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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미스터고와 설국열차…수정은 어려웠나?

[취재파일] 미스터고와 설국열차…수정은 어려웠나?
  올해 국내 영화팬들이 가장 기다려왔던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가 드디어 지난 22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됐습니다. CJ E&M이 무려 4000만 달러(450억원)를 투자한 대작 영화이고, 장르가 SF에, 봉준호 감독이 크리스 에반스 등 세계 유명 배우들을 데리고 만든 작품이라서 영화팬들의 기대는 정말 엄청 났었죠. 스토리부터 흥미진진했습니다.

 서기 2031년 지구 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자들이 하늘로 쏘아올린 'CW-7'이라는 장치 때문에 전세계는 빙하기를 맡게 됩니다. 1년에 지구 한 바퀴를 끊임 없이 도는 '순환 열차'만이 인류의 유일한 생존가능 지역이죠. 열차는 하층민들이 사는 꼬리칸부터 상층민들의 앞쪽칸까지 칸칸 별로 이동이 제한됩니다. 꼬리칸 승객인 '커티스(크리스 에반스 분)'는 하층민들과 함께 반란을 일으키고, 한칸 한칸 앞으로 전진해나갑니다.

 지난 2005년 봉준호 감독이 국내 한 서점에서 발견한 프랑스 만화 Transperceneige의 기본 설정(빙하기+열차 등)를 가져온 뒤, 나머지 등장인물과 내부 줄거리는 완전히 새롭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보통 오후 2시 언론시사회 30분 전쯤 감독과 배우들에 대한 인터뷰가 이뤄지는데요. 송강호 씨와 이런 대화가 오갔습니다.
송강호
기자: 이번 작품, 이미 보셨죠?
송: 네, 봤습니다.
기자: 작품을 먼저 본 관계자들 말을 들어보니 '주제의식이 강해서 상업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걱정하던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기자: 과거 '괴물'(2006년 1301만 관객 동원)도 그렇지 않았습니까? 봉 감독 특유의 주제의식이 강하게 드러나는 영화인데, 관객들이 많이 공감을 해주셨죠. 이번 설국열차도 많은 관객들 분이 좋아해주길 것으로 믿습니다.

  언론시사회이 끝난 직후부터 트위터를 통해 다양한 평가들이 쏟아졌는데요. 저는 영화에 대한 깊은 내공을 가진 다른 전문가 분들과 달리 거창한 분석을 할 능력은 부족합니다. 생각보다 영화는 어려웠습니다. 즉, 단순히 빈부 계급 간의 갈등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다양하고 심오하는 주제들이 녹아 있더군요. 그리고, 기차 안의 소품과 영화적 장치들은…사실 SF 영화의 화려함보다는 어떤 상황극, 즉 연극 세트 같은 느낌이 더욱 강했습니다. 제한된 공간과 설정 안에서 인물들이 극적인 상황에 내몰리고, 배우들은 그런 인물들의 심리 상황을 섬세하게 연기해야 합니다. 배우들의 연기는 그냥 뭐…인상 깊은 정도는 아니었고요. 또, 도끼와 피 등이 어우려진 잔인한 장면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인물들이 처한 극한 상황을 소름끼치도록 강렬하게 관객들에게 전달합니다. 하지만, 좀 보기는 거북했습니다.

영화를 보고난 제 평가는 SF의 화려함은 잘 보이지 않고, 무거운 주제에, 심지어 잔인하기까지…가벼운 마음으로 온 관객들에겐 부담스러운 영화…★★ "몇 번 한숨…'나, 봉 감독 작품 봤다'는 말만 남을 듯" 물론 저와 다른 의견을 가진 영화 파워블로거 분들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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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으론 지난 17일 개봉한 미스터고에 이어 한국 대작 영화들의 흥행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24일 8시뉴스에 설국열차와 미스터고의 제작비와 손익분기점에 대한 리포트를 했는데요. <클릭> 

  다행히 설국열차는 167개국에 사전 판매가 됐습니다. 이를 통해 제작비의 40%  안팎은 이미 회수를 했습니다. 물론 167개국을 개별 접촉해서 뚫은 것은 아니고요. 북미 유럽 아시아 등 주요 지역 배급사들과 계약을 하는 것이죠. 이들 배급사와 계약을 하면 그 배급사가 여러 나라에 뿌려줍니다. 167개국이 모두 극장 개봉 계약은 아닙니다. DVD도 있고, TV방영 등도 있고요. 북미의 경우 개봉 날짜도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설국열차의 한국 흥행 성적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셈입니다.

