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인들 상대하기 무섭습니다. 폭행당해도 주민들 불만을 살까 봐 신고도 쉽게 못 해요."
공무원의 민원처리에 불만을 느끼거나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고 공무원을 상대로 흉기를 휘두르는 사건이 끊이지 않고 발생해 공무원들이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광주 동부경찰서는 24일 허위로 루게릭병에 걸렸다며 치료비지원을 청구했다가 거부당하자 흉기를 들고 광주 동구청 복지정책과 사무실에서 난동을 부린 혐의로 유모(53)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유씨는 "지나가는 사람이 자신에게 '루게릭병에 걸렸다'고 했다"며 얼토당토않은 주장을 하며 치료비를 주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지난 3일에는 술을 마시고 전남 곡성군청에 찾아가 공무원들에게 행패를 부린 혐의로 기소된 이모(45)씨에게 징역 3년형이 선고됐다.
같은 범죄로 출소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이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약 3개월 동안 또다시 군청과 파출소 등지에서 공무원들을 수차례에 걸쳐 폭행·협박을 해왔다.
특히 공무원의 얼굴에 뜨거운 물을 끼얹고 머리로 들이받거나 화분을 집어던지기까지 해 군은 사무실에 CCTV까지 설치했다.
지난해 1월에는 광주시청에서 토지보상문제로 불만을 품은 박모(54)씨가 공무원의 허벅지를 흉기로 찔러 전치 6주의 상처를 입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박씨가 시청 공무원에게 흉기를 휘두른 행위는 개인 범죄를 넘어 법치주의에 대한 위협이다"며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지자체에서 민원처리에 불만을 갖고 흉기난동을 벌인 사건이 잇따르면서 공무원들은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한 기초자치단체 민원실 담당 공무원은 "요즘은 지자체에서 힘들다며 가장 꺼리는 부서가 민원실이다"며 "괜한 불만을 살까 봐 상식 밖의 요구까지 다 들어주는데도 흉기난동 사건까지 생겨 더 몸을 사리게 된다"고 걱정했다.
또 흉기난동 사건이 발생해도 주민들의 민심이 나빠질까 봐 즉각 즉각 조처를 하지 못해 상습적으로 난동을 부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는 게 공무원들의 하소연이다.
실제로 광주 동구청의 경우 흉기난동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유씨를 붙잡아갔음에도 "일을 키우고 싶지 않으니 사건처리를 유보해달라"고 간곡히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곡성 군청도 시도때도 없이 이씨가 행패를 부렸으나 대처가 늦어 결국 오랜기간 공무원들이 피해를 봤다는 지적이 일었다.
공무원을 상대로 흉기난동을 벌인 범인에게 중형을 선고한 한 재판부는 "자신의 불만을 폭력으로 표출하고, 정책 집행 공무원에게 개인적인 보복행위와 위협을 가한다면, 어떠한 합리적인 의사결정이나 정책집행도 불가능해질 것"이라며 "이로 인한 피해는 전 사회구성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판시했다.
또 "공무 집행 공무원에 대한 상해를 무겁게 처벌해야 하는 이유는 공무원 개인을 일반 국민보다 더 보호하기 위함이 아니라 평화로운 사회를 위한 모든 사회구성원의 기본적인 약속인 법치주의를 보호하기 위함이다"고 중형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공무원들은 "공직사회에서 이른바 '서비스 정신'이 강조되고 있지만 그와 함께 중요한 것이 '정당한 절차에 따라 반대의사를 표시하고 구제받는 시민의식'이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광주=연합뉴스)
"공무원이 만만하나" 잇따른 흉기난동에 '덜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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