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벼락부자가 된 청소부

뉴욕 청소부의 인생역전 이야기

유희준 기자 yoohj@sbs.co.kr

작성 2013.07.26 09:44 수정 2013.07.26 11:38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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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에 사는 한 청소부가 어느 날 갑자기 벼락부자가 된 사연을 소개합니다. 7년 전 뉴욕시 웨스트 빌리지에 있는 예술인 아파트를 청소하다 버리기 아까운 작품 일부를 자기 집에 보관해왔는데 알고 봤더니 유명 사진 작가의 유작으로 확인돼 하루아침에 백만장자가 된 사연입니다.

 청소부 데럴 켈리가 뉴욕 맨해튼 웨스트 빌리지에 있는 예술인 아파트를 청소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건 지난 2006년 일입니다. 청소할 집은 사진과 오래된 종이로 가득 차 있었는데, 혼자 살던 집 주인이 장례 치를 돈도 없이 갑자기 죽는 바람에 유품을 모두 치워버려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청소부 켈리는 이 집에서 컨테이너 7개 분량의 물건을 치워야 했습니다. 집 안에 물건이 가득 차 있었기 때문에 무려 6일 동안이나 청소를 해야했습니다. 묵묵히 청소를 하던 켈리는 마지막 날 문득 집에 수북이 쌓여 있던 종이와 사진들을 그냥 버리기가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뭔지 잘 모르지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진과 종이를 골라 박스에 담은 뒤 집에 가져가기로 했습니다. 켈리는 곧바로 집에 전화 했습니다.

켈리: "여보, 오늘 잘 지냈어? 사랑해요."
부인: "왜 그래, 뭘 원하는데?"
켈리: "왜 있잖아. 부엌에 있는 붙박이장 좀 쓸 수 있어? 며칠이면 될 걸. 중요한 물건인데
        보관할 데가 없어서 그래"
부인: "안 돼!"


  부인의 거절에도 불구하고 켈리는 그 집에서 갖고 나온 사진과 종이 뭉치를 박스에 담아 집에 가져갔습니다. 뉴욕 브롱스에 사는 켈리는 가져온 박스를 아파트 붙박이장과 창고에 나눠 보관합니다. 자신이 가져온 물건의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 전혀 알지 못한 켈리는 가끔씩 창고에 있는 쓰레기 같은 물건을 버려달라는 부인의 말을 무시하면서 그렇게 6년이란 세월이 보내게 됩니다.  
해리셩크 작품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TV 프로그램 '앤티크 쇼'를 시청하던 켈리는 집에 보관해온 물건이 조금이라도 가치가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 날 곧바로 예술인 아파트 총무부장을 찾아가 보관해온 사진과 그림을 보여주고 가격을 물어봤습니다. 정확한 가격을 매기지는 못했지만, 상당한 가치가 있을 거란 답변을 들은 켈리는 지난해 8월 맨해튼의 한 경매장에 유품 가운데 일부인 30점을 내놓게 됩니다.

 경매장에 가기 전날 켈리는 부인과 함께 전당포에서 반짝이는 검은 셔츠와 보석, 검은색 정장을 찾아옵니다. 청소부로 일하면서 제대로 된 정장 한 벌 사 입지 못할 정도로 형편이 어려웠기 때문이었습니다. 브롱스의 아파트도 30년 넘게 계속 살아온 집이었습니다. 아무튼 평생 경매장에 갈 일이 없던 켈리 부부는 경매장 뒷자리에 앉아 30점의 유품이 팔리는 모습을 보면서 흥분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켈리는 30점의 유품이 25억 원에 팔리는 순간 기쁨의 눈물까지 흘리고 말았습니다.
해리셩크 작품    
 다음 달에는 로이 리히텐슈타인 재단 측에서 켈리가 보관해온 1,700점의 작품을 대거 사들였습니다. 켈리와 리히텐슈타인 측은 정확한 금액을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했는데, 켈리는 6자리 금액을 받았다고 귀뜸했습니다. 그리고 최근 다시 남은 유품 상당수를 경매장에 내놓았습니다. 지금까지 팔린 금액을 합치면 1백만 달러가 넘는데, 그야말로 쓰레기에서 진주를 찾아내 '백만장자'로 거듭나는 인생역전 이야기의 주인공이 된 겁니다.

 그럼 이쯤에서 청소부 켈리를 백만장자로 만들어준 작품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해리 셩크란 사람에 대해서 알아볼까요? 해리 셩크는 아방가르드파에 속하는 전위예술 사진 작가입니다. 생전에 현대미술의 거장 로이 리히텐슈타인, 앤디 워홀과도 자주 교류할 정도로 유명한 인물이었지요. 하지만 해리 셩크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다른 예술인들과 교류를 갑자기 끊고 생의 후반기를 맨해튼 웨스트빌리지 웨스트베스 예술인 아파트에 혼자 쓸쓸하게 살았습니다. 일종의 '저장강박증' 증세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자신이 살던 아파트 안에 사진과 미술품을 천장에 닿을 정도까지 쌓아놓은 것도 바로 저장강박증 탓이었습니다. 말년의 해리 셩크는 결국 자신의 장례를 치를 돈도 없이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해리 셩크가 숨진 뒤 얼마 안 돼 아파트 관리인이 그 집 청소를 켈리에게 맡기게 된 것이지요.
해리 셩크
 켈리는 이제는 유품에서 해리 셩크의 생전 온기를 느낄 정도로 그를 잘 알게 됐다고 말합니다. 덕분에 큰 돈을 벌었기 때문에 해리 셩크를 위해 묘비도 만들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백만장자가 됐지만 켈리는 청소부 일을 그만 둘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했습니다. 경매장에 모피 코트를 입고 나온 켈리의 부인은 이제서야 신혼여행을 갈 수 있게 됐다고 말하면서도 그동안의 삶을 변화시키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습니다. 켈리는 앞으로 뉴욕 시내에서 자기가 쓰레기 더미 안에 있는 모습을 보더라도 미친사람이라고 놀리지 말라고 말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쓰레기 더미에서 진주를 찾는 일을 계속 하고 싶다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