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요구한 '대화록 실종'에 대한 입장 표명에 대해선 "대화록 유무 논란으로 인해, 문제의 본질이 가려져서는 안 됩니다. 국회가 국가기록원의 기록을 열람하려한 목적은 NLL 논란을 조기에 종결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라고 답했다.
또 "대화록이 없다고 하는 상황의 규명은 여야가 별도로 논의하면 될 일입니다."라면서 "국정원이 공개한 대화록에 의하더라도 NLL 포기가 아니라는 것이 다수 국민의 의견입니다. 거기에, 열람 가능한 기록물까지 살펴보면 진실이 명확하게 드러납니다."라고 주장했다.
◈ 문재인 "정상회담 전후 기록물만으로도…"
문 의원의 이런 제안은 조작 가능성이 있는 국가정보원 보관본의 내용조차 국민 다수가 보기에 NLL 포기가 아니라고 하는 만큼 NLL 포기 논란은 이쯤에서 종식돼야 한다는 취지로 들린다. 또 이왕에 국가기록원에서 기록물을 제출받은 만큼 그 내용까지 살펴보면 진실이 더욱 명확해질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실제로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 국정원이 공개한 대화록의 내용을 보거나 들은 적이 있는 응답자(776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55%가 'NLL 포기는 아니다'라고 답했고 21%만이 'NLL 포기 의사를 밝힌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
☞ (조사대상 :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 표본크기 : 1,215명명 / 조사방법 : 휴대전화 RDD 조사 / 조사기간 : 2013년 7월 15일~18일 (4일간) / 표본오차 : ±2.8%포인트(95% 신뢰수준) / 응답률 : 17%) / 의뢰기관 : 한국갤럽 자체조사)
문 의원은 "국가기록원의 대화록으로 NLL 포기가 아님이 더 분명해 질 것으로 기대했던 우리로선 아쉬움이 있지만 대화록이 없더라도 정상회담 전후의 기록들만으로도 진실을 규명하기에 충분합니다."라고 강조했다.
◈ 소모적 정쟁 끝내야 하지만…
문 의원의 말대로 요즘 주변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NLL 논란이 더이상 연장되는 걸 원치 않는 것 같다. '짜증' 혹은 '신물'난다는 얘기도 종종 들린다. 청와대도 소모적 정쟁을 끝내고 어려운 경제 문제를 포함한 민생에 집중했으면 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국가기록원 보관본 열람 문제에 불을 붙인 건 문재인 의원 본인이다. 문 의원은 지난 달 23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국정원에 있는 것은 (원본과) 똑같은 내용인지 알 수 없으므로 결국은 국가기록원 것을 열람해서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 같은 달 30일에는 "기록 열람 결과, 만약 NLL 재획정 문제와 공동어로구역에 관한 노대통령과 참여정부의 입장이 북한과 같은 것이었다고 드러나면, 제가 사과는 물론 정치를 그만두는 것으로 책임을 지겠습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앞서 문 의원이 주장한 것처럼 대화록 열람의 목적이 NLL 논란을 조기에 종결짓기 위한 것이었던 만큼 '없는 것으로 확인된' 대화록 갖고 힘빼기보다 이제 NLL 논란을 빨리 매듭짓자고 할 수 있다. 아니, 지도자라면 그렇게 말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 문 의원, '넘겼나'·'안넘겼나' 명확히 밝혀야
하지만 문재인 의원은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자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이었다. 참여정부의 기록물을 국가기록원에 넘기는 작업 또한 문 의원의 총괄 지휘 하에 이뤄진 일이다. 당시 실무 작업을 맡았던 청와대 비서진 모두 문 의원 휘하 사람들이었다.
문 의원은 그동안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국가기록원에 넘겼다고 강조해왔다. 당시 실무 담당자들도 같은 입장이었다. 따라서 이번 대화록 실종 문제를 1차적으로 설명해야 할 책임은 문재인 의원과 당시 청와대 근무자들에게 있다.
지금까지 정황으로 미뤄볼 때 문 의원 역시 대화록이 없어진 사실을 몰랐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렇다면 당시 함께 근무했던 비서진들을 상대로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야 한다. 실무를 담당했던 사람들이 엄연히 생존해 있는데 넘겼는지 안넘겼는지 모른다는 건 말이 안된다.
하지만 문 의원은 "당시 비서진들과 함께 재차 확인했지만 국가기록원에 넘긴 게 확실하다."거나 "일부 실수가 있었다."거나 아무런 말이 없다. 그저 "원인이 무엇이든, 책임소재가 어디에 있든 국가기록원에서 정상회담 대화록을 찾지 못했다고 하는 상황은 국민들께 민망한 일입니다."라고만 말하고 있다.
또 "새누리당은 이미 NLL을 충분히 활용했습니다. 선거에 이용했고, 국정원 대선개입을 가렸습니다. 그 정도 했으면 NLL 논란을 끝내야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말한다. 새누리당이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철저히 따져야 한다. 하지만 '대화록 실종' 역시 '민망하다'면서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민주당 내에서는 "(문재인 의원이) 당을 가지고 노는 것인가? 마지막 비서실장이고 정상회담 준비위원장 했던 사람이 말이다. 갑자기 대화록 있다고 하다가 갑자기 없다고 손들어 버리면 어떻게 하라는 거냐."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도 '확실히 대화록을 넘긴 게 맞는 것인지' 답을 요구하는 듯하다.
대화록이 없어졌다면 원인은 둘 중 하나라고 봐야 한다. 이관되지 않았거나 폐기된 것이다. 참여정부나 이명박 정부 어느 한쪽은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얘기다. "대화록 왜 없나, 수사로 엄정 규명해야죠?"라고 밝힌 문재인 의원의 트위터 글처럼 이제 원인 규명을 위한 수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진실 게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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