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 분들은 아마 잘 아실겁니다. 임신 24-26주차에 거의 대부분의 산모가 받게 되는 검사 중 하나가 임신성 당 검사입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임신성 경구당부하검사입니다. 포도당 용액을 마시고 일정 시간이 지난 뒤 혈액을 채취해 당뇨 검사를 하는 겁니다. 산모는 건강 상태가 매우 중요한데다 검사 과정도 비교적 간단하고 비용도 5천원에서 최대 2만원으로 그리 비싸지 않기에 많은 산부인과에서 필수적으로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 임신성 당검사는 지난 2007년 이전까지는 건강보험 비급여 대상이었습니다. 따라서 이 검사를 받게 되면 100% 자기 돈으로 비용을 내야 했습니다. 그런데 2007년에 보건복지부의 건강보험 급여항목 고시가 바뀌었습니다. 고위험군 산모 즉 비만이거나 당뇨 가족력이 있는 산모의 경우에는 당검사에 대해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 겁니다. 이 고위험군 산모에는 만30세 이상 산모도 포함됐습니다. 다시 말해 지난 2007년 이후 출산한 만 30세 이상 산모라면 누구나 임신성 당검사비에 대해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겁니다.
그런데, 취재결과 적지 않은 병원들이 이 검사비를 비급여처리 해온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보건복지부의 고시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었던 겁니다.
병원들은 실수라고 말합니다. 자주 바뀌는 건강보험 관련 고시를 제때제때 챙겨서 반영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듭니다. 질병이나 의약품, 건강보험과 관련된 고시나 규정이 워낙 방대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사람이 하는 일인 이상 놓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수를 시정하는 방식에는 뭔가 문제가 있어 보였습니다.
임신이나 출산에 이르는 동안 수 많은 검사와 진료를 받는 산모들이 각각의 검사나 처치가 건강보험 대상인지 아닌지, 그리고 또 그걸 제대로 적용받았는지 아닌지 일일이 챙기기는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해당 검사나 진료가 건강보험 대상이라면 보험을 적용해서 심사평가원에 급여청구를 하고 산모에게 적정한 자기부담금을 알려주는 것은 병원이 할 일입니다. 그런데도 임신성 당 검사를 비보험처리 했던 병원들은 대부분 자신이 받은 당뇨 검사비가 제대로 건강보험 처리가 됐는지를 직접 물어오는 산모들에 대해서만 자기부담금을 환급해주고 있었습니다. 모르면 당연한 권리인데도 환급을 못받고 그냥 넘어가게 되는 겁니다. 병원측의 실수로 건강보험 처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면 의료 기록이 다 남아있을테니 당뇨검사를 받은 산모 가운데 급여 혜택 대상자이면서도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한 사람들을 추려서 권리를 찾아줘야 하는것 아닐까 싶었지만 병원들은 그렇게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병원들이 건강보험 급여처리를 제대로 이행하는 지 관리 책임이 있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손을 놓고 있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심평원 홈페이지를 통해 접수되는 환급 문의에 대해서만 개별적으로 안내를 하고 있었을 뿐 제대로 보험 적용을 받지 못한 산모가 몇 명이나 되는지, 잘못 적용한 병원은 어느 정도 규모인지 전체적인 실태를 파악하고 있지도, 그럴려는 의지도 없어 보였습니다. 지난 2007년 이후 만30세 이상 산모에게서 태어난 신생아가 170만명이 훌쩍 넘으니, 쌍둥이나 세쌍둥이 또는 그 기간동안 아이를 여러명 낳은 산모를 감안하더라도 만30세 이상 산모가 백만명은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말입니다.
이번 임신성 당검사료 문제를 취재하면서 만나게 된 한 30대 여성은 "은행 이자는 단돈 백원, 2백원도 잘못 부과되거나 하면 은행측이 직접 챙겨서 해당자들에게 연락하고 되돌려 주는데 그저 수수방관하고 있는 병원이나 건강보험 관련 기관들의 행태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서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본인은 우연히 이 정보를 알게 돼 비용을 환급 받긴 했지만 주변에 이 사실을 모르고 넘어가는 사람들도 많은데다 대상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려고 하지 않고 그저 쉬쉬하며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병원이나 건강보험 관련 기관들의 태도가 불합리하다는 겁니다.
건강보험 혜택은 건강보험료를 따박따박 내는 가입자들이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입니다. 건강보험료가 체납되면 곧바로 통지가 들어오고 독촉도 받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마땅히 누려야 할 가입자로서의 권리가 누락됐다면 적극적으로 권리를 찾아줘야 하는 것이 관련 기관들의 역할이 아닐까요.
[취재파일] '아는 사람'만 환급받을 수 있는 이상한 검사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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