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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절망의'위너'…제2의 힐러리는 없었다

관대하지만 까다로운 뉴욕시민들의 취향

[월드리포트] 절망의'위너'…제2의 힐러리는 없었다
휴가철로 접어든 뉴욕의 계속되는 톱 뉴스는 단연 '앤서니 위너' 뉴욕시장 후보의 온라인 불륜 파문이다. 2년 전 트위터의 여성 팔로워들에게 상반신 나체 사진을 보내 연방하원직을 사퇴했던 그는 지난 봄 과감하게 뉴욕시장 출마를 선언하며 정계로 복귀했다. 작지않은 흠집에도 불구하고 그는 명확한 논리의 진보적 정치인으로 여전히 많은 뉴요커들의 지지를 받았다. 민주당 뉴욕시장 후보 지지율에서 부동의 1위였던 크리스틴 퀸 시의장을 단기간에 제치고 1위에 오른 것이다. 40여일 남은 예비선거에서 그의 당선은 확실해보였다.

   부각되는 거짓말 참회…상대는 6~10명?

  하지만 자신도 결국 인정할 수 밖에 없던 그의 행각은 놀라운 것이었다. 2년 전 외설트윗 파문이 있은지 1년 뒤 그는 미국 주류언론과 인터뷰를 갖고 '반성의 시간'을 언급했다. 아마도 정계복귀를 염두에 둔 행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밝혀진 1년 전의 이른바 '섹스팅'은 대부분 그 반성의 인터뷰 직전 그리고 그 후에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소셜미디어로 성적대화를 나눈 여성들에게 '직업을 구해준다'고 약속하기도 했고 '콘도를 사주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상대 여성이었던 23살의 '시드니 레더스'는 멋지게 차려입고 방송 인터뷰에 나섰다. "위너는 나에게, 또 자신의 부인에게 또 선거유세에서 하는 말이 모두 달라서 누가 진짜인지 모를 지경이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아마도 책 출간과 이어질 방송출연으로 누군가처럼 또 유명세와 돈방석에 오를 전망이다.

위너의 온라인 불륜 상대는 시드니 뿐이 아니었다. "(상대가) 수십 명은 아니다. 3명을 넘지 않는다"고 위너는 직접 말했다. 하원의원 재임기간을 더하면 총 6~10명의 여성과 같은 관계가 있었던 것을 인정했다. 그래도 출마한다? 뉴욕에선 가능한 일이라고 보기엔 무모한 행보가 틀림없다. 이래도 그가 당선된다면? 그는 일 잘하고 똑똑하기로 소문난 인물이다. 다민족, 다계층의 뉴요커들이 좋아할 정책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뉴욕 유권자들은 곤혹스럽다.

   '휴마' 효과도 제2의 힐러리도 없었다

곤혹스런 성추문의 와중에 더 화제가 된 사람은 바로 위너의 부인이다. 정치생명이 끝날 상황에 몰린 남편과 함께 당당히 기자회견에 나섰다. "남편이 끔찍한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부적절한 행위를 한 남편을 사랑하고 용서했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처럼 우리는 앞으로 나갈 겁니다" 부인의 기자회견은 일시적으로 그의 지지율 급락폭을 줄였다. '휴마 효과'라는 제목의 뉴스와 기사가 다음날 미디어를 장식했다. 위너가 회생한다면 그녀는 '제2의 힐러리'가 됐을 것이다.

하지만 하루 또 이틀, 시간이 지나며 그런 기대는 부질없음이 확인되고 있는 중이다. 위너는 아내까지 동원해 추문을 덮으려한 '더 나쁜' 정치인이 돼가는 분위기다. 지난 금요일 NBC 방송과 월스트릿저널의 여론조사에서 위너는 지지율이 9%나 급락했다. 현 지지율은 16%, 선두로 올라선 퀸 후보에는 9% 포인트 뒤지고 있다. 주말을 넘기고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1위에서 2위, 이제는 다시 4위로 추락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미국시간 어제(28일)는 위너의 선거운동을 총괄지휘해왔던 대니 케뎀 선거대책본부장이 사퇴했다는 소식이 주요뉴스로 전해졌다. 오른 팔 핵심 참모가 그를 버린 것이다. 케뎀 자신은 말을 아꼈지만 비공식 인터뷰에서 "넘어설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뼈아픈 말을 했다. 유명 토크쇼에선 "우리는 카를로스 덴저 뉴욕시장과 함께 미래를 설계하고 있습니다"란 말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바로 앤서니 위너가 온라인 대화에서 쓴 가명을 비꼰 것이다.

   '경쟁력이 아닌 자격의 문제'  절망 속의 위너

  이런 가운데 이어지는 위너의 선거유세는 이상한 볼거리로 전락했다. 기자들은 "선거운동을 계속할꺼냐?"는 질문만 던질 뿐 더 이상 그의 정책과 비젼을 묻지 않는다. "유권자들은 나의 과거보다는 자신들의 미래에 더 관심이 있다"던 위너의 자신감은 사라져가고 있다. 이제 그의 표정엔 절망감이 묻어난다.

"당신의 정책을 좋아합니다. 당신을 응원해왔습니다. 하지만 다른 후보들은 도덕적 결함이 없고 당신은 분명한 실수가 드러났는데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겠습니까?" 정중하게 트위터에 올라온 한 유권자의 말은 그에게 뼈아프다. 경쟁력이 아닌 자격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뉴욕도 감싸줄 수 없는…돌이킬 수 없는
 
뉴욕은 다양성의 도시다. 시민의 40%가 다른 민족 이민자들이다. 그만큼 정치적으로도 자유롭고 진보적 성향이 강하다. 오죽하면 민주당 후보로 당선되면 뉴욕시장으로 확정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의미를 갖겠는가? 현재 당선이 유력한 크리스틴 퀸 시의장은 여성이면서 동성애자이다. 2년 전에는 자신의 여성변호사 친구와 결혼식을 올렸다. 하지만 그녀는 비난받을 일이 없다. 단지 성적 소수자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위너는? 그의 개인적 성취향과 실수는 이미 한번 도마에 올랐고 사실상 용서받았다. 그의 섹스팅은 이번이 2번째다. 중요한 것은 행위 자체보다는 거짓말이다. 한번의 성추문 뒤 그는 정계복귀를 위한 공식 사죄를 했는데 이것이 거짓 참회였다는 것이 뉴요커들이 등을 돌리는 이유일 것이다. 가장 상처받았을 사람의 용서, 부인의 공개지지는 한순간 보는 이들을 숙연하게 했지만 한편으론 부인을 앞세워 성추문을 모면하려는 모습으로 미국 정치인들의 '가족쇼' 신물이 난 사람들을 냉소적으로 만들었다. 위너가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 됐기 때문에 그의 부인의 용서도 감동을 만들지 못한 것이다. 뉴요커들은 공인의 잘못에 흥분하고 혹독하게 평가하면서도 눈에 띄게 관대하다. 위너가 선거일까지 용서받지 못한다면 그것은 결국 '뉴요커도 감싸줄 수 없는' 잘못을 저지렀다는 의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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