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컷 매미가 암컷의 사랑을 얻기 위해 부르는 사랑의 세레나데이자, 여름을 상징하는 매미 울음소리가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를 반기는 사람들은 예전보다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더 솔직히 얘기하자면, 골칫거리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게 현실입니다. ‘잠을 잘 수가 없다’, ‘공부하는 데 방해된다.’, ‘일에 집중할 수가 없다.’ 등등 매미 울음소리를 원망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옵니다. 여름철만 되면, 지자체마다 매미를 잡아달라는 민원도 빗발칩니다. 매미 울음소리는 언제부터, 왜 우리에게 불편한 ‘소음’이 돼 버렸을까요?
매미 울음소리가 예전보다 더 시끄러워졌다?
최근 들어 주변에서 예전과 달리 매미 울음소리가 더 시끄러워졌단 얘기를 종종 듣습니다. 단순히 우리가 그렇게 느끼는 것일까요, 아니면 진짜 매미울음소리가 더 시끄러워진 것일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실제로 매미 울음소리가 더 커졌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이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선 우선 매미의 종류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매미의 종류에 따라 울음소리가 다르기 때문인데요,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매미 중 소리를 내는 매미는 ‘참매미’와 ‘말매미’ 크게 두 종류가 있습니다.
이 가운데 다수를 차지하는 우점종은 ‘참매미’입니다. 참매미는 우리가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종인데, 주로 나무의 낮은 부위에 붙어서 서식합니다. 울음소리도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매미 울음소리처럼 ‘맴~~맴~~매앰~~’ 이렇게 주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마치 사이렌이 우는 것처럼, 높낮이와 길이가 일정한 주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음폭이 단조롭지 않아서 사람들이 의식적으로 자꾸 신경을 써서 듣게 되는 효과를 나타냅니다. 마치 구급차나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에 사람이 집중하는 것처럼 말이죠.
이렇게 참매미의 소리도 사람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지만, 진짜 우리를 힘들게 하는 매미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말매미’입니다. 말매미도 참매미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의 고유종입니다. 하지만, 따뜻한 환경을 선호해 동남아시아나 일본 같은 남쪽지역에 상대적으로 더 많이 서식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최근 온난화와 열대야 등 기후환경 변화로 우리나라에서 이 말매미가 급증한 것입니다. 이런 말매미의 급증이 바로 우리가 ‘요즘 매미 울음소리가 더 시끄럽게 느껴진다.’라고 느끼는 원인입니다.
숭실대학교 소리공학연구소 배명진 교수의 도움을 받아, 참매미와 말매미의 울음소리를 분석해봤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참매미는 ‘맴~~맴~~매앰~~’ 이렇게 주기를 가지고 웁니다. 하지만, 말매미는 이런 주기가 없이 ‘매~~애~~~“하고 계속 울어댑니다. 쉬는 주기가 없어 사람이 잠시라도 그 소리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이 말매미의 울음소리가 16Hz 이상의 높은 베타파(High-beta wave)를 낸다는 점입니다. 이 높은 베타파는 사람이 어떤 일이 고도로 집중했을 때 나오는 파장으로, 이 소리를 들으면 사람은 상당히 높은 수준의 각성상태에 들어가게 됩니다. 아무리 신경을 안 쓰려고 해도, 편히 쉬거나 잠을 이룰 수 없게 됩니다. 교감신경이 흥분하게 되고 몸이 긴장하거나 다시 집중하게 됩니다. 일정 시간 이상, 이 말매미 울음소리에 노출되면, 사람은 정신적으로 짜증 나고 피곤한 상태로 접어들게 됩니다.
말매미, 온도가 높은 도심지역에 집중
그럼, 이런 말매미가 왜 이렇게 많이 늘어났을까요? 이에 대해 곤충학자이자 매미 전문가인 이화여대 장이권 교수의 연구에서 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장 교수는 3년 전부터 매미가 부화하고 남은 껍데기인 ‘탈피각’을 수거해, 서울과 과천, 양평, 여천 등 서울과 같은 위도에 있는 지역을 비교하는 연구를 수행해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연구를 보면, 통계학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오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지방 소도시보다 수도권에 매미가 약 3~4배 정도 더 많이 서식한다. 그리고 매미 중에서도, 특히 말매미의 분포는 수도권이 같은 위도의 지방 소도시보다 최소 10배 이상 높다는 점’입니다.
