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이래도 원화로 결제하시겠어요?"

[취재파일] "이래도 원화로 결제하시겠어요?"
몇 달 전 홍콩을 갔을 때 일입니다. 쇼핑몰에서 물건을 계산하려고 신용카드를 내미니까 점원이 "원화로 결제하겠느냐? 홍콩 달러로 결제하겠느냐?"고 물었습니다. 처음 든 생각은 '이 사람이 내가 여권도 안 보여줬는데 한국 사람인지 어떻게 알았지? 신용카드에 그런 기능도 있나?'였습니다. 그리고는 어느 쪽이 유리할지 잠시 고민했습니다. 정답은 나오지 않았지만, 해외에서 원화로 결제해 본 적이 없으니, 그냥 예전처럼 현지 통화로 결제했습니다. 그리고 이 일을 아내에게 얘기했습니다. 그랬더니 아내도 똑같은 질문을 받았다면서, 자기는 환율을 따져보니 원화로 결제하는 게 더 비쌌기 때문에 홍콩 달러로 결제했다고 했습니다.

친절하고 편리한 '원화결제 서비스'?

한국으로 돌아와서 찾아보니 '자국 통화결제(DCC) 서비스'라는 것이었습니다. 해외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할 때 환율을 잘 몰라서 물건값이 얼마인지 감이 안 오는 사람에게 해당 국가의 통화로 바꾼 금액을 같이 보여주고, 본인이 선택하게 하는 것입니다. 일종의 부가서비스인데, 참 편리하고 친절해 보이죠. 하지만, 이게 공짜일까요. 아시다시피 절대 아닙니다. 금융감독원의 설명을 들어보면, 현지 통화로 표시된 물건값을 원화로 바꾼 돈에 3~8%의 수수료를 붙인다고 합니다. 적지 않은 금액인데, 아시아·태평양지역이 유럽이나 기타 지역보다 수수료율이 높은 수준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신용카드 명세서에 찍히는 금액을 보면, 카드 전표에 찍힌 금액과도 다릅니다. 비자나 마스터 같은 국제카드사들이 이 원화를 다시 달러로 환전하고, 그다음 국내 카드사들이 달러를 원화로 환전해 결제 금액을 확정하게 되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 국제카드사들은 해외 사용료 명목으로 1% 정도, 국내 카드사들은 0.2% 안팎의 수수료를 받아 가는 것도 고려해야 합니다.

이런 '사기성 짙은' DCC 서비스는 국제·국내 신용카드사들이 직접 제공하는 서비스가 아니라고 합니다. POS 결제 기술을 보유한 업체가 가맹점 등과 손을 잡고 내놓은 서비스입니다. 가맹점도 일정 부분 수익이 생기니까 이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여행전문가분의 얘기로는 동남아나 중국에선 아예 물어보지도 않고 원화결제를 하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는 자국 통화 결제만 할 수 있다고 떼를 쓰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원화로 표시할 때 적용되는 환율 또한 비정상적으로 높게 적용되는 일도 있었다고 하네요.

현재 이 서비스는 '비자'와 '마스터' 브랜드를 붙인 카드에서만 된다고 합니다. 따라서 해외에서 이 브랜드의 카드로 사용할 때는 전표나 아니면 카드사에서 제공하는 문자 서비스에 원화로 표시됐는지, 현지 통화로 표시됐는지 꼼꼼히 살피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환전 요령과 관련해서도 취재했었습니다. 공항이 환전 수수료가 비싸다고 하는 얘기, 다들 아시는 것이지만, 얼마나 차이가 날까 궁금했었습니다. '그래도 커피 한 잔 값 수준이겠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100만 원 전후의 달러와 중국 위안화를 공항에서 바꿔봤습니다. 그리고 같은 시간 동료 기자가 시내 지점에서 같은 금액을 바꿔 봤는데 달러는 2만 원, 위안화는 5만 원이나 차이가 났습니다. (중국 위안화가 이제는 많이 사용되기는 하지만 달러보다는 확보 비용이 더 들기 때문에 차이가 더 크다고 합니다.)

물론 공항 환전소가 폭리를 취하는 것은 아닙니다. 서울 강남 기름값이 다른 곳보다 비싼 것처럼 공항 임대료가 비싼데다가, 새벽부터 밤까지 문을 열어야 하니 인건비도 많이 들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혹자들은 '환전하느라 발품 팔 시간에 다른 일을 하는 게 더 낫다'라고도 합니다. 하지만, 요즘 인터넷 환전하면 수수료도 절반 이상 깎을 수 있고, 공항이나 원하는 은행에서 찾을 수도 있으니까 굳이 공항 환전을 '애용'할 필요는 없겠죠.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