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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의원들, 왜 자기 말만 했나?

[취재파일] 의원들, 왜 자기 말만 했나?
국민적 관심 속에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가 24일 시작됐다. 이번 국정조사는 법무부의 기관보고로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황교안 법무장관의 보고가 끝나자 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졌다. 청문회 형식의 가장 보편적인 국정조사 방식이었다.

하지만 말이 좋아 국정조사이지 사실상 자유 발언이었다. 최초 질의 시간이 5분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본회의 때 안건 처리 후 실시되는 '5분 발언'과 다를 게 없었다. 증인이라고 선서까지 했지만 법무장관은 오전 질의 초반, 거의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다.

의원들은 자신이 준비해온 내용을 일방적으로 쏟아낸 뒤 자신의 발언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혹은 그게 맞는 것 아니냐는 식의 질문을 던지기 일쑤였다. 이렇다보니 장관 답변도 "재판 중인 사건이라 답변이 곤란하다"거나 "원칙대로 처리하겠다"는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장관은 몇마디 답변이라도 했지만 실국장들은 장관 뒤에 병풍처럼 앉아 있었다. 의원들이 물어보지 않으니 답할 일도 없었다. 그저 국회에서 불렀으니 잠자코 앉아 있을 수밖에 없지 않았나 싶다. 정상출근했더라면 나랏일에 무척이나 바빴을 공무원들이었다.

◈ 의원들은 왜 자기 말만 하는가?

여야할 것 없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이야기를, 제한된 시간 안에 하려다보니 형식이고 뭐고 할 것 없이 자기말 하기에 바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여야가 서로 자기 주장을 쏟아내면서 발언 내용이 국정조사 범위를 벗어났는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벌어졌다.

증인인 장관은 멀뚱하니 세워놓고 여야가 서로 공방만 벌인 결과였다. 회의를 주재하던 신기남 국정조사 특위 위원장은 "(의원 발언을) 하나 하나 문제를 삼다보면 한이 없다."면서 "어떤 이야기를 하더라도 질의의 대상, 기관보고에 나온 증인과 배석자에게 질의하는 형식을 취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의원들이 이처럼 자기 말을 쏟아내는데 집중한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국민적 관심을 반영하듯 24일 국정조사는 SBS 등 지상파 3는 물론 케이블 TV와 국회방송에서도 생중계를 하고 있었다. 자신들의 주장을 알리기에는 이보다 좋은 자리가 없었던 셈이다.
국정원 국정조사_5

◈ '했던 말 또 하고',  '했던 말 또 하고'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지상파 3사가 철수한 오후 회의는 한층 '국정조사'답게 진행됐다. 오후 국정조사 초반에 의원간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그래도 묻고 답하는 형식은 어느 정도 갖춰졌다. 하지만 역시나 내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자리 욕심에 눈이 먼 국가정보원 전·현직 직원과 민주당이 짜고 국정원 대북 심리전단의 정상적인 활동을 마치 정치 개입인 것처럼 선거 직전에 폭로했다는 주장을 되풀이했고 민주당 역시 국정원이 댓글로 선거에 개입하고 나아가 여권이 하나가 돼 NLL 대화록을 선거에 악용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새누리당은 '정치공작', 민주당은 '장기집권 시나리오'라는 큰 주제 하에 같은 말과 비슷한 증거들을 계속 나열해가며 공방을 거듭했고 황교안 장관은 정치적 논란을 피해가려는 듯 술에 술탄 듯, 물에 물탄 듯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늦게까지 남아 국정조사를 지켜본 한 기자는 자신의 SNS에 "국정원 댓글 의혹 관련 국정감사 발언 내용 타자치는 중... 손가락이 떨어져 나갈 것 같다. 제에에에에발~~~~ 같은 말 좀 반복하지 마시오! 새로운 내용을 말씀하시든가"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 '선전' 아닌 '조사'해야

전에도 그랬지만 24일 하루동안 지켜본 국정조사는 이번에도 '조사'가 아니었다. 그저 여야가 하고 싶은 말을 마음 껏하게 해주는 '정치적 장(場)'에 불과했다. 얼마든지 반론도 가능하겠지만 적어도 국정조사를 지켜본 기자로서의 느낌은 그랬다.

물론 조사다운 조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에 관한 것이었다. 조 전 비서관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로 청와대 문서관리시스템인 e지원 시스템에서 정상회담 회의록을 삭제했다"는 취지로 검찰에 진술했다는 언론 보도가 사실인지 따져 물은 것이다.

황 장관의 모호한 답변으로 명확한 결론에까지 도달하진 못했지만 조 전 비서관이 무언가를 '삭제했다'고 진술한 것은 확인이 됐다. 정말로 대화록을 삭제한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종이 문서를 파기한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확실한 것은, 조 전 비서관이 파기한 것이 불필요한 종이문서였다면 여당이, 진짜 대화록이었다면 야당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점이다. 진실 규명을 위해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다. 여야가 국정조사 무용론을 막고자 한다면 자기 주장을 알리는데 몰두하기보다 하나라도 더 사실관계를 밝히는데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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