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60대 아주머니에게 일어난 일입니다. 가족관계증명서를 떼보니 모르는 사람이 아들로 나와 있었다는 제보. 원래는 딸만 둘인데, 37살 모르는 남자가 아들로 기재돼 있었다는데.. 담당공무원의 착오나 실수였을까요? 왜 이렇게 돼 있나 살펴보니 30년 전 '그 아들' 출생신고 당시에 '그 아들의 아버지'가 어머니로 제보자를 기입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30년 동안 제보자는 아들이 하나 있는 걸로 서류상에는 돼 있었던 겁니다.
그동안 이런 사실을 몰랐던 건 당시에는 호주제가 폐지되기 전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호주제 폐지 전엔 아버지나 남편을 호주로 하는 호적에 들어가 있어 호주가 아닌 제보자의 가족관계는 다 나와있지 않았죠. 2008년 가족관계 등록제가 시행됐지만 대부분 굳이 증명서를 떼볼 일이 없으니 몰랐을 수 있죠. 몰랐던 건 그렇다치더라도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요? 구청이나 주민센터나 확인해봤지만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는 게 공통된 답변이었습니다.
(좀더 자세한 내용은
여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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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 확인한 사실과 상황을 놓고 보면 두 가지 가능성 정도인 것 같았습니다.
첫 번째는, 물론, '그 아들의 아버지'가 어떤 이유로, 어떤 방식으로, 제보자의 인적사항을 파악해 아들의 어머니로 도용했을 가능성입니다. 이게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하려면 '그 아들'과 '그 아들의 아버지'를 찾아 따져보는 게 꼭 필요할 것입니다.
두 번째는, 제보자가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입니다. 즉, 애초에 가족관계 증명서가 잘못되지 않았다는 것. 제보자와 '그 아들'이 실제로 모자 관계라면 모든 일이 설명됩니다. 이게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하려면 제보자에게 직접 물어봐야 했습니다.
이 두가지 외에 다른 가능성은?.... 떠오르는 게 없었습니다.
"제가 이런저런 상황을 놓고 살펴보니 두 가지 가능성 정도로 정리가 되네요...중략... 저한테 거짓말하신 거 아닌가요?"
"전혀 아니에요. 저는 하늘에 맹세코 저런 아들을 둔 적이 없어요."
"저는 도와드리려고 하는 거니까 비밀은 꼭 지킬게요. 진짜 아니에요?"
"네, 절대 아니에요. 유전자 검사나 그런 거라도 할 수 있는 건 다 해서 제가 아니라는 걸 증명할게요."
믿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거짓말이라는 근거도 없었죠. 또 제보자의 자녀 2명과 '그 아들'의 생년월일을 따져봐도 그러했습니다. 출생신고 날짜가 모두 정확하다면 제보자의 둘째 딸이 태어난 뒤 1년 6개월이 지나 '그 아들'이 태어났습니다. 제보자는 둘째 딸을 낳은 지 8개월 뒤에 '그 아들'을 임신한 게 됩니다. 불가능하지는 않죠. 그러나 상식에 비춰볼 때 아직 젖먹이인 딸을 포함해 어린 두 아이를 둔 엄마가 과연 이런 일을 할 수 있었을까요? 가능성은 희박해보였습니다.
그래서 첫 번째 가능성을 쫓기로 했습니다.
'그 아들'과 '그 아들의 아버지'를 만나야 합니다. 현재 갖고 있는 건 그 둘의 본적지. 서울에서 아주 먼 곳입니다. 거길 일단은 가야할텐데 본적지에 살고 있을 가능성은 낮아보였습니다. 이름과 주민번호와 본적지만으로 찾을 수 있을까요.
그러다 문득 떠오른 생각은, 제보자와 '그 아들'이 현재 서류상 모자 관계라는 것이었죠. '그 아들'의 가족관계 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었던 것처럼 제보자는 '그 아들'의 다른 서류도 떼볼 수 있을 겁니다.
제보자를 통해 '그 아들'의 주민등록 초본을 입수할 수 있었습니다. 이사하면 주민등록도 현재 거주지로 이전해야 합니다. '그 아들'의 최근 주민등록지는 경기도의 한 도시, 2012년 이사온 것으로 돼 있었습니다. '그 아들'을 만나러 갔습니다.
'그 아들'의 주소지는 오래된 주택가 한켠에 있는 3층짜리 연립주택이었습니다. 같은 번지의 집이 여러 곳 있었습니다. 이집인지 저집인지 확신할 수 없었으나 다행히 우편물이 몇 개 꽂혀 있었습니다. 운 좋게도 '그 아들'이 수신인인 우편물이 있었죠. '그 아들' 주소지는 일단 여기가 맞았습니다.
그러나 여기 실제로 살고 있는지는 또다른 문제였습니다. 초인종을 몇 번 눌렀지만 고장난 듯 반응이 없었고 무엇보다 1,2,3층 중 몇 층에 사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추적추적 내리던 비를 맞으며 얼마간 기다린 끝에 집에 들어오는 2층 거주자를 만났습니다.
"여기 000씨 사시나요?"
"네, 우편물이 오더라고요. 그런 사람 있어요."
"1층인가요, 3층인가요?"
"3층에는 애들 데리고 사는 사람이니까 1층인 것 같은데요."
"작년에 이사온 것 같던데.."
"네, 맞아요."
"혹시 연락처 아시나요?"
"아뇨, 거의 밤 늦게 들어오고 일찍 나가는 것 같더라고요. 얼굴도 제대로 본 적 없어요."
1층 거주자가 '그 아들'이었습니다. 만날 수 있을까? 일단은 기다렸습니다....그날, 결국 만날 수는 없었습니다.
가정법원에 문의했습니다. 공보판사는 이렇게 가족관계 증명서가 잘못됐을 경우 '친생자 관계 부존재 확인의 소'를 내는 방법이 있다고 했습니다. 제보자의 주장처럼 허위의 출생신고나 불명확한 친생자 관계 등에 대해 친생자 관계가 아니라는 걸 확인하기 위한 소송을 낼 수 있고 이때 소송의 상대는 가족관계등록부 기록상 친생자 관계가 있는 상대, 이번 사례에서는 '그 아들'이 됩니다. 소송 진행 과정에서 유전자검사 명령 등을 거치게 되기 때문에 제보자의 말처럼 아무런 관계가 없다면 친생자 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확인될 수 있을 겁니다.
이런 내용들을 제보자에게 알려줬고 제보자는 주변의 도움을 받아 현재 소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앞서 처음 언급한 두 가지 가능성으로 정리한 뒤 기사로 쓸 수 있을지를 검토해봤습니다. 제보자의 인적사항을 도용했다는 게 확인됐다면... 그래도 당장 기사쓰기는 어려워보였습니다. 당시 출생신고의 허점을 지적할 수는 있겠지만 이미 30년 전 얘기입니다. 다른 피해 사례는 당장은 찾기 어려울테고. 제보자가 거짓말했다면... 그러면 거기서 끝입니다. '그 아들'을 만나기 위한 노력을 더 이어가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굳이 '그 아들'의 주소지를 찾아가봤던 이유는 저도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을 이렇게 길게 적은 이유는 그간 여기에 쏟았던 약간의 노력이 아쉬워서이기도 하고 제가 정리한 것 외에 다른 가능성은 없는지 다른 이들의 의견을 듣고 싶어서이기도 합니다. 이후에 더 확인되는 내용이 있으면 그 내용에 따라 3편을 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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