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치매에 걸렸습니다. 갈수록 기억을 잃어갑니다. 심지어 아들이 열쇠를 가져오지 않아 '아들이다,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하자 이렇게 대답합니다. "난 당신이 누군지 몰라." 집이 어디 있는지 잊어버려 길을 잃기 일쑤입니다. 아버지를 돌보기가 점점 힘들어집니다. 어느날 아들은 그런 아버지를 모시고 식사자리에 갑니다. 그런데 아버지가 돌연 차려놓은 음식 가운데 만두 하나를 손으로 집더니 호주머니에 숨깁니다. 아들은 깜짝 놀라고, 부끄러워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아버지를 책망합니다. "아버지 왜 이러세요?" 손을 닦아주는 아들에게 아버지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이 만두를 아들에게 가져다주려고. 이게 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거든." 마지막으로 자막이 떠오릅니다. '아버지는 너무 많은 기억을 잃어버렸습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기억하는 것은 당신을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아버지를 여읜지 10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제 아버지는 전형적인 한국 아버지였습니다. 무척 바빠서 잘 뵙기 어려운‥. 가끔 아이들 학교 행사에 참석하라고 채근하는 아내와 이런 입씨름을 벌입니다. "우리 아버지는 내 대학 졸업식 이전에는 학교에 한 번도 안오셨거든." "지금 6.25 때 얘기해요?" 한국 남성답게 술을 무척 좋아하셨습니다. 결국 위암이 간까지 번져 돌아가셨습니다. 그렇지만 자녀에 대한 사랑은 어느 한국 아버지에 뒤지지 않았습니다. 철 없을 때 감히 '자녀에 대한 기대와 헌신보다 당신 자신의 성취를 위해 더 노력하셔야 하는 것 아니야'라고 주제 넘은 생각을 했을 만큼 말이죠.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물론 무척 슬펐습니다. 그런데 그 당시 슬픔의 크기가 100이라면 매년 상실감의 크기는 거꾸로 커지면서 지금은 1,000이 된 느낌입니다. 특히 사회생활이 고달프다고 느껴질 때, 자녀 교육이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고 생각될 때 아버지가 계셨더라면 하는 생각이 마음을 후벼팝니다. 그래서 앞서의 공익광고가 더 가슴 아프게 다가오는가 봅니다.
중국은 아시는대로 대부분 한자녀 가정입니다. 그러다보니 부모를 봉양하는 문제가 사회 문제화 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중국 정부가 부모를 자주 찾아뵙도록 강제하는 법까지 만들었습니다. 부모를 잘 돌보지 않을 경우 처벌하겠다며 엄포를 놓고 있습니다. 그만큼 '효'의 가치가 땅에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평균 수명은 한 해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노인이 많아지는 것입니다. 고령자가 많다보니 노인병도 큰 문제입니다. 치매 환자가 9백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이들을 어떻게 돌볼 것인가는 중국 사회의 뜨거운 감자 가운데 하나입니다.
우리나라는요? 상황이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 않습니다. 한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치매 환자는 53만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65세 이상 노인 10 명 가운데 1 명 꼴이라는군요. 기억을 대부분 잃어버려서 어린아이와 같은 아버지, 하지만 나를 사랑한다는 사실만큼은 마지막까지 기억하시는 아버지. 우리는 이 분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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