뒷돈을 준 게 딱 그 때 뿐이어서 그랬을까요? 아니면 뭔가 다른 이유가 있기 때문일까요? 많은 분들이 짐작하시는대로 후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행법상, 뇌물은.. 받는 사람 뿐 아니라 준 사람도 처벌을 받습니다.(전문용어로 '뇌물공여'라고 부르죠, 받은 사람은 '뇌물수수'라고 하고요) 문제는 공소시효입니다. 뇌물을 받은 사람은 액수에 따라 시효가 다릅니다. 1억원 이상 받은 경우는 공소시효가 15년이고, 적용되는 법도 형법이 아닌 특가법(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입니다. 금액이 높을수록 가혹하게 처벌 받습니다. 그런데.. 뇌물공여의 경우는 액수와 상관없이 공소시효가 5년입니다. 그러니까 2008년 이전 사건은 '불어도 처벌을 안 받는' 거죠.

이재현 회장을 비롯한 CJ 사람들이 2006년 사건만 털어놓고, 이후 사건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봐야합니다. 이미 횡령과 배임,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는데, 처벌받아야 하는 죄를 추가하고 싶을리가 있겠습니까. 죄목이 늘어나면 형량이 늘어나는데요. 그러니 시효가 지난 사건만 얘기한다고 봐야죠. 검찰이 시효가 살아있는 사건들도 밝혀내는지 살펴 보는 것도 관전포인트(?)가 될 수 있습니다.

CJ 국세청



국세청만 잘못했을까?

CJ그룹이 수천억원의 비자금을 만든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그런데 이 건 수년 전부터 많은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던 일입니다. 이미 여러 차례 수사가 진행될 뻔했고, 실제로 그런 움직임이 있었던 적도 있습니다만.. 줄기차게 유야무야 묻혀왔습니다. 이유야 뭐. 당사자들만 알테고요. CJ그룹 비리에 관련된 곳이 국세청 뿐만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경찰, 검찰, 국세청 전부 연관되어 있다고 보는 거지요.

이재현 회장의 비자금 사건은 이미 2008년 CJ 직원이 경찰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불거졌습니다. 그 사건 이후에도 검찰에서 또 은밀하게 조사가 이뤄지기도 했고요. 그러나 수년이 지난 지금 불거진 건 비자금 조성 사실과 8년이나 지난 국세청 로비 사건 뿐입니다. 30만 달러를 국세청에 건넸다는 CJ그룹 수뇌부가, 국세청의 그 분들에게만 돈을 줬을리 만무하다는 게 세간의 평가입니다. 검찰이 그것을 모를리 없고요.

문제는 검찰의 의지입니다. 어쩌면 제살을 도려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가열차게 수사를 하느냐. 아니면 '국가의 경제가 어려우니 이쯤하자'는 논리를 내세워 적당히 끈 떨어진 사람들만 잡아넣고는 마무리 하느냐.. 전적으로 검찰 손에 달렸습니다.

채동욱 총장 취임 후 검찰은 '법과 원칙'을 강조하며 공정한 수사를 거듭 다짐해왔습니다. 그것이 단순한 구호인지 진정한 의지인지는.. 지켜보면 될 일입니다. 과연 어떤 선택으로 어떤 결과물을 내놓을지. 다들 한 번 지켜보십시다. 이번에도 역시. 두 눈 부릅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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