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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한국전쟁의 승자는 중국(?)

'한국전쟁'과 '항미원조전쟁'…남북한 우리는?

[월드리포트] 한국전쟁의 승자는 중국(?)
지난 주말(27일) 정전협정 60주년을 맞아 평양에서는 1만여 명의 병력이 참여한 대규모 열병식 등 성대한
기념행사가 이어졌습니다. 북한은 10단위로 끝나는 이른바 꺾어지는 해(10주년.. 20주년.. 30주년 등등)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는데 올해가 바로 60주년이었던 만큼 기념식 규모는 예상대로 상당히 컸습니다.

전쟁을 끝내고 평화협정을 맺은 것도 아니고 잠시 전쟁을 멈추자는 협정에 서명한 게 이렇게 크게 기념할만한 일인가? 오히려 비정상적인 상황을 60년 동안이나 해결하지 못했음을 부끄러워야 할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과 함께 10년 뒤에는 그럼 70주년 기념식을 또 치러야하는지, 최근의 남북관계 상황 등을 생각해보면 그저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어쨌든 서울과 워싱턴에서도 60주년 기념행사가 열렸고, 특히 오바마 미 대통령은 "한국전쟁은 무승부가 아닌 승리한 전쟁"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전쟁 당시 가장 많은 90여만 명의 중공군이 희생됐을 뿐 아니라 정전협정 체결의 당사자인 중국에서는 어떤 행사가 열렸을까요?

베이징에서는 정전협정일 당일은 물론 이전이나 이후에도 아무런 기념식이나 관련 행사가 열리지 않았고, 열리지 않고 있습니다. 마치 중국과는 상관 없는 일(?)이라는 듯 너무도 조용히 그렇게 지나가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리위안차오 국가 부주석을 평양에서 열리는 기념식에 파견했을 뿐 자체 행사는 전혀 없이, 중국 언론들도 평양 소식만 전했습니다. 

그렇다면 중국에게 과연 한국전쟁은, 정전협정은 어떤 의미일까요?

우리에게는 하나지만 중국에게 한국전쟁은 두 개의 전쟁입니다. '한국전쟁'과 '항미원조전쟁'(미국에 맞서 조선(북한)을 도운 전쟁)이 바로 그것 입니다. 우리는 한국전쟁 와중에 중공군이 참전했고 그렇기 때문에 그냥 6.25 또는 한국전쟁(중국은 조선전쟁)으로 부르고 있지만 중국은 한국전쟁과 항미원조전쟁을 엄연히 다른 전쟁으로 구분해 따로 부르고 있습니다. 

중국에게 한국전쟁은 1950년 6월 25일 남한과 북한 양측 사이에서 발발한 전쟁입니다. 즉 동족 간의 내전입니다. 그런데 내전 발발 이틀 후에 미국이 이 내전에 참전을 선언합니다. 그러면서 국민당 장제스 정권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중국의 영토(중국에겐 미수복지)인 타이완에도 함대를 주둔시켜 통제하려 듭니다. 자신들이 한국전쟁에 개입한 틈을 타 중국 본토의 공산군이 타이완을 침공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해 워싱턴이 미 7함대를 타이완 해협에 배치한 겁니다.

중국의 관점에서 볼때 미국의 한국전 개입과 타이완 주둔으로 이제 한국전쟁의 성격은 북-중 양국에 대한
미국의 침략 전쟁으로 변질된 것입니다. 여기에 인천상륙작전 성공 이후 서울 수복, 이후 압록강까지
미군이 진격하면서 중국은 미군이 본토까지 침공해올지도 모른다고 우려합니다.

이에 새로 출범한 지 1년도 안 되는 신중국(1949년 수립) 정부는 마침내 10월 25일 세계 최강국 미국을 상대로 항미원조전쟁을 선포하게 된다는 겁니다. 항미원조전쟁의 정식 명칭인 항미원조보위국가 그대로 , 즉 미국에 대항해 조선을 돕고 국가를 지킨다는 의미입니다.

한국전쟁과 항미원조전쟁, 두 전쟁은 서로 관련 있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이렇게 엄연히 구별되는 전쟁으로 4개월 간격을 두고 발발했다는 게 중국 정부의 공식적인 시각이자 역사적 평가입니다.

중국은 한국전쟁은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전쟁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항미원조전쟁은 싸우지 않을 수 없는 전쟁이었다고 평가합니다.

전쟁의 승패를 판단하는 기준을 목표 달성 여부로 본다면 중국에게 3년여의 한국전쟁은 무승부로 끝난
전쟁입니다. 북한이 38선에서 시작해 거의 원점(휴전선)에서 정전을 맞이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2년 9개월간 중국이 참전한 항미원조전쟁은 중국 근현대사에서 가장 찬란한 승리를 거둔 전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압록강변에서 시작해 세계 최강대국 미국을 500km나, 즉 휴전선까지 후퇴시키고 사회주의 우방국인 북한을 구해냈기 때문에 승리했다는 것입니다.

중국은 당시 마오쩌둥 주석의 "마땅히 참전해야 하며, 반드시 참전해야 한다. 참전에 따른 이익이 크며, 참전하지 않을 경우 손해가 막대하다'는 분석이 유효하고 정확했다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여담입니다만, 시진핑 주석이 부주석 시절이었던 지난 2010년 한국전쟁을 "정의로운 전쟁"이라고 평가했다고 국내 언론에서 논란이 된 적 있는데 그가 말한 한국전쟁은 우리가 통상 칭하는 한국전쟁이 아닌 바로 항미원조전쟁을 의미했던 것입니다. 한국전쟁과 항미원조전쟁을 구분해 보는 중국의 시각을 우리 정부나 언론이 오해했거나 혹은 엄격히 구분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의도적으로 문제삼았는지도 모릅니다.

어쨋든 중국은 정전협정일보다는 참전일인 10월 25일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정전협정일에는 아무런 자체 행사도, 기념식도 갖지 않지만 참전일에는 상무위원 등 최고 지도부가 참석해 나름 기념식을 갖고 있습니다. 다만 행사의 규모 자체는 그리 크지 않고 그나마  미국과의 관계 등을 고려해 최근 들어서는 행사 규모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정전 60주년을 맞아 미국도 승리했다고 하고, 중국도 승리했다고 평가합니다. 서로 적으로 맞서 총부리를 겨누고 싸웠는데 두 나라 모두 승리했다고 합니다. 과연 누가 이긴 걸까요?

미국과 중국 두 강대국의 승패를 떠나 분명한 건, 남북한은 절대 승리자가 아니라는 점, 무엇보다 60년간 비정상적인 정전체제가 이어지고 있는데도 이를 평화체제로 개선하고 나아가 평화통일의 길로 가기 위해 노력하기는 커녕 거꾸로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한 남북한 모두 확실한 패자로 남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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