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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장 "자백하라"·최태원 "무죄 입장 불변" 팽팽

판사, 최 회장 변호인과 '법정밖 통화' 이례적 공개

재판장 "자백하라"·최태원 "무죄 입장 불변" 팽팽
검찰이 29일 최태원 SK 회장의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예상을 깨고 1심보다 높은 징역 6년을 구형하자 최 회장은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그러자 변호인인 이공현 변호사는 얼굴이 달아오른 최 회장을 진정시킨 뒤 결백을 호소했다.

헌법재판관을 지낸 원로인 이 변호사는 항소심 마지막 재판을 불과 2주일 앞둔 지난 16일 '구원투수'로 전격 선임됐다.

재판장인 서울고법 형사4부의 문용선 부장판사는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면서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면 양형에서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하려 했다"고 운을 뗀 뒤 말을 이어갔다.

그는 "(최 회장이) 유죄라는 것은 아니다"고 전제한 뒤 "혐의를 부인하다가 유죄 판결을 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김원홍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범죄 사실을 자백한다면 이 재판에서 또 하나의 의미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판 내내 최 회장에게 진실을 밝히라고 주문했던 문 부장판사는 이날 최후진술에서도 혐의를 부인한 최 회장에게 거듭 자백을 권고했다.

문 부장판사는 "변호인을 추가 선임해서 일말의 기대를 갖게 하는 외관을 보였는데 (내가) 잘못 생각했던 것인가"라고 묻고는 최근 이 변호사와 전화통화를 한 사실을 '깜짝' 공개했다.

문 부장은 "변호인과 통화에서 (최 회장이) 가벼운 처벌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적인 변화에 의해서 용서를 구하라고 한 적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진심으로 잘못을 뉘우치고 진실을 자백하라는 취지였다.

앞서 재판장은 '자백하지 않으면 실형을 선고할 수 밖에 없다'는 취지의 말을 법정에서 여러 차례 했지만 최 회장 역시 최후진술에서 "자책과 회한이 앞선다"면서도 회삿돈 횡령 혐의를 끝까지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의사 결정에 깊숙이 관여한 김원홍씨를 언급하면서 "믿는 사람에게 배신을 당해서 원망이 들고 화가 났다"며 대만으로 도피한 김씨가 주범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 역시 "(법원이) 엄중한 책임을 묻더라도 기억과 다른 진술은 할 수 없다는 게 최 회장의 현재 심정"이라고 변론했다.

한편 재판장이 비록 좋은 취지였다고 해도 변호인과 법정 밖에서 재판과 직접 연관된 통화를 한 것과 관련, 적절한 행동인지를 놓고 일부 논란도 예상된다.

쌍방 당사자를 대상으로 소송을 지휘하고 진실을 파악해 올바른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책임감에 따른 행동으로 볼 수 있지만 괜한 오해를 부를 소지도 있다는 것이다.

과거 기업 총수들의 기업범죄 재판에 비해 최 회장의 재판에서는 이례적인 요소가 많이 나왔다.

회사의 경영을 좌우하고 '제왕'처럼 군림했던 다른 총수들과 달리 김원홍이라는 '베일 속 인물'에 의존하는 모습이 많이 보였던 것.

투자 에이전트이자 SK해운 고문이던 김씨가 '주가와 환율 등에 정통한 투자 고수'여서 최 회장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으며 이번 범죄도 그에게 책임이 있다고 최 회장은 주장했다.

결론은 다음달 9일 선고공판에서 공개된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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