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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북한에겐 중국이 필요해

김정은의 리위안차오에 대한 각별한 배려

[취재파일] 북한에겐 중국이 필요해
중국의 리위안차오 국가부주석이 북한의 ‘전승절’(정전협정 체결일, 7월 27일) 60주년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25일부터 나흘 동안 북한을 방문했다. 중국의 고위급 인사로는 지난해 11월 리젠궈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 이후 8개월만에 이뤄지는 방북이기에 리 부주석이 김정은 제1비서를 만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지만 리위안차오가 북한에서 받은 대우는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리위안차오 부주석은 25일 북한 도착 이후 거의 모든 일정을 김정은 제1비서와 함께 했다. 도착 당일인 25일에는 김정은 제1비서와 공식적인 회담을 가졌고, 다음날인 26일에는 한국전쟁에 참전한 중국군 전사자들의 유해가 안장된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릉’(평안남도 회창군)과 평양의 우의탑을 참배한 이후 김정은 제1비서와 ‘전승절’ 60돌 경축 중앙보고대회에 참석하고 아리랑 공연도 함께 관람했다. 27일에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대규모 열병식과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 개관식, 밤에 열린 축포야회까지 거의 하루 종일을 김정은 제1비서와 함께 보냈다.

특히, 리위안차오 부주석은 이상의 행사에 단순히 참석한 것이 아니라 ‘주빈’으로서의 확실한 대우를 받았다. 리 부주석은 모든 행사에서 김정은 비서 바로 옆자리에 위치했으며, 김정은 제1비서는 행사 중간중간 리 부주석에게 지속적으로 말을 건네는 등 세심히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전쟁에서 혈맹으로 싸운 중국에 대한 배려라고만은 보기 어려운 각별한 예우가 리 부주석에게 갖추어졌던 것이다.

북한의 중국에 대한 예우는 각종 행사의 연설에서도 드러난다. 27일 열병식 연설에서 최룡해 총정치국장은 ‘중국이 조선전선에 지원군을 파견하여 우리(북한) 혁명을 피로써 도와주었’다며, ‘형제적 우의를 지니고 인민군대와 어깨 엮어 싸운 중국군 장병들의 희생성과 위훈은 조중(북중)친선의 역사와 더불어 길이 전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진행된 중앙보고대회에서도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중국 인민지원군이 보여준 국제주의적 모범은 조중(북중) 친선의 역사에 빛나는 장을 기록’했다며 중국의 공훈을 한껏 치켜세웠다.

김정은리위안차오



북, 북중관계 회복이 급선무

북한 입장에서 볼 때 리위안차오 부주석의 방북이 만족스럽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북한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한 행사에 중국은 최고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을 보내지 않았다. 또, 리 부주석은 김정은 제1비서를 만난 자리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강조했다. 북한이 불편해 할 것을 알지만, 북한에 할 말은 하겠다는 중국의 입장이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이러한 아쉬운 점들을 모두 뒤로 감추고 리위안차오에게 정상급의 예우를 갖췄다. 올해초 제3차 핵실험과 ‘반미대결전’ 당시 중국의 자제 요청을 무시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국제적 고립 속에서 유일한 후원국인 중국과의 신뢰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절박성을 느끼고 있는 것일까?

한중관계의 정치적 발전 속에 북중관계의 복원 시도는 중국이 남북한 모두에게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중국이 남북한과의 관계를 적절히 활용해 남북한 모두에게 자국의 목소리를 높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일본의 우경화와 중일 관계의 냉각은 중국으로 하여금 한국의 외교적 지원을 필요로 하는 국제정치적 환경을 제공한다. 중일 관계의 냉각 속에 한국이 미일 쪽으로 완전히 치우쳐버린다면 중국에게 부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남북중일 동북아 각국의 이해관계에 따른 외교적 수싸움이 치열해지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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