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앞서 전해드렸습니다만, 6.25 전쟁의 총성이 멎은 지 오늘(27일)로 꼭 60주년입니다. 미국에서도 이를 기념하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습니다. 워싱턴 연결합니다. 이성철 특파원. (네, 워싱턴입니다.) 네, 60여 년 만에 북한 땅을 밟은 미국인 노병 이야기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면서요. 어떤 이야기입니까?
<기자>
네, 그렇습니다.
이곳 시간으로 6시 40분을 조금 넘겼으니까 이제 약 6시간 남짓 뒤면 미국에서도 7월 27일 정전협정 기념일을 맞습니다.
먼저 토머스 허드너 씨 이야기를 소개할까 합니다.
6.25에 참전했던 88살의 노병인데 동료의 유해라도 찾겠다며 북한 땅을 밟았습니다.
63년 전인 1950년 허드너 중위는 해군 전투기 조종사였습니다.
치열했던 장진호 전투에 참여했습니다.
12월 4일, 지상에서 중공군과 대치하고 있던 미 해병대를 지원하기 위해 공중 작전을 수행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동료인 흑인 제시 브라운 소위가 조종하던 'F4U 코세어' 기가 중공군의 총격을 받고 장진호 부근에 추락했습니다.
허드너는 자신의 전투기를 눈 덮인 동토에 착륙시키고 구조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끝내 찌그러진 기체에서 브라운을 빼내지 못했습니다.
동료를 적진에 남겨둔 채 구조헬기에 오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때 브리운은 아내인 "데이지에게 사랑한다고 전해달라"며 의식을 잃어갔다고 합니다.
추락한 전투기와 브라운 소위의 시신이 적군의 손에 들어갈까 걱정한 미군은 이틀 뒤 네이팜 탄을 투하했습니다.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지만, 흑인 동료를 구하려 한 백인 청년의 전우애는 인종 갈등을 뛰어 넘는 아름다운 이야기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앵커>
네, 참 아름다우면서도 비극적인 상황인데요. 이번에 허드너 씨가 어떻게 다시 북한에 갈 수 있게 된 겁니까?
<기자>
그로부터 63년, 6.25 전쟁의 총성이 멎은 지 60년이 지났죠.
허드너 씨의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기려는 전기 작가가 방북을 추진했고, 북한 당국도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습니다.
허드너 씨는 중국 베이징을 거쳐 고려항공 편으로 평양에 도착했습니다.
전장에서 산화한 전우 브라운 소위의 사진을 쥐고 함경도 장진호로 향했습니다.
지금은 베이징에 체류할 때의 모습입니다.
북한군이 안내에 나섰습니다.
그런데, 하필 지난 며칠간 북한 지역에도 폭우가 내렸습니다.
도로가 침수되고 끊기면서 허드너 씨 일행은 도저히 함경도 장진호까지 갈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북한 당국은 대신 그제(25일) 평양에서 열린 인민군 열사묘 준공식에 참석토록 했습니다.
김정은 제1비서가 참석한 행사였죠.
허드너 씨 소식은 동행 취재에 나선 CNN과 CBS, 미국의 소리 방송 서울특파원들을 통해서 미국 내 시청자들에게 알려졌습니다.
북한군 인사들은 허드너 씨가 오는 9월 다시 방북해 전우의 유해를 찾을 수 있도록 돕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면서 6.25 때 전사한 미군 유해 발굴 사업을 재개했으면 한다는 뜻을 미국 정부에 전해달라고 당부했다고 CNN 등 동행 취재진이 보도했습니다.
<앵커>
공식적인 것은 아니지만 북한 당국이 미국에 유해 발굴 사업을 재개하자고 제안한 것으로도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기자>
네, 허드너씨도 북한 측의 이런 의사를 케리 미 국무장관에게 전하겠다고 답변했습니다.
현재 남북관계도 그렇습니다만, 북한과 미국의 관계가 좋지가 않습니다.
북미 관계를 총괄할 대니얼 러셀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가 취임했는데요, 이야기 한 번 들어보겠습니다.
[러셀/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 (미국의 정책은) 북한이 근본적인 선택을 내려야 한다는 명료한 사실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핵무기 추구는 안보를 가져다주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북한에 근본적 선택, 즉 핵포기를 촉구했습니다.
러셀 차관보는 백악관에서 국무부로 자리를 옮겼는데, 지난달 의회 인준 청문회에선, "내가 북한을 잘 안다, 이론이 아니라 실제로 북한 비핵화 달성을 가속화하겠다"며 상당한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그렇지만, 현실은 꽉 막혀 있는 상태입니다.
북핵 문제 논의 진전 없이, 과연 인도적 차원의 유해 발굴 사업이 성사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앵커>
앞서도 잠시 전해드렸지만, 미국에서 정전협정 60주년 관련해서 다채로운 행사가 많이 이어지고 있다고요?
<기자>
네, 미국에서는 전쟁이 일어난 날보다 끝난 날을 기념한다, 저도 이 말의 뜻을 잘 몰랐습니다만, 최근 절실히 느끼게 됐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느꼈던 6월의 분위기를 미국에서는 7월에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번주 미국에선 정전협정 6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줄을 이었습니다.
어제(26일) 미 의회에서 한국대사관 등 주최로 기념 리셉션이 열렸습니다.
정승조 합참의장, 김정훈 의원 등 대통령 특사단 일행이 참석해 백발의 노인이 된 참전 용사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습니다.
한국전에 참전했던 랭글 하원의원 등 정치인들도 잇단 기념행사에 참석해 6.25 전쟁의 의미를 되새겼습니다.
공식 기념식은 이곳 시간 토요일 오전 10시, 한국 시간으로 오늘(27일)밤 11시에 워싱턴의 한국전 참전 기념공원에서 열립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참석합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7월 27일을 정전협정 기념일로 지정하는 포고령을 어제 발표했습니다.
즉 한국전이 끝난지 60주년을 맞았다며 참전 용사들의 희생을 기리자고 당부했습니다.
하지만, 전쟁이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고, 법적으로 아직도 정전, 휴전상태입니다.
전쟁도 아니고 종전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로 휴전선 남북에서 대치하며 60년을 지내온 것입니다.
정전협정 당사국인 오바마 대통령이 한반도 상황에 대해 어떤 메시지를 제시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60여 년 만에 북한 찾은 미국인 노병 화제
[워싱턴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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