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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한국과 미국의 '홈런 세리머니'는 다르다?

지난 29일 LA다저스의 푸이그가 신시내티전 연장 11회말 데뷔 첫 끝내기 홈런을 터뜨린 뒤 홈에서 슬라이딩을 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야후 스포츠는 상대를 자극하는 지나친 세리머니였다며 신시내티와 다음에 만나면 보복을 당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우려했습니다. 아무리 끝내기 홈런을 치고 기쁘더라도 패배의 아픔을 당한 상대팀을 배려했어야 한다는 겁니다.

야구에는 불문율이라는 게 있습니다. 가장 널리 알려진 불문율은 점수 차가 많이 날 경우 앞서있는 팀은 도루나 번트를 대지 않는다는 겁니다. 홈런 세리머니에도 상대를 배려해야 한다는 불문율이 있습니다. 홈런 타구를 날린 다음에 타석에 서서 감상한다든지, 느릿느릿 걸어간다면 다음 타석에 빈볼이 날아들곤 합니다. 특히 멕시코나 도미니카 등 다혈질의 중남미 선수들이 이런 사태에 종종 휘말립니다.

홈런 세리머니가 어느 정도까지 용납될 수 있는지는 정해져 있지 않고, 그 때 그 때 분위기에 따라 다릅니다. 따라서 슬라이딩 세리머니도 그 때 그 때 다릅니다. 슬라이딩 세리머니의 원조는 명예의 전당에 오른 리키 헨더슨입니다. 핸더슨은 지난 2001년 역대 최다 득점 신기록을 세우는 홈런을 날린 뒤 홈으로 슬라이딩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는 44세의 타격천재 핸더슨이 환호하는 관중을 향해 보답하는 세리머니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데뷔한 지 두 달 지난 신인 푸이그가 홈에서 슬라이딩한 것은 분명 상대팀 입장에서는 약이 오를 수도 있는 겁니다. 게다가 과격한 행동과 얄미운 플레이로 이미 공공의 적이 된 푸이그이기에 불문율의 잣대는 더 엄격할 수도 있습니다. 푸이그는 지난달 애리조나전에서 헬멧에 공을 맞아 빈볼 시비를 일으키며 난투극의 중심에 선 적도 있습니다.

자극적인 홈런 세리머니에 대한 보복 사건은 지난 2009년 프린스 필더 사건이 유명합니다. 밀워키의 강타자 프린스 필더가 샌프란시스코전에서 홈런을 친 뒤 윗옷을 풀어헤치고 일명 ‘수류탄 세리머니’로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당시 빅리그 5년차 유망주에게 당한 굴욕을 상대팀 샌프란시스코는 잊지 않았습니다. 다음 시즌 시범경기에서 샌프란시스코의 에이스 베리 지토는 초구를 프린스 필더의 등으로 던져 더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어떨까요? 국내 선수들끼리 홈런 세리머니 자체가 큰 문제가 된 적은 별로 없습니다. SK 이만수 감독이 현역시절 종종 만세를 부르며 그라운드를 도는 다소 과한 몸짓으로 상대팀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정도일 겁니다. 홈런을 치고 좋아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반면, 용병들은 홈런 세리머니에 민감했습니다. 특히 지난 2011년 KIA에서 뛰었던 트레비스는 홈런을 맞은 뒤 여러 차례 갈등을 일으켰습니다. 홈런을 친 뒤 느릿느릿 뛴다는게 이유였습니다. 야구의 문화 차이이기도 하지만, 트레비스의 다혈질 성격이 더 큰 문제로 지적되곤 했습니다.

얼마 전 롯데 전준우의 섣부른 홈런 세리머니가 미국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홈런인 줄 알고 타석에서 덕아웃을 가리키며 환호하다가 담장 앞에서 잡히자 멋쩍어 하는 장면이 하루 사이에 유투브를 타고 전세계로 퍼져나가 큰웃음을 선사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메이저리그 홈페이지에서는 “공을 끝까지 보고, 친 다음에는 최선을 다해 뛰는 것이 타자의 자세”라며 훈계하기까지 했습니다.

물론 기쁨을 표현하는 방법에도 에티켓이 필요합니다. 그래도 승리의 감격, 그것도 끝내기 홈런의 감격을 좀 과하게 만끽했다고, 보복 우려까지 제기되는 걸 보면 홈런 세리머니를 바라보는 미국과 한국의 시각차이는 분명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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