미스터고 중국

  미스터고는 지난 18일 중국에서 개봉했는데요. 개봉 첫 날 박스오피스 1위, 다음날부터 꾸준히 2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1위는 윌스미스 부자가 나오는 SF영화 '애프터 어스(After Earth)'입니다. 이 영화는 전세계적으로 흥행에 실패했는데, 유독 중국에선 인기군요. 역시 중국 관객들은 대형 블록버스터, SF 특수효과 영화를 참 좋아합니다. 미스터고도 비슷한 이유로 주목을 받고 있는 듯합니다. 지난해까지 중국 내 한국 영화의 흥행 순위는 다음과 같습니다.

중국 내 한국영화
<한국콘텐츠진흥원 자료>
 
  그래도 한국 시장에서 먼저 성공하는 것이 중요하죠. 그런데, 위 두 영화가 모두 흥행을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런 의문이 생겼습니다. 영화 기획부터 최종 개봉까지 긴 기간이 있었는데, 그동안 좀더 토론하고 해서 보다 재미있는 영화로 바꿀 수는 없었을까?

  그래서, 영화 제작 과정을 간단하게 알아봤습니다.

1. 시놉시스(synopsis/1-2장 간단한 줄거리)
2. 필름 트리트먼트(film treatment/20-25장 세밀한 줄거리)
3. 시나리오 작업(배우 대사 등이 들어간 구체적인 극본)
4. 콘티북(continuity book/ 작성(촬영 장면의 렌즈각도와 화면 구성을 구체적으로 그림으로 설명)
5. 촬영 스케줄 작성+미술 및 세트 등 준비
6. 크랭크 인(촬영 개시)
7. 크랭크 업(촬영 종료)
8. 편집, 음악, 컴퓨터 그래픽, 추가 녹음 등 후반 작업
10. 완성본 내부 시사.
콘티북
<한국 영화 '클래식' 콘티북/원본 클릭>
 
 이 가운데 1번에서 5번 사이에 감독 선정과 배우 캐스팅, 투자사 확보 등도 동시 진행됩니다. 국내에서는 감독들이 직접 시놉시스부터 시나리오, 콘티 작업까지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네요. 10번 완성본 내부 시사 이전에도 사실 중간 중간 찍어온 그림을 가편집에서 봅니다.

  그런데, 그 때 "어, 콘티북에서 본 것과는 느낌이 다르네…아, 스토리를 이렇게 고치면 더 좋을텐데"하면 이미 늦었습니다. 4번 콘티 북 완성 때쯤 되면, 사실 전체 스토리를 바꾸기 어렵습니다. 벌써 촬영 스케줄과 동선, 그에 따른 배우 및 스탭들의 스케줄 조정이 이뤄진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스토리를 바꾼다는 것은 촬영스케줄과 동선에 변화를 줘야 합니다. 돈이 들어가는 것이죠. 촬영기간 및 후반작접 중에도 수정이 가능하지만, 큰 줄거리를 바꾸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관객들이 좋아할 스토리 부분과 각종 영화적 설계는 모두 1-4번 사이 '프리 프로덕션(pre-production)' 단계에서 결정이 되는 겁니다. 이를 위해 영화사나 배급사 관계자들은 수백 번씩 회의를 갖죠.

월드워z

 한국 개봉 좀비 영화 가운데 처음으로 500만 관객을 돌파한 월드워Z. 사실 영화 후반부에 좀비들과의 최후 격돌 장면이 있었는데요. 제작자이자 주연 배우인 브레드피트가 과감히 이 장면들을 삭제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브레드 피트는 추가 제작비 지출을 감수하고, 배우와 스탭들을 다시 불러 이른바 WHO 연구실 장면들을 추가 촬영했습니다. 한국은 pre-prodution 기간에 투자 및 전체 제작비가 결정되기 때문에 줄거리 변경과 추가 촬영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감독들을 설득해야 하는 문제도 쉽지 않고요.

 하여튼, 영화계 분들이 가진 "더 좋은 작품을 관객들에게 선보이겠다"는 마음이 더 많은 토론으로 이어지고, 더 좋은 콘티북으로 완성돼, 더 좋은 촬영과 연출, 후반 작업이 더해지길 기대합니다. 올 하반기 미스터고-설국열차-더테러라이브에 이어 앞으로 숨바꼭질(손현주 문정희 8/14 개봉)-감기(장혁 수애 8/15 개봉)-관상(송강호 김혜수 9월 개봉)-스파이(설경구 문소리 9월 개봉) 등도 남아 있네요. 모두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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