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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외설 트윗' 뉴욕시장 후보…그래도 출마?

미국 성추문 정치인들의 용감한 정계 복귀 방정식

[월드리포트] '외설 트윗' 뉴욕시장 후보…그래도 출마?
이번 주 영국 왕자의 탄생 소식보다 더 뉴욕을 술렁이게 한 뉴스는 '앤서니 위너(47)' 뉴욕시장 후보의 외설 트윗 파문이다. 지난 해 7월부터 6개월 동안 20대 여성과 페이스북에서 만나 성적인 대화를 주고 받고 나체사진 등을 교환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쯤 되면 선거전의 와중에 벌어진 음해성 공세의 일환으로 느낄 수도 있겠지만 본인도 인정한 엄연한 사실이라는데 상황의 심각성이 있다. 더 관심을 끄는 것은 이런 추문에도 불구하고 위너는 뉴욕시장 출마 강행을 선언했다는 점이다.

가십 기사를 전문으로 다루는 더티 닷컴(The Dirty.com)은 그제(23일) 위너 후보가 가명으로 소셜네트워크에서 22세 여성과 이른바 온라인 관계를 맺었다는 사실과 은밀한 사진을 교환하며 나눈 대화 내용을 폭로했다. 익명의 여성은 "위너는 나에게 직업을 구해주고 시카고에 콘도를 사주겠다"고 유혹했다고 증언했다. 선거운동 중이던 위너는 즉각 기자회견을 열고 "일부분은 사실이고 일부는 사실이 아니다. 그러나 내가 잘못을 저질렀다는 사실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뉴욕시장직 도전을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외설 트윗' 전과..위너의 부질없는 변명

위너가 누구인가? 뉴요커들이 잘 기억하는 그의 이력을 보면 출마고수 결정에 놀랄 수 밖에 없다. 그는 뉴욕주 연방 하원의원이던 2011년 6월 트위터에서 여성 팔로워들에게 자신의 나체사진을 보내 결국 의원직을 사퇴했던 인물이다. 당시 자신이 "정적들의 해킹으로 희생양이 됐다"는 변명과 함께 잘못을 공개적으로 반성했었고 1년 뒤에는 정계복귀를 염두에 두고 유력 언론들과 인터뷰를 가지며 당시 일을 거듭 사과하기도 했다. 결국 의원직 낙마와 이 사죄 인터뷰 사이 기간에 또 같은 일을 저질렀던 셈이다. 유권자들이 진정성을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치명적 상황에 처했다.

미국시간 23일 밤(한국 24일 오전), 전격적으로 열린 해명 기자회견은 방송을 통해 생중계됐다. 놀랍게도 위너의 부인인 '휴머 애버딘'도 남편 옆에서 담담한 표정으로 마이크 앞에서 섰다. 그녀는 힐러리 전 미 국무장관의 참모를 지냈다. "남편이 하원의원직 사퇴를 전후로 끔찍한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하지만 나는 그를 사랑하고 용서했습니다."

많은 미국인들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모니카 르윈스키와 저질렀던 성추문을 떠올렸을 것이다. 애버딘은 이렇게 덧붙였다. "이런 일을 겪으며 그의 아내로 살아가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지만 그의 아내로 살기로 결심했습니다. 유권자 여러분도 다시 한번 더 그를 용서해주길 바랍니다."

날이 밝자마자 뉴욕의 여론은 돌아서고 있다. 미 동부의 최대 영향력을 가진 뉴욕 타임즈는 "이번 폭로로 2년 전 그의 사임은 성추문의 끝이 아니었음이 드러났다. 위너가 시장선거에 나서 뉴욕 시민의 용서를 발판으로 시장실의 열쇠를 얻을지는 본인에게 달렸지만 그는 이미 자격을 상실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앤서니 위너1

성추문 정치인들의 잇단 부활...의원선거 압승도
 
여기서 한가지 짚어볼 것은 성추문으로 하원의원을 그만 둔 위너가 최근 정계복귀를 선언하고 뉴욕시장 선거에 출마했을 때 그의 지지도는 순식간에 유력 여성후보인 '퀸' 뉴욕시 의회의장을 앞질렀었다는 점이다. 이렇게 명백한 잘못이 또 드러났음에도 위너는 재기할 수 있을까? 세상을 시끄럽게 한 정치인들이 보란 듯 재기하는 사례는 꾸준히 반복돼왔기 때문에 아무도 예상하기 힘든 것이 또한 미국의 분위기이다.

'엘리엇 스피처' 전 뉴욕주지사는 뉴욕 검찰총장을 하면서 시간당 1천달러의 최고급 매춘을 저지른 사실이 드러나 주지사직을 사퇴했지만 5년이 지난 지금 뉴욕시 감사원장 선거에 나서겠다며 복귀를 선언한 상태다. 그의 정계복귀는 다름아닌 위너 후보의 복귀선언 직후에 이뤄졌다.

또 최근 미국 정가를 뜨겁게 달궜던 전기작가와의 혼외정사로 물러난  '데이빗 패트레이어스' 전 미군 아프간 사령관의 경우는 어떠한가? 그는 곧 명문대학 강단에 설 예정이고 월가의 투자회사 CEO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4년 전 '마크 샌퍼드'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는 불륜 사실이 드러나 정계를 은퇴했지만  지난 5월 연방 하원선거에서 압승을 거뒀다.

정치 무관심이 선거 무력화로?..불길한 미래

이들을 다시 받아들이는 미국인들의 생각은 어떤 것일까? 정치인에게 기대하는 도덕성 기준이 낮기 때문일까? 최근 여론조사에서 '정치인들을 얼마나 신뢰하는가?'라는 질문에 64%는 '아주 가끔', 13%는 '아예 신뢰 안한다'고 답했다. 긍정적인 답변을 보인 쪽은 모두 합쳐 21%였다. 뉴욕의 블로거들은 암울한 분석을 내놓는다. "정치에 대한 신뢰는 물론이고 관심 자체가 없다보니 투표권 행사는 비율도 희박하고 결국 정치인들은 여론을 두려워하기 보다는 자신의 고정표와 고정지지 세력을 계산해 정치행보에 임한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자기를 싫어할 것을 알지만, 그래도 당선될 것을 알기에 정계 복귀를 선택한다. 투표권을 행사하는 시민권 보유자 외에도 영주권자와 불법체류자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시민권자들도 정치를 혐오하는 형국이 되면서 실제 여론과 각종 선거결과의 괴리가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미국은 선거 민주주의의 실패에 다가서고 있는게 아닐까? 바다 건너 대한민국 여의도에서 계속되는 '사초 파문'을 보면서 한국 정치의 장래도 이런 것이 아닐지 괜한 상상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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