이에 대해 장 교수는 지구 온난화와 도심 열섬현상, 열대야 같은 온도변화가 그 원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말매미의 유충(매미로 부화하기 전 상태)이 다른 매미의 유충보다 성장하는 데 훨씬 높은 온도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수도권 지역의 평균기온이 오르면서 말매미의 유충이 살아가는 데 매우 좋은 환경이 됐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장 교수는 시민의 도움을 받아(네이버 카페 ‘매미 탐사대’) 매미의 시공간적 분포를 전국 대상으로 연구하고 있는데, 여름이 먼저 오는 제주나 부산, 광주보다 말매미의 등장 시기가 서울이 가장 빠른 것을 나타났습니다. 6월 셋째 주 만해도 서울 지역에는 말매미가 등장하고 있는데, 남쪽은 7월 첫째 주는 돼야 말매미가 등장한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급격한 기온 상승이 말매미의 증식을 가져왔고, 말매미의 증가는 다시 사람에게 불편한 환경을 초래하게 된 것입니다.
“도시일수록 매미가 모여 울기 좋고, 소음이 심하다”
물론, 매미 울음소리가 더 시끄럽게 들리는 건 이런 기후 환경적 요인 때문만은 아닙니다. 국립생물자원관 김태우 박사는 도시화도 매미 울음소리를 심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도시일수록 매미가 많고 지방이나 시골일수록 매미가 적은데, 이는 시골일수록 산이나 숲 등으로 매미가 분산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또, 도시는 느티나무나 단풍나무, 버드나무와 같이 매미가 좋아하는 조경수들이 많고, 건물 등으로 주변이 막혀 있는 경우가 많아 매미가 밀집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도심은 고층 건물이 마주 보고 있는 구조로 돼 있는데, 그렇다 보니 소리가 바깥으로 빠져나가기 어렵습니다. 한 마리가 울면 다 같이 우는 습성을 가진 말매미의 특성을 고려하면 몇 배나 더 시끄럽게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도심엔 제비와 같은 매미의 천적이 적은 것도 도심에서 매미 울음소리가 더 크게 느껴지는 원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문제의 근원은 매미가 아닙니다."
그럼, 이 여름철 골칫덩이가 된 매미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적극적인 방제 작업에 나서야 할까요, 아니면 그냥 이대로 참고 지내야 할까요? 사실, 전문가들도 이 질문에 대해선 딱 부러지는 답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저도 이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해 봤지만, 뚜렷한 답을 찾지 못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매미의 울음소리’라는 겉으로 드러난 현상만 보면, 그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실제로 과거엔 ‘매독’이라는 성병을 정신과 의사가 치료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매독에 걸리면, ‘스피로헤타 팔리다’라는 나선균이 뇌신경을 건드려, 정신질환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항생제 한 대면 치료할 수 있는 세균성 질병을 정신분석치료로 접근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던 것입니다. 드러난 결과만 보고 그 원인을 유추할 때, 이런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지를 수 있습니다.
자동차 시동이 걸리지 않을 때 사람들은 열쇠를 바꾸러 갈까요? 텔레비전이 켜지지 않을 때 손에 이상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정형외과로 달려갈까요? 자동차 시동이 걸리지 않는 것, 텔레비전이 켜지지 않은 것보다 자동차와 텔레비전 그 자체에 근원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여름철 정겨웠던 매미 울음소리를 ‘소음’으로 바꾼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우리 인간에 있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보게 됐습니다.
시간 관계상 뉴스 리포트에는 실지 못했던, 장이권 교수의 인터뷰 내용을 끝으로 글을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결론적으로 문제의 근원은 매미가 아닙니다. 매미 울음소리가 ‘소음’처럼 느껴지는 게 매미만의 문제일까요?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매미가 좋아하는 조경수를 적게 심고, 매미 유충이 있는 가지를 미리 잘라내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 수 있겠지요. 하지만, 더 근원적인 문제는 바로 우리 인간에게 있는 게 아닐까 싶은데요, 지구 온난화와 과도한 도시화, 그로 말미암은 열섬현상, 열대야, 모두 우리 인간의 욕심이 만든 자화상이 아닐까요? 어쩌면 매미의 울음소리는 단순히 곤충 한 종의 울음소리가 아니라 우리 인류를 향해 던지는 ‘경고음’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 취재과정에서 장이권 교수(이화여대 에코과학부), 배명진 교수(숭실대 정보통신전자공학부), 김태우 박사(국립생물자원관), 이승환 교수(서울대 농생명공학부)의 자문과 연구 자료를